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사목교서 ‘성서의 해Ⅱ’ 특집] 사도행전 - 예루살렘에서 땅 끝에 이르기까지 루카 복음서와 사도행전이 같은 저자에 의해 쓰여진 하나의 연속적인 이야기라는 사실을 우리는 지난 시간에 이미 살펴보았습니다. 첫 번째 책이 “예수님의 구원 역사”를 다루고 있다면, 두 번째 책은 예수님에게서 파견된 “사도들의 선교 역사”, 즉 초대 교회 공동체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사도들의 여정은 예수님께서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고 승천하신 예루살렘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기 전에 다음과 같은 말씀을 남기십니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 우리는 이 구절에 따라, 28장으로 구성된 사도행전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반부(1-12장)는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즉 팔레스티나 지역의 선교 이야기를 전합니다. 먼저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사도들의 선교가 이루어지다가 스테파노의 순교 이후에 교회가 박해를 받기 시작하자 신자들이 유다와 사마리아 지방으로 흩어지게 됩니다(사도 8,1-3).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이 지역에 복음을 전파하는 계기가 됩니다(8,4). 사도행전의 후반부(13-28장)는 복음이 “땅 끝에 이르기까지”의 여정, 다시 말하면 팔레스티나 밖 이방인 지역의 선교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 후반부에서는 바오로 사도의 활동이 주를 이룹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안티오키아에서 출발하여 여러 지역의 도시들을 방문한 다음 다시 안티오키아로 돌아오는 선교 여행을 무려 세 차례나 수행합니다: 제1차(13,1-14,28); 제2차(15,36-18,22); 제3차(18,23-21,16). 그리고 바오로는 예루살렘에서 체포된 후에 마지막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27,1-28,16), 그 종착지는 바로 전 세계를 지배하던 로마 제국의 수도 “로마”였습니다. 이를 통해 “땅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1,8)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실현됩니다. 사도행전은 로마에서 “담대히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는”(28,31) 바오로 사도의 모습을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사도행전이 다루는 교회의 역사는 오순절에 일어난 성령강림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성령이 “불꽃 모양의 혀들”로 나타나 사도들 위에 내려앉자, 이들은 여러 가지 언어로 말을 하게 됩니다(사도 2,1-13). 이때부터 사도들의 선교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그들은 성령으로 가득 차 담대하게 복음을 전파할 수 있게 됩니다. 사실 “성령”은 루카-사도행전 저자의 주요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루카 복음을 “성령의 복음서”, 사도행전을 “성령의 행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루카 복음서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은 하나 같이 성령으로 가득 찬 사람들입니다. 세례자 요한(1,15), 마리아(1,35), 엘리사벳(1,41), 즈카르야(1,67), 시메온(2,25), 특히 예수님(3,22; 4,1)께서 그러하십니다. 사도행전도 마찬가지입니다(사도들, 일곱 봉사자, 스테파노, 바르나바). 특히 사도행전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담당하는 핵심 인물인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는 성령으로 가득 차 예수님의 복음을 담대히 선포합니다(사도 4,8; 13,9). 결국 성령은 교회 활동의 근원이자 원동력으로서 만민에게 구원을 선포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은총과 능력을 항상 충만히 내려주시며 친히 그 여정을 완성으로 이끄시는 분으로 드러납니다. 사도행전에서의 사도들은 루카 복음서의 예수님과 매우 비슷하게 묘사됩니다. 베드로와 바오로는 예수님처럼 설교하고 불구자를 걷게 하며 죽은 사람도 살려냅니다. 또 예수님처럼 유다인들의 최고 의회 앞에까지 서게 됩니다. 최초의 순교자로 기억되는 스테파노의 수난은 예수님께서 겪으신 수난과 매우 비슷하게 묘사됩니다. 특히 스테파노는 숨을 거두기 전에 예수님과 비슷한 말로 기도합니다: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사도 7,59; 루카 23,46);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사도 7,60; 루카 23,34). 저자는 이렇게 사도들의 모습을 예수님의 모습과 일치시킴으로써 예수님과 초대 교회의 연속성을 강조합니다. 교회는 다른 일이 아니라 바로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그대로 이어받아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교회의 초석이 된 사도들이 죽는 순간까지 스승이신 예수님을 철저히 따랐던 것처럼, 같은 교회의 구성원이 된 우리 신앙인들도 예수님을 충실히 따르는 삶을 살아갑시다. [2020년 7월 26일 연중 제17주일 인천주보 3면, 정천 사도 요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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