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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라삐 문헌 읽기: 솔로몬 임금의 지혜와 성전 건축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1-20 조회수6,421 추천수0

[라삐 문헌 읽기] 솔로몬 임금의 지혜와 성전 건축

 

 

솔로몬이 하느님께 지혜를 청한 것을 보면 그는 이미 영리한 사람이었다. 타고난 지혜에 하느님의 축복까지 누렸으면 끝까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을 성실히 섬겨 유종의 미를 거뒀어야 했다. 하지만 성경과 전승들에 따르면 그렇지 못한 듯하다. 다음은 칭송을 받으면서도 욕을 먹는 솔로몬의 이중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미드라시들이다.

 

 

“하느님께서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하고 물으셨다. 솔로몬이 대답하였다. ‘… 당신 종에게 듣는 마음을 주시어…’”(1열왕 3,5.6.9).

 

라삐 시몬이 라삐 시메온 벤 할랍타의 이름으로 말하였다. 궁궐에서 자란 이의 비유를 보자. 임금이 그에게 말하였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줄지 청하여라.” 그가 말하였다. “제가 금과 은을 청하면 금과 은을 주시고, 보석과 진주를 청하면 진주를 주시겠지요. … 제가 임금님의 딸을 청한다면 모든 것을 얻지 않겠습니까.” 마찬가지로 “기브온에서 주님께서는 한밤중 꿈에 솔로몬에게 나타나셨다”(1열왕 3,5). 솔로몬이 아뢰었다. “제가 금과 은과 보석과 진주를 청하면 다 주시겠지만, 저는 지혜를 청합니다. 그것으로 모든 것을 얻기 때문입니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말씀하셨다. “솔로몬아, 너는 부나 재산, 원수들의 목숨이 아니라 지혜를 청하였으니, 정녕 너에게 지혜와 지식을 주고 부와 재산도 너에게 준다”(아가 라바 1,9).

 

 

“그는 어느 누구보다 지혜로웠다”(1열왕 5,11). 

 

모든 임금이 그를 두려워하고 … 그에게 순종하여 세금이 늘어났다.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들, 집짐승과 들짐승들은 솔로몬의 밥상에 오르기 위해 저마다 부엌으로 들어왔다. 그는 부유하고 막강해져 무수히 많은 재산과 재물을 축적하였다. 그는 비유를 풀이하고 비밀을 알려주며 끝도 없는 수수께끼를 풀었다. 원수들과 적들까지도 그를 좋아하여, 모두가 그의 얼굴을 보려고 일어나고 그의 지혜의 말을 들으려고 귀를 기울였다. … 그는 악에서 먼 의인이자 하늘의 신비를 아는 현인이었다. 모든 나라의 신하들이 아들과 딸들을 솔로몬의 종으로 바치고자 하였다. 그는 지혜와 분별의 문을 여는 큰 열쇠를 받았다. 그는 새들과 집짐승과 들짐승들의 대화를 듣고 이해하였다. 사슴과 노루가 그 앞에서 뛰고 사자와 호랑이가 그의 병사들이 되었다(타르굼 에스테르기 서문).

 

 

“솔로몬의 지혜는 동방 모든 이의 지혜와 이집트의 모든 지혜보다 뛰어났다”(1열왕 5,10).

 

이집트의 지혜는 무엇인가? 솔로몬이 성전을 지으려고 파라오 느코에게 (도움을)청하던 때의 일이다. 솔로몬이 말하였다. “성전을 짓고자 하니 나에게 품삯을 받고 일할 기술자들을 보내 주시오.” 파라오는 모든 점성술사를 불러들여 그들에게 말하였다. “기술자들 가운데 올해 죽을 사람들을 찾아 그에게 보내라.” 그들이 솔로몬에게 왔을 때 그는 성령을 통해 그들이 그해에 죽을 이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그들에게 수의를 입혀 돌려보내며 파라오에게 전갈을 보냈다. “당신에게는 죽은 이들에게 입힐 수의가 없을 것 같아, 그들에게 수의를 입혀 보내오”(민수기 라바 19,3).

 

 

“그는 집에 네모난 격자창들을 만들어 달았다”(1열왕 6,4).

 

라삐 아빈 하레위가 말하였다. (어떤 이가) 창문을 만들고자 한다면 (보통) 안은 넓고 밖은 좁은 창문을 만든다. 왜 그러한가? 빛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성전 창문은 다르다. 밖은 넓고 안은 좁다. 왜 그러한가? 성전에서 빛이 나와 세상을 비추기 위해서다. 그분께서는 모든 빛이시며 빛이 필요 없는 분이시다(탄후마 베하알로트카 2; 얄쿳 시므오니 열왕기편 182).

 

철은 (전쟁 도구로 쓰여) 사람의 생애를 줄이려고 창조되었고, 제단은 (사람의 죄에 대해 속죄하는 데 쓰여) 사람의 생애를 늘리려고 창조되었으니, (사람 수명을)줄이는 것(철)이 늘리는 것(제단) 위에 놓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미시나 미돗 3,4).

 

 

“주님의 집 공사가 모두 끝났다”(1열왕 7,51).

