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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탈출기 함께 읽기: 시나이 산과 십계명(탈출 19,1-20,21)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6-09 조회수9,070 추천수0

[탈출기 함께 읽기] “시나이 산과 십계명”(탈출 19,1-20,21)

 

 

탈출기 19장에서 40장에서는 이스라엘 백성의 시나이 체류를 보여줍니다. 계약 체결(19-24장)에는 계약의 파기를 가져온 금송아지의 일화와 계약 체결 갱신 이야기(32-34장)가 연결됩니다. 곧 탈출기 19-24장은 하느님의 현현, 계약 조건(십계명과 기타 규범)의 제시, 백성의 동의와 계약 체결을 알려줍니다. 탈출기 32-34장은 이스라엘이 저지른 계약 파기, 모세의 중재, 하느님의 계약 갱신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이 두 이야기 사이에 이동 성소의 건립과 예배 의식의 제정에 관하여 주님께서 내리시는 일련의 지시들이 소개되는데(25-31장), 이 지시들은 35-40장에서 수행됩니다. 두 개의 법률집, 곧 십계명(20,1-17)과 계약의 책(20,22-23,19)은 계약이 체결되는 이야기 틀 안에 놓여 있습니다.

 

이스라엘 자손은 첫째 달 열닷샛날에 이집트를 떠나(12,17-18; 민수 33,33), 둘째 달 보름에 신 광야에서 불평한 뒤 만나를 받았고(16,1), 셋째 달 바로 그날 시나이 광야에 도착합니다(19,1). 이제 이스라엘은 둘째 해 둘째 달 스무날에 떠날 때까지 이곳에서 일 년 가까이 머물며 하느님의 계시를 받습니다(탈출 19,3-민수 10,10). 탈출기 19장은 모세가 세 차례 시나이 산을 오르내리며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모습을 전합니다. 그는 유일하게 산봉우리까지 오를 수 있으며, 하느님의 현존에 가장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십계명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주님의 말씀이 그의 중재를 통하여 백성에게 전해집니다.

 

탈출기 19장 3-8절은 24장 3-8절의 이야기를 준비하며 예고합니다. 일찍이 하느님을 만나 사명을 받았던(3,1-5) 모세는 그 거룩한 산에 다시 돌아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올라갑니다. 이제부터 모세는 산에 계신 하느님과 그 산 앞에 있는 백성 사이를 오르내리면서 중요한 계시를 전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의 자손들을 ‘야곱 집안’이라고 부르십니다. 탈출기 첫머리에 나왔던 야곱(1,1.5)을 다시 언급하면서 선조들과의 연속성을 강조하고, 또 그들과 맺은 계약(2,24; 6,2-4)을 뛰어넘는 계약이 체결될 것을 암시합니다. 주님께서는 “이제 너희가 내 말을 듣고 내 계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서 나의 소유가 될 것이다.”(19,5)라고 말씀하십니다. ‘계약’은 두 주체 사이의 관계를 정립하고 규정합니다. 새로운 관계를 맺고자 주도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조건절의 표현(~을 지키면)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자유로운 동의를 요구하시면서, 진정한 상호 관계를 기대하십니다. ‘하느님의 소유가 된다’는 것은 주님과 특별한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주님께서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너희는 나에게 사제들의 나라가 되고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다”(19,6)라고 말씀하십니다. “사제들의 나라”라는 표현은 구약 성경에서 여기에만 나오는데, ‘너희가 사제들의 지도를 따르는 민족이 될 것이다.’ 또는 ‘너희는 각자가 사제의 직분을 수행하는 민족이 될 것이다’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거룩한 민족”은 다른 민족들과는 구분되는 하느님께 소속됨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소유’, ‘사제들의 나라’, ‘거룩한 민족’은 이스라엘 백성이 계약을 지키면 어떠한 복을 받게 되는지를 말해 주는 것입니다. 19장 8절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다 함께, “주님께서 이르신 모든 것을 우리가 실천하겠습니다.” 하고 대답합니다. 모세는 백성의 이 말을 주님께 그대로 아룁니다. 백성은 아직 계약 내용(십계명과 계약의 책)을 모르지만 하느님 말씀에 온전히 순종할 것을 약속한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짙은 구름 속에서 모세에게 다가가 말씀하겠다고 이르십니다. 그것은 백성이 모세를 언제까지나 믿게 하려고 하시는 일입니다. 주님께서는 모세에게 이스라엘 백성이 사흘 후 당신을 만날 준비를 어떻게 할지를 자세하게 일러 주십니다.

