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 사도행전 읽기 (11) 1차 선교여행의 출발과 키프로스 선교(13,4-12) 드디어 사도 바오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땅 끝까지 당신의 증인이 되라는 예수님의 명령(사도 1,8)을 수행합니다. 안티오키오 교회의 파견을 받은 바르나바와 사울은 안티오키아의 부속 항구 셀레우키아로 내려갑니다. 거기서 일행은 배를 타고 바르나바의 고향 키프로스로 갑니다. 일행은 살라미스의 여러 유다인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합니다. 사실, 초대 교회 때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을 유다교의 한 부분으로 여겼기 때문에 복음을 선포할 때 먼저 회당으로 갔습니다. 이렇게 보니 복음 선포의 첫 번째 대상은 언제나 자기 가족과 자기 동족이었습니다. 가까운 이들에게 먼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 이들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일까요? 물론, 동족 가운데 많은 이들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서도 참된 제자들이 나온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바르나바와 사울 일행이 키프로스 섬을 가로질러 파포스에 다다랐을 때 유다인 마술사 하나를 만나는데, 바르예수, 곧 ‘여호수아의 아들’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루카는 그가 거짓 예언자였다고 전합니다. 그는 세르기우스 바오로라는 이름을 가진 로마 총독의 수행원이었는데, 유다인을 수행원으로 둔 것을 보면 총독은 이미 ‘하느님을 섬기는 이’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디아스포라 상태에서 살아가던 유다인들은 각 지방마다 회당을 세웠는데, 이 회당들을 통해 유다교를 받아들인, 곧 하느님을 섬기게 된 이방인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바르예수를 곁에 두었던 총독은 바르나바와 사울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그들을 불러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자 했습니다. 이를 시기한 그 거짓 예