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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탈출기 함께 읽기: 모세의 소명(탈출 5,1-7,7)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2-02 조회수6,792 추천수0

[탈출기 함께 읽기] “모세의 소명”(탈출 5,1-7,7)

 

 

탈출기 5장 1절에서 7장 7절은 모세의 사명이 파라오의 거부로 실패하고, 다시 소명을 받는 사건을 전해줍니다.

 

모세는 아론과 함께 파라오에게 가서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 백성을 내보내어 그들이 광야에서 나를 위하여 축제를 지내게 하여라.’”라는 주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모세와 아론은 이스라엘 백성의 대표로 나선 것입니다. 모세는 원로들과 함께 이집트 임금 파라오에게 가서 “주 히브리인들의 하느님께서 저희에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러니 이제 저희가 광야로 사흘 길을 걸어가, 주 저희 하느님께 제사를 드릴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3,18)라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야하는 사명을 받았었습니다. ‘사흘 길’은 꽤 먼 거리를 표현하는 관용구입니다. 이 요구 조건은 넷째 재앙 이후 파라오와의 협상에서 계속 제기됩니다(3,18; 5,1-3; 8,23). ‘이스라엘 백성을 내보내어 광야에서 축제를 지내게 하라.’라는 말씀은 모세의 말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따라서 이 말씀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매우 중요한 메시지이므로 그 말씀을 대신 전한 이가 누구이든지 순종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떠나 광야로 나가는 목적이 3장에서는 “제사 드리기” 위해서, 4장에서는 “예배드리기” 위해서인 반면, 5장에서는 “축제를 지내기” 위해서입니다. 축제는 정해진 때에 어떤 장소로 가서 함께 드리는 종교 예식이며 노동에서 해방되는 쉼의 시기입니다. 그런데 주님을 만나는 장소가 풍요의 땅 이집트가 아닌 척박한 땅 광야입니다. 이는 곧 주님은 광야의 하느님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파라오는 “그 주님이 누구이기에 그의 말을 듣고 이스라엘을 내보내라는 것이냐? 나는 그 주님을 알지도 못할뿐더러, 이스라엘을 내보내지도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파라오는 주님이라는 하느님의 이름을 처음 들어볼뿐더러 그 하느님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알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로써 본인 스스로를 신격화한 가짜 신 파라오와 참된 주님이신 하느님이 맞서기 시작합니다. ‘야훼가 누구이신가?’라는 주님의 정체성을 묻는 물음은 주님을 믿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것입니다.

 

5장 6-14절에서 파라오는 작업 감독들과 조장들에게 이스라엘 백성에게 일을 더 심하게 시키도록 명령합니다. 이러한 억압의 강화는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에게 걸었던 기대가 헛된 것임을 밝혀 서로를 갈라놓으려고 하는 것인 동시에 작업 강도가 주님이 아니라 파라오 자신의 뜻에 달려 있다는 현실을 깨닫게 하여 파라오만을 섬기도록 하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파라오는 항변하러 온 조장들에게 ‘가서 제사를 드리겠다.’라는 허튼 소리를 하는 모세와 아론에게 문제가 있음을 암시합니다.

 

조장들은 모세와 아론에게, “주님께서 당신들을 내려다보시고 심판해 주셨으면 좋겠소.”라고 악담을 합니다. 모세는 “주님, 어찌하여 이 백성을 괴롭히십니까? 어찌하여 저를 보내셨습니까? … 당신께서는 당신 백성을 도무지 구해 주시지 않습니다.”라고 주님께 탄원을 드립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의 탄원에 대해 모세를 향해, 이스라엘 자손들을 향해, 파라오를 향해 응답하십니다. 실망에 빠진 모세에게 하느님께서는 “이제 너는 내가 파라오에게 어떻게 하는지 보게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며 ‘이집트의 재앙’을 예고하십니다. 이어서 모세는 다시 소명을 받는데, 이는 앞서 3장과 4장에 나온 모세의 소명 기사와 비슷합니다. 모세의 사명은 하느님께서 선조들과의 계약을 기억하시어 이스라엘 자손들을 종살이에서 빼내시고, 맹세하신 땅으로 데려가겠다는 말씀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나는 야훼다.”(6,2)라고 선언하십니다. “나는 야훼”라는 하느님의 자기소개가 모두 네 번 언급되는데(6,2.6.7.8), 이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약속과 그 권위를 강조하면서 이것이 확실하게 실현될 것임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 이전 시대에는 야훼(주님)라는 이름으로 당신을 알리지 않으셨습니다. “나는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에게 ‘전능하신 하느님’으로 나타났으나, ‘야훼’라는 내 이름으로 나를 그들에게 알리지는 않았다.”라는 말씀에서 “전능하신 하느님”(히브리 말로, 엘 샤따이)이란 성조들에게 잘 알려진 하느님의 이름입니다(창세 17,1; 28,3; 35,11; 48,3).

 

모세가 이 기쁜 소식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했지만, 그들은 기가 꺾이고 힘겨운 종살이에 시달려 모세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다시 모세에게 “이스라엘 자손들을 자기 땅에서 내보내라.”라고 파라오에게 전하라고 이르십니다. 이제 종교 축제가 아닌, 조건 없는 해방이 명확하게 언급됩니다.

 

6장 28절에서 7장 7절은 3장부터 이어져 오는 하느님과 모세의 길고 긴 대화, 소명과 사명을 둘러싼 논의의 맺음말입니다. 주님께서는 모세를 미디안 땅 광야가 아닌 ‘이집트 땅’에서 부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고난받는 백성의 삶의 자리인 이집트에서 “나는 주님이다. 내가 너에게 이르는 말을 모두 이집트 임금 파라오에게 전하여라.”라고 하십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 우리의 삶의 자리에, 삶의 현장에 함께 계신다는 것은 우리에게 커다란 위안과 희망을 줍니다.

 

자기 입이 안 떨어져 파라오에게 말을 전하지 못한다고 하는 모세에게 하느님께서는 “나는 너를 파라오에게 하느님처럼 되게 하겠다.”라고 말씀하시며 “너의 형 아론은 너의 예언자가 될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의 해방을 통해 ‘이집트인들이 당신이 주님임을 알게’ 하고자 하신 것입니다. 모세와 아론은 “주님께서 자기들에게 명령하신 대로” 행하는 그분의 도구입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0년 2월호, 조성풍 신부(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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