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삐 문헌 읽기] 하만의 몰락과 모르도카이의 명예 회복 페르시아 임금 크세르크세스 1세 시절, 디아스포라 유다인인 모르도카이가 공을 세워(에스 2,21-23) 임금에게 신임을 받자 아각 사람 하만은 이를 시기하였다. 재상의 자리에 오른 자신에게 모르도카이가 절을 하지 않자(3,2.5) 그는 더욱 못마땅하여 유다 민족까지 말살하려는 음모를 꾸민다(6절). 다음은 위기에 빠진 모르도카이와 음모를 꾸미는 하만의 처지가 뒤바뀌는 반전에 대한 미드라시로, 바빌론 탈무드 메길라 16ㄴ, 에스테르기 라바 10,4-5,7 등에서 간추렸다. “그날 밤 임금은 잠이 오지 않”았다(에스 6,1ㄱ). 잠을 자야 할 사람들이 모두 잠을 잘 수 없었다. 에스테르는 하만의 연회로 바빴고, 모르도카이는 자루를 쓰고 단식하느라, 하만은 (모르도카이를 매달) 말뚝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그때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잠을 주관하는 천사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아들은 곤경을 겪고 있는데 사악한 이는 침대에서 자고 있다니! 가서 그를 깨워라,” 천사는 바로 내려가 크세르크세스 등 뒤에서 그의 심장을 뛰게 하였다.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배은망덕하구나. 가서 잠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풀어라.” 크세르크세스가 말하였다. “나에게 은혜를 베풀고 보상받지 못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는 주요 사건을 기록하는 일지를 가져와서 읽게 하였다”(1ㄴ절). 임금의 서기였던 하만의 아들이 임금 앞에서 그 기록을 읽었다. “빅탄과 테레스를 … 모르도카이가 고발하였다는 기록이 발견되었다.”(2ㄴ절). 그는 그 일지에서 모르도카이 대목을 건너뛰려고 두루마리를 말았다. 임금이 말하였다. “너는 언제까지 그 일지를 말 것이냐? 네 앞에 있는 것을 읽어라.” 그가 말하였다. “읽을 수 없습니다.” 그러자 본문이 스스로 읽혔다. “모르도카이가 고발하였다.” ‘모르도카이’라는 말이 들리자 임금은 잠이 들었다. 그는 꿈을 꾸었는데, 꿈에서 하만이 등 뒤에서 칼을 뽑아 들고는 진홍색 옷과 머리의 왕관을 벗기고 죽이려고 하였다. 때마침 하만이 문을 두드려 임금은 깨어나 겁에 질려 말하였다. “뜰에 누가 있느냐?”(4절) 사람들이 말하였다. “하만이 뜰에 서 있습니다”(5ㄱ절). 임금이 말하였다. “이는 꿈이 아니라 사실이다. ‘들어오게 하여라’(5ㄴ절).” 그가 들어오자 임금이 말하였다. “임금이 영예롭게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베풀어야 하겠소?”(6절) 하만은 속으로 우쭐해졌다. ‘누가 나보다 높으랴? 누가 나보다 영예로우랴?’ “임금님께서 영예롭게 하시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 어의와 … 말을 내오게 하시어 … 왕관을 씌우게”(7-8절) 하십시오. 왕관이라는 말에 임금은 얼굴색이 변하였다. ‘꿈에서 그가 나를 죽이려 하였지.’ 임금은 말했다. “어서 … 내어다가 … 모르도카이에게 그렇게 실행하시오”(10절). 하만이 말하였다. “저의 주인이신 임금님, 세상에 모르도카이는 많습니다.” “‘유다인 모르도카이’오”(10절). “유다인들 가운데에도 모르도카이가 많습니다.” “‘궁궐 대문에서 근무하는’(10절) 모르도카이오.” “그 모르도카이라면 보상을 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임금은 사자처럼 소리치며 말하였다. “그대가 말한 것 가운데에서 하나도 빠뜨리지 마시오”(10절). 임금은 내시들을 불러 말하였다. “그가 말한 것을 하나도 빠뜨리지 마라.” 그들은 하만과 함께 갔다. 하만은 굴욕스러워하며 임금의 창고에 들어가 … 임금의 옷과 장비를 꺼내고 서둘러 거기서 나왔다. 그리고 마구간으로 들어가 임금의 말을 꺼내 … 말의 굴레를 붙잡고 장비를 어깨에 메고 모르도카이에게 갔다. 모르도카이는 하만이 말을 끌고 오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저 사악한 인간이 말로 나를 짓밟으려고 오고 있구나.” 그는 자기 앞에서 공부 중인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는 어서 달아나라. 