 

탈출 20장 1-17절에서는 시나이 산에 나타나신 하느님께서 ‘십계명’(‘열 가지 말씀’)을 주십니다. 십계명은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직접 하신 말씀이며, 하느님께서 손수 “당신 손가락으로 쓰신”(31,18) 것으로, 모세가 기록한(24,4) ‘계약의 책’과는 구분됩니다. 성경에서 십계명은 탈출기 20장 이외에도 탈출기 34장과 신명기 5장 6-21절에도 나옵니다. 십계명에는 하느님과의 관계와 관련된 금령들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 관련된 금령들이 들어 있습니다. ‘~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 명령문은 언뜻 보면 자유를 제한하는 것 같으나 사실 공동체를 위협하는 최소한의 행위를 피하도록 밝혀 오히려 자유를 보장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금령들 사이에 안식일과 부모 공경에 관한 두 개의 긍정적 명령이 담겨 있습니다. 탈출기 20장은 사용된 어휘와 내용에 따라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앞부분에는 ‘주 너의 하느님’이란 구절이 들어 있어(20,2.5.7.10.12) 하느님에 대한 의무를 일깨워줍니다. 반면 뒤에는 하느님에 대한 언급이 없어 인간 사이의 행동을 알려줍니다(20,13-17). 이 둘을 잇는 계명이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입니다.

 

십계명을 세는 데에는 유다교(2.3-6.7.8-11.12.13.14.15.16.17절), 아우구스티누스 성인 방식을 사용하는 가톨릭과 루터교(3-6.7.8-11.12.13.14.15.16.17ㄱ.17ㄴ절), 그리고 정교회와 개신교(3.4-6.7.8-11.12.13.14.15.16.17절)에서 사용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탈출기에서 십계명은 시나이 계약을 맺는 첫머리에 소개됩니다. 이는 십계명이 위반에 대한 처벌 규정이 있는 일반적 법률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지키도록 명령받은 근본 규범임을 뜻합니다. 예수께서는 십계명의 근본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임을 분명히 밝히시면서, 삶의 자리에서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나는 너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 낸 주 너의 하느님이다.”(20,2)라고 말씀하십니다. ‘나는 야훼 너의 하느님이다’라는 표현은 구약성경에서도 매우 드문 것으로, 지금까지 탈출기에 표현된 내용을 요약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이름 ‘야훼’를 계시하신 것은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탈출시키겠다는 약속을 떠올리게 합니다(6,2: “나는 야훼다”). 하느님의 자기 계시는 이제 십계명 안에서도 드러납니다.

 

“너에게는 나 말고 다른 신이 있어서는 안 된다.”(20,3)는 첫 계명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과의 계약관계에 따라 다른 신에게 눈을 돌리면 안 된다고 밝힙니다. 다른 신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주님만을 섬겨야 한다는 강한 가르침입니다. 주님은 “질투하는 하느님”(20,5)이기 때문에 ‘모습을 본뜬 어떤 신상도 만들어서는 안된다.’(20,4)는 규정 또한 첫 계명에 속합니다. 오늘날 가톨릭과 정교회에서는 성화상을 존중합니다. 그것은 하느님께로 향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표상이요, 그분께 대한 신앙을 나타낸 표현물이기 때문입니다. 이 첫째 계명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마음과 목숨과 정신과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라.”(신명 6,5; 마르 12,30)는 것입니다.

 

“주 너의 하느님의 이름을 부당하게 불러서는 안 된다.”(20,7)는 둘째 계명은 주님의 이름을 거짓된 맹세, 신성 모독, 마술, 저주 등 쓸데없고 위험한 일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이름은 거룩함과 권능을 드러내므로 ‘부당하게’(함부로, 헛되이) 불러서는 안 됩니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켜라.”(20,8)는 긍정적 표현의 셋째 계명은 오직 하느님만이 거룩하시니, 그분을 시간의 주님으로 고백하고 그분의 뜻에 따라 시간을 거룩하게 보내라는 것입니다. 또한 이날은 창조의 완성인 동시에 하느님 안에서의 영원한 쉼, 종말을 기억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교는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을 고백하면서, 안식일 대신 주님께서 부활하신 주간 첫날을 “주님의 날”(묵시 1,10)로 거룩하게 지냅니다.

