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사목교서 ‘성서의 해Ⅱ’ 특집] 루카 복음서와 사도행전 – 두 권으로 구성된 하나의 작품 루카 복음서는 네 복음서 중에서 가장 길고 짜임새 있는 작품입니다. 복음서의 원어인 그리스어의 문체가 수려하고, 어휘도 매우 풍부하며, 문학적 기교면에서도 다른 복음서들보다 월등히 뛰어납니다. 무엇보다도 루카 복음서는 초대 교회의 역사를 다루는 ‘사도행전’(네 복음서 다음에 위치)과 하나의 작품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합니다. 다시 말하면, 동일한 저자가 ‘예수님의 구원 역사’와 ‘제자들의 선교 역사’를 하나의 연속적인 이야기로 구상했다는 것입니다. 루카 복음서와 사도행전에는 저술 목적을 소개하는 머리말이 각각 등장하는데(루카 1,1-4; 사도 1,1-5), 여기서 두 작품 모두 “테오필로스”라는 어떤 인물에게 헌정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루카 1,3: “존귀하신 테오필로스 님, 이 모든 일을 처음부터 자세히 살펴본 저도 귀하께 순서대로 적어 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 사도 1,1: “테오필로스 님, 첫 번째 책에서 저는 예수님의 행적과 가르침을 처음부터 다 다루었습니다.” 사도 1,1이 언급하는 “첫 번째 책”은 바로 루카 복음서를 가리킵니다. 루카 복음서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성령을 보내주겠다는 약속, 그리고 그분의 승천 사건을 언급하면서 마무리되는데(루카 24,49-53), 사도행전은 이와 같은 사건을 다시 언급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사도 1,6-11). ‘첫 번째 책’ 마지막 부분과 ‘두 번째 책’ 시작 부분의 내용이 중첩되는 것은 두 작품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자 하는 저자의 문학적 의도로 읽혀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루카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하나로 작품으로 생각할 때, 그 중심에는 “예루살렘”이 있습니다. 예루살렘은 예수님의 구원 역사(수난 · 죽음 · 부활 · 승천)가 완성된 곳이며 동시에 사도들의 선교 역사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루카 복음서가 ‘갈릴래아에서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예수님의 여정을 담고 있다면, 사도행전은 다시 ‘예루살렘에서 세상으로’ 향하는 사도들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루카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기록한 저자는 누구일까요? 교회의 오랜 전통은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인물, 바오로 사도의 선교 여행을 동반한 의사 출신의 “루카”를 지목합니다(참조: 콜로 4,14; 2티모 4,11; 필레 24). 실제로 사도행전에서 저자는 “우리”라는 표현을 쓰면서 자신이 바오로 사도의 선교 동반자였던 것처럼 기술합니다(사도 16,10-17; 20,5-15; 21,1-18; 27,1-28,26). 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우리”라는 표현이 이야기의 객관성을 강조하기 위한 일종의 문학적 수완일 뿐, 그것이 저자가 바오로 사도의 선교 동반자였음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오늘날 학자들은 - 마태오와 마르코 복음에서도 그랬듯이 - 루카 복음서와 사도행전의 실제 저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본문의 내용을 통해 드러나는 저자의 모습에 더 관심을 기울입니다. 두 작품에서 드러나는 유려한 그리스어 문체와 다양한 수사학적 기법을 생각할 때, 저자는 그리스어에 굉장히 능통하고 문학적 소양이 높으며, 심지어 구약성경과 유다인들의 관습에도 상당한 지식을 갖춘 어떤 이방계 그리스도인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마도 그는 기원전 80~90년경, “테오필로스”라는 인물을 비롯한 이방계 그리스도인들을 대상으로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루카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하나의 작품으로 함께 읽게 되면, 우리는 저자가 갖고 있는 역사관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구원 역사를 ‘이스라엘의 시대’, ‘예수님의 시대’, ‘교회의 시대’ 이렇게 세 시기로 구분합니다. 요한 세례자까지의 시대는 이스라엘의 시대, 즉 율법과 예언서의 시대이며(루카 16,16) 구원을 향한 약속의 시대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구원자 예수님께서 나타나시는데, 그가 지상에서 활동하신 기간이 바로 구원의 정점에 해당하는 시대입니다. 루카 복음은 이 두 번째 시대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예수님 승천 이후에 제자들에게 성령이 내려온 순간(사도 2장)부터 교회의 시대가 열립니다. 사도행전은 바로 이 세 번째 시대를 이야기합니다. 예수님 시대는 교회 시대의 근간을 이루는데, 사도들은 이를 바탕으로 교회를 성장시키며 땅끝에 이르기까지 예수님께서 전하신 복음을 전하게 됩니다. 구원자로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의 시대, 그리고 이 시기와 단절없이 이어지는 교회의 시대를 다루는 루카 복음서와 사도행전에 대해서 다음 시간에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020년 7월 12일 연중 제15주일 인천주보 3면, 정천 사도 요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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