나 때문에 곤경에 놓여서는 안 된다.” 제자들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저희는 삶과 죽음 사이에서 스승님과 함께하겠습니다.” 그는 기도 수건을 쓰고 기도하였다. 그동안 하만이 와 제자들 사이에 앉았다. 모르도카이가 기도를 마치자 하만이 말하였다.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의 아들 의로운 모르도카이는 일어나시오. 당신의 자루와 재가 (유다인들을 죽이려고 임금에게 요구한 돈) 나의 은전 만 탈렌트보다 더 값어치 있소. 자루와 재를 벗고 임금의 옷을 입고 임금의 말을 타시오.” 모르도카이가 하만에게 말하였다. “사악한 아말렉의 후손이여, 한 시간만 기다리시오. 내가 쓴 빵을 먹고 물을 마시고 난 뒤에 나를 데려가 말뚝에 매다시오.” “의로운 모르도카이, … 큰 기적이 일어났소. … 이제 일어나 진홍색 어의를 입고 이 왕관을 쓰시오. 임금께서 당신을 영예롭게 하고 싶어 하시니 어서 이 어마를 타시오.” 모르도카이는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기적을 일으키셨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하만에게 대답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바보, 재와 오물 위에 앉아서 어의를 입으란 말이오? 그러는 법은 없소. 씻고 머리를 자르기 전에는 입을 수 없소.” 하만은 정결례 조수와 이발사를 구하려 하였으나 찾지 못하였다. … 그는 어쩔 수 없이 온갖 종류의 향수와 향유를 가져와 그를 직접 씻기고 집에서 가위를 가져와 이발을 시켰다. 모르도카이가 면도를 하자 하만은 한숨을 쉬었다. 모르도카이가 물었다. “왜 한숨을 쉬시오?” “대신들 가운데 으뜸이고 그들보다 높은 자리에 있던 내가 이발사와 조수가 되다니.” 하만은 모르도카이를 차려 입히고 말하였다. “이 말에 올라 타시오.” “나는 노인인데다 단식하느라 기운이 없소.” 하만은 몸을 구부려 목을 숙였고 모르도카이는 그 위로 올라가 말을 탔다. 올라가서는 그를 발로 찼다. 하만이 말하였다. “모르도카이, ‘당신의 원수가 쓰러졌다고 기뻐하지 마시오’(잠언 24,17 참조).” 모르도카이가 말하였다. “사악한 사람아, ‘너는 그들의 등을 짓밟으리라.’(신명 33,29)고 하지 않았소?” 모르도카이는 어마를 타고, 하만은 걸어가면서 외쳤다. “임금님께서 영예롭게 하시고자 하는 사람은 이렇게 된다”(에스 6,11). 이만 칠천 명이 궁궐에서 나와 … 똑같이 외쳤다. 모두 그를 칭송하고 횃불을 켰다. 하만의 딸은 창문으로 아버지를 훔쳐보다가 부끄러워 창밖으로 뛰어내려 죽었다. 이스라엘은 모르도카이의 영광을 보고 그의 오른쪽과 왼쪽에서 걸으며 말하였다. “하느님께서 영예롭게 하시고자 하는 사람은 이렇게 된다.” 모르도카이가 말하였다. “주님, 제가 당신을 높이 기립니다. 당신께서는 저를 구하시어 원수들이 저를 두고 기뻐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시편 30,2). 그의 제자들이 말하였다. “주님께 찬미 노래 불러라. 주님께 충실한 이들아, 거룩하신 그 이름을 찬송하여라. 그분의 진도는 잠시뿐이나 그분의 호의는 한평생 가네”(5-6ㄱ절 참조). 에스테르가 말하였다. “주님, 제가 당신께 부르짖고 저의 주인이신 당신께 자비를 간청하였습니다. ‘제 피가 … 무슨 이득이 됩니까?’”(9-10ㄱ절) 이스라엘이 말하였다. “당신께서는 저의 비탄을 춤으로 바꾸셨습니다”(12ㄱ절 참조). 모르도카이가 말뚝에 매달릴 위기를 모면한 것은 하느님의 개입 덕분이었다. 크세르크세스 임금이 잠 못 들고 모르도카이의 공덕을 떠올리게 하시어 그의 명예를 회복시키신 것이다. 하만은 유다 민족을 몰살할 기회를 놓쳤을 뿐 아니라 모르도카이를 영예롭게 하는 온갖 궂은일까지 도맡게 되었다. 결국 에스테르 왕비의 간청으로 진실이 드러나고 하만은 모르도카이를 노려 준비한 말뚝에 매달려 죽는다. ‘푸림절’은 하느님께서 낯선 땅에서 유배살이하는 당신 백성을 구원하신 사건을 기념하고 재현하는 축제로서, 오늘날까지도 이어진다. * 강지숙 빅토리아 – 의정부 한님성서연구소에서 구약 성경과 유다교 문헌을 연구하고 있다. [경향잡지, 2020년 8월호, 강지숙 빅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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