 

넷째 계명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20,12)입니다. 아버지만이 아니라 어머니도 그 권위와 역할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그에 합당한 인격적·물질적 대우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늙은 부모를 물질적으로 돕는 것도 포함됩니다. 긍정형의 이 계명에 충실한 이에게는 “그러면 너는 주 너의 하느님이 너에게 주는 땅에서 오래 살 것이다.”(20,12)라고 풍부하고 충만한 삶에 대한 강복의 약속이 뒤따릅니다.

 

다섯째 계명은 “살인해서는 안 된다.”(20,13)입니다. 공동체의 유지와 생명의 존엄을 강조하는 이 계명은 처음에는 고의적인 동족 살해를 막던 계명이었는데, 후대로 오면서 모든 인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것으로 확장됩니다. 아울러 생명의 보호는 단순히 목숨의 유지만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각종 권리와 여건을 보호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이 계명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모든 생명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여섯째 계명은 “간음해서는 안 된다.”(20,14)입니다. 간음은 혼인 관계를 깨트리는 치명적인 잘못으로, 한 집안의 가족 관계와 신뢰는 물론 출산과 유산(땅) 상속 문제에 따른 미래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중죄로 여겨졌습니다. 간음은 계약 공동체를 해치는 행위일뿐더러 남자와 여자를 서로의 적합한 협력자로 맺어주시는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도 반하는 일이 됩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의 모든 혼인 관계는 최대한 보호되어야 하며, 특히 남자에게 혼인 관계 보호의 일차적 책임을 지웁니다.

 

일곱째 계명은 “도둑질해서는 안 된다.”(20,15)입니다. 사람은 일을 통해 자기를 실현하는 동시에 일정한 수확물을 거두거나 수익을 통해 생존을 합니다. 그러므로 소유물은 그 집안의 생존과 자유를 보장해주는 역활을 하며, 공동체는 이를 보호해주어야 합니다. 아울러 이 계명은 가난한 이들이 착취당하지 않도록 그들을 보호하는 데에도 관심을 촉구합니다.

 

여덟째 계명은 “이웃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을 해서는 안 된다.”(20,16)입니다. 이 계명은 ‘증언’이란 표현에서 드러나듯 재판 상황을 전제로 합니다. 계약 공동체에 속한 ‘이웃’(자유민) 사이에서 유죄를 가릴 수 있는 주된 근거는 이웃의 증언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거짓 증언은 이웃의 생명과 자유, 명예를 해칠 뿐 아니라 계약 공동체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중대한 죄가 됩니다. 따라서 이 계명은 법정이나 일상에서 자신과 이웃을 해치는 거짓말을 금지하는 것입니다.

 

아홉째 계명은 “이웃의 집을 탐내서는 안 된다.”(20,17ㄱ)이고, 열째 계명은 “이웃의 아내나 남종이나 여종, 소나 나귀 할 것 없이 이웃의 소유는 무엇이든 탐내서는 안 된다.”(20,17ㄴ)입니다. 마지막 두 계명(아홉째와 열째)은 외적 행위를 다룬 다른 계명들과 달리 내적 동기와 욕망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또 율법에 비슷한 병행구가 없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탐냄’은 매력적인 대상을 보았을 때 자연스럽게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그런 감정이 아닙니다. 이것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소유하려는 매우 강렬한 욕망이자 집착으로, 그릇된 행위를 시작할 수 있는 마음 상태를 가리킵니다. ‘집’(bayit)은 이스라엘 남자가 자유민으로서 가진 모든 소유물 - 씨족 재산과 세습 토지를 비롯한 부동산과 농기구 같은 가재도구, 아내와 자녀들, 종과 가축 - 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신명기의 십계명(신명 5,6-21)에는 집 대신 아내가 첫머리에 나오는데(신명 5,21), 가톨릭과 루터교에서는 신명기 표현에 따라 아내와 재물을 구분하여 별개의 계명으로 지키고 있습니다.

 

탈출 20장 18-21절은 십계명에서 계약의 책(계약 법전)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입니다. 여기에서 모세는 계약과 율법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모세는 중재자 역할을 받아들이며 백성에게 “두려워하지들 마라. 하느님께서는 너희를 시험하시려고, 그리고 너희가 그분을 경외하는 마음을 지녀 죄짓지 않게 하시려고 오신 것이다.”(20,20)라고 말합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0년 6월호, 조성풍 신부(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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