 

‘끝났다’는 것은 ‘무사하다’는 뜻이다. 이로써 성전을 세운 기술자들이 하나도 죽지 않고 하나도 병들지 않았으며, 갈퀴에 다치지도 않고 도끼에 찍히지도 않았으며, 공사들 가운데 하나도 중단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얄쿳 시므오니 열왕기 186).

 

 

“솔로몬은 이집트 임금 파라오와 혼인 관계를 맺었다”(1열왕 3,1).

 

솔로몬 임금이 (파라오의 딸과) 혼인할 때 가브리엘 천사가 내려와 바다에 갈대를 심었다. 그러자 그곳에 모래언덕이 생기더니 (점점 커져 장차 이스라엘을 칠 로마와 같은) 큰 도시가 세워졌다(바빌론 탈무드 샤밧 56ㄴ).

 

라삐 유단이 말하였다. 솔로몬은 일곱 해 동안 성전을 지었다. 그동안 그는 포도주를 마시지 않았다. 다 짓고 나서 파라오의 딸 비트야와 혼인하였는데 그때는 밤새 포도주를 마셨다. … 파라오의 딸을 맞은 기쁨이 성전을 지은 기쁨보다 더 컸다. 그때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예루살렘을 쓸어버리시기로 하셨다. “이 도성은 사람들이 그것을 세울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나에게 분노와 진노를 불러일으켰으므로 내 앞에서 그곳을 쓸어버리겠다”(예레 32,31).

 

라브 호니야가 말하였다. 파라오의 딸은 그날 밤 여든 가지의 춤을 추었다. 현인들이 말하였다. 파라오의 딸은 그를 위해 천 가지의 노래를 들여와, 그날 밤 그 앞에서 노래하며 말하였다. “이 이방신 앞에서는 이렇게 노래하고 저 이방신 앞에서는 저렇게 노래합니다.” 그는 또 솔로몬의 침대 위에 휘장을 치고 온갖 보석과 진주들을 박아 별들과 행성들처럼 반짝이게 하였다. 솔로몬은 늘 서서 별들과 행성들을 보느라 아침 늦게까지 잤다. 라삐 레위가 말하였다. 아침 타미드 기도 시간이 다 되어 가고 게다가 그날은 성전 봉헌식이 있는 날이었다. 솔로몬은 자고 있고 성전 열쇠는 그의 머리맡에 있어, 이스라엘은 어찌할 바를 몰라 슬펐고 왕국의 공포가 깨어날까 두려웠다. 그들이 솔로몬의 어머니 밧 세바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그녀가 들어가 그를 깨우고 꾸짖었다. “마싸 임금 르무엘의 말로서 그의 어머니가 가르친 것.”(잠언 31,1)이라고 한 대로이다. 그녀는 자기 신발짝을 들고 그를 여기저기 철썩철썩 때렸다. “아, 내 아들아! 아, 내 몸에서 난 아들아! 아, 내가 서원하여 얻은 아들아!”(2절)(바빌론 탈무드 산헤드린 70ㄴ; 레위기 라바 12,5; 민수기 라바 10,4)

 

유다교 문헌들에 따르면, 솔로몬의 명망은 떠들썩하여 세상 임금들이 앞다투어 자식들을 그의 종으로 내놓고, 짐승들도 밥상의 먹거리가 되고자 제 발로 그의 부엌으로 돌진할 정도였다. 이집트 기술자들에게 수의를 입혀 돌려보냄으로써 속임수를 쓴 파라오에게 통쾌하게 한 방 먹인 일은 솔로몬의 지혜와 재치가 돋보이는 극적인 예지만, 라삐들은 이 일이 ‘성령’에 힘입은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한편 성전 창문을 만들 때는 하느님의 빛을 세상 밖으로 내보낼 것을 고심하여 창문 크기를 정하고, 제단을 만들 때는 사람의 수명을 늘리는 재료인지 줄이는 재료인지를 점검할 만큼 공을 들였다. 그랬으니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며, 병들지 않고 죽지 않아, 중단 없이 무사히 주님의 집 공사를 마쳤으리라.

 

한때 악에서 먼 의인이었고 하늘의 신비를 알았던 현인 솔로몬도, 파라오의 딸이 들여온 이방 세계의 신기한 문물 앞에서는 잠자는 것도 잊고 기도 시간도 건너뛰었으며, 정성 들여 지은 주님의 집 봉헌 예식도 놓쳐 버린다. 어머니 밧 세바의 호통이나 통곡도 부질없어, 가브리엘 천사가 나서 그를 벌할 도시를 세운다. 이처럼 라삐들은 장차 이스라엘에 닥칠 재앙의 발단이 솔로몬의 혼인에서 비롯되었음을 성찰하였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건 반짝이는 지혜도 공들여 지어 바친 당신 집도 아니라 당신을 충실히 섬기는 것이다.

 

* 강지숙 빅토리아 - 의정부 한님성서연구소에서 구약 성경과 유다교 문헌을 연구하고 있다.

 

[경향잡지, 2020년 1월호, 강지숙 빅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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