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 사도행전 읽기 (9) 베드로 수난기(사도 12,6-19) 기원후 41년 왕위에 오른 헤로데 아그리파스는 교회의 책임자들을 박해하기 시작합니다. 소수 집단을 희생 삼아 다수의 유다 백성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임과 동시에 로마 제국의 지지를 받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야고보의 순교를 보고 유다인들이 기뻐하자 베드로를 잡아들여 죽이려 합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수난기와 연결된 일종의 베드로 수난기가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 파스카 무렵 무덤에 누워 있었듯이 이번에는 베드로가 감옥에 누워 있고(12,6), 경비병이 예수의 무덤을 지키고 있었던 것처럼 베드로의 감옥 문 앞에 파수병들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무덤에서 풀어주신 듯 베드로를 풀어주실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루카는 두 개의 쇠사슬, 네 명씩 짠 네 개의 경비조, 두 명의 감시병과 문 앞의 간수들에 대해 상세히 묘사합니다. 그만큼 모든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을 강조합니다. 그런데도 주님께서는 당신이 구원하고자 하는 이를 구원하십니다. 베드로는 주님의 천사가 이끄는 대로 일어나, 허리띠를 매고 신을 신습니다. 그리고 겉옷을 입고 천사를 따라나섭니다. 이렇게 루카는 베드로의 탈출 과정도 상세히 묘사합니다. 이 이야기가 실제 벌어진 이야기임을 강조하기 위함인 듯합니다. 그런데 베드로마저도 자신이 겪고 있는 이 상황이 환시려니 생각할 정도로 이 사건은 불가사의한 사건임이 분명합니다. 베드로는 정신을 차리고 주님의 구원이 자신에게 이루어졌음을 깨닫고 마르코라고 하는 요한의 어머니 마리아의 집으로 갑니다. 이 집은 당시 초대 교회 사람들이 기도하던 곳이었습니다. 이 집에 모인 사람들 가운데 로데라는 하녀가 베드로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너무 기뻐서 달려가 사람들에게 알립니다. 마치 막달라 여자 마리아가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기쁜 나머지 제자들에게 알리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가 도리어 정신 나갔다고 생각하며 베드로의 유령이 나타난 것이라 여깁니다. 하지만 성경은 분명히 이야기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도, 풀려난 베드로도 실재였다고 말입니다. 베드로는 사람들을 조용히 시킨 뒤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모두 알려주고, 이 일을 ‘야고보’와 다른 형제들에게 알려주라고 권고한 뒤 다른 곳으로 떠납니다. 여기서 언급된 야고보는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의 으뜸이자, 예루살렘의 첫 번째 주교였던 야고보, 아마도 주님의 형제 야고보였을 것입니다. 바오로도 이 인물을 여러 번 소개합니다(갈라 1,19; 2,9.12). 그는 야고보서에서 볼 수 있듯이 실천을 매우 중시하던 인물로, 주님의 형제였기에 교회의 기둥 명단에서 베드로 앞에 언급됩니다. 실제 우리가 읽고 있는 신약성경의 가톨릭 편지들의 순서도 갈라 2,9의 순서에 따라, 야고보서, 베드로 1,2서, 요한 1,2,3서 순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는 사도 15장 사도 공의회에서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2020년 8월 9일 연중 제19주일 가톨릭마산 3면, 염철호 요한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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