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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라삐 문헌 읽기: 예레미야의 눈물 하느님의 눈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6-23 조회수7,617 추천수0

[라삐 문헌 읽기] 예레미야의 눈물 하느님의 눈물

 

 

하느님께서 “행여 유다 집안이 … 저마다 제 악한 길에서 돌아서면, 나도 그들의 허물과 죄를 용서해 주겠다.”(예레 36.3)고 하셨지만, 그들의 허물은 냉혹한 심판을 면할 수 없었다. 예루살렘은 “잊지 못할 영원한 수치와 영원한 수모”(23,40)를 겪으며 결국 허물어졌다. 자신이 예고한 재앙이 예루살렘에서 실현되는 것을 목격한 예레미야 예언자는 절규한다. “아, 내 머리가 물이라면 … 살해된 내 딸 내 백성을 생각하며 밤낮으로 울 수 있으련만!”(8.23)

 

다음은 유다의 몰락의 지켜본 예레미야의 통곡과 하느님의 애통함을 전하는 미드라시들이다.

 

 

산을 두고 울음과 곡을 터뜨리고 광야의 목초지를 두고 애가를 부르리라

 

예레미야는 아나톳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에 성전에서 연기가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생각하였다. ‘이스라엘이 회개하고 돌아와 예물을 바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아마도 향 연기가 올라가는 것일 거야,’ 그러나 성벽 위에 서서 보니 예루살렘 성전과 성벽은 무너져 황폐해져 있었다. 그는 부르짖었다. “주님, 당신께서 저를 꾀시어 저는 그 꾐에 넘어갔습니다”(20.7).

 

그는 또 울부짖었다. “죄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유배자들은 어디로 끌려갔을까? 나도 그들이 간 길을 함께 가야겠다.” 그는 길바닥이 죽어간 이들의 피로 흥건한 것을 보았다. 또 포로로 끌려가는 젖먹이들의 발꿈치들을 보았다. 그는 엎드려 그것들에 입을 맞추었다. 유배 가는 이들에게도 절하고 입을 맞추었다. 쇠사슬에 목이 묶인 채 끌려가는 젊은이들 무리를 보자 그들 무리에 자신의 머리를 내밀었다. 느부자르아단이 그를 떼어 놓았다. 그는 또 무거운 쇠고랑을 찬 노인들 무리를 보았다. 그는 그들에게도 목을 들이밀었다. 느부자르아단이 그를 떼어 놓았다. 그는 그들 때문에 울고 그들은 그 때문에 물었다. 그가 말하였다. “내 형제, 내 백성이여, 내가 예언한 말들을 듣지 않은 것은 정말 큰 잘못이었소.”

 

예레미야가 프랏 외디에 이르렀을 때 느부자르아단이 말하였다. “그대가 만일 나와 더불어 바빌론으로 가는 것이 좋으면 같이 갑시다”(40,4). 예레미야는 생각하였다. ‘내가 그들과 바빌론으로 가는 것이 예루살렘에 남은 이들에게는 불편해 것이다.’ 그는 그들에게서 나왔다. 유배자들은 떠나는 예레미야를 보고 목 놓아 울부짖었다. “우리의 아버지 예레미야, 정녕 당신은 우리를 버리십니까?” … “만일 여러분들이 시온에 있는 동안 회개의 눈물을 흘렸다면, 이처럼 유배 가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오.”

 

예레미야는 길을 떠나 울며 말하였다. “이를 어쩌나, 성읍의 중요한 곳들은 또 어찌 되었을꼬.” 그는 돌아오는 길에 잘려진 손가락 발가락들이 나뒹구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것들을 기도 수건에 주워 담아 만지고 품에 안고 입 맞추며 울부짖었다. “내 아들아, 그래서 내가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내가 산을 두고 울음과 곡을 터뜨리고 광야의 목초지를 두고 애가를 부르리라.’(9,9)고 하지 않았던가. 그 훌륭하고 찬양받을 산을 두고 울고 통곡하며, 야곱의 목초지를 두고 애가를 부르다니”(프시크타 라바티, 26,6).

 

 

그날에 주 만군의 주님께서 너희에게 통곡하고 애곡하라고 … 이르셨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성전을 멸하시면서 말씀하셨다. “내가 그 안에 있는 내내 세상의 백성들은 그곳에 오지 않았다. 나도 그들을 거들떠보지 않고, 세상 마지막 날까지 그곳에 눈길도 안 주리라. 적들이 와서 그곳을 쓸어버리리라.” 이렇게 맹세하시고 돌아서시며, ‘원수 앞에서 당신 오른손을 거두셨다’(애가 2,3 참조).

 

그때 원수들이 성전에 들어와 불을 질렀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다시는 땅에 내 자리를 두지 않겠다. 나의 세키나(주님의 영광)는 그곳에서 떠나 나의 첫 처소로 올라가리라.” 또 우시며 말씀하셨다. “애통하여라, 나의 세키나는 이스라엘에 자리 잡았건만, 이제는 그들이 죄를 지어 본디 장소로 돌아오다니. 나는 이방인들에게 웃음거리, 피조물들에게 조롱거리가 되었다.”

 

그때 메타트론(천사)이 와서 그분 앞에 쓰러져 아뢰었다.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 제가 울 테니 당신께서는 울지 마십시오.”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나를 울지 못하게 한다면, 너는 들어오지 못하는 곳으로 들어가 울 것이다. ‘너희기 순종하지 않으면 내 영혼은 … 숨어 울며 눈물을 흘리리라’(예레 13,7)”.

 

하느님께서 구원의 천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집에 가 보자. 적들이 그곳에 무슨 짓을 했는지 보자.” … 그분께서 성전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정녕, 적들이 와서 그들 마음대로 노략질한 이곳이 내 집이라니.” 하시며 울부짖으셨다. “어쩌다 내 집이 이 모양인가. 내 자녀들아, 어디에 있느냐? 나의 사제들과 레위인들아, 어디에 있느냐? … 나는 너희에게 경고했으나 너희는 회개하지 않았다.”

 

그분께서 예레미야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혼인 장막을 세우다 그 아래에서 죽은 외아들을 둔 사람과 같다. 너는 나 때문에 내 아들 때문에 이토록 고통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가서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모세를 그들 무덤에서 불러들여라. 그들은 울어 줄 것이다.”

 

예레미야는 곧바로 막펠라 동굴로 가서 성조들을 불렀다. 그들이 말하였다. “무슨 일이기에 주님 앞에 간청하란 말이냐?” 예레미야는 모른다고 하였다. 그들이 “너의 시대에 우리 자손들에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다니!” 하고 말할까 두려워서이다.

 

예레미야는 그들을 떠나 요르단 강둑에 서서 모세를 불렀다. 모세가 말하였다. “무슨 일이기에 주님 앞에 간청하란 말이냐?” 예레미야는 말하였다. “모릅니다.”

 

모세는 예전에 토라를 받은 일로 알고 지낸 구원의 천사들을 찾아가 물었다. “하늘의 천사님, 제가 하느님 앞에 무엇을 간청해야 할지 아십니까?” 천사들이 대답하였다. “아므람의 아들아, 성전이 무너지고 이스라엘이 추방된 것을 모르느냐?” 그는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입혀 주신 영광의 옷을 찢고 손으로 머리를 움켜잡고는 울며불며 성조들에게 달려갔다. 성조들이 그에게 말하였다. “모세는 이스라엘의 목자, 무슨 일이 있느냐?” 모세가 대답하였다. “나의 아버지의 조상들이시여, 성전이 무너지고 이스라엘이 세상 백성들 사이로 추방된 것을 모르십니까?” 그러자 그들은 모두 자기 옷을 찢고 손으로 머리를 움켜잡고는 을며불며 성전 문으로 달려갔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그들을 보셨고, “그날에 주 만군의 주님께서 너희에게 통곡하고 애곡하라고, 머리털을 깎고 자루옷을 두르라고 이르셨다”(이사 22,12), 그들은 죽음이 코앞에 닥친 사람처럼 이 문에서 저 문으로 오가며 통곡하였다.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애통하여라. 젊어서는 성공하였으나 늘그막에는 실패한 임금!”(애가 라바 서문, 24; 얄쿳 시므오니 애가편, 996)

 

무너진 예루살렘 도성과 파괴된 성전의 모습은 참혹하다. 유배자들의 뒤를 쫓으며 피범벅이 된 땅과 끌려가는 젖먹이들의 발꿈치에 입을 맞추고, 포로가 된 젊은이들과 노인들 무리에 머리를 들이밀며, 바닥에 나뒹구는 손가락 발가락을 품에 안고 울부짖는 예레미야의 모습은 거의 실성한 사람 같다. 예언자의 운명이란, 훌륭한 산을 두고도 곡을 하고 푸른 목초지를 두고도 애가를 불러야 할 만큼 참담한 것인가.

 

하느님의 애통함도 이에 못지않다. 예레미야만으로는 부족하여 성조들과 모세를 무덤에서 불러들이시고는, ‘조상들에게 준 도성’(예레 23,39 참조)의 물락을 알려 이들과 함께 애도하실 정도다. 예루살렘 성전과 도성의 함락을 하느님의 실패로 규정하고, 하느님 스스로 ‘젊어서는 성공하였으나 늘그막에는 실패한 임금’임을 고백하시게 하다니, 유다교 현인들의 성찰이 놀랍다.

 

* 강지숙 빅토리아 - 의정부 한님성서연구소에서 구약 성경과 유다교 문헌을 연구하고 있다.

 

[경향잡지, 2020년 4월호, 강지숙 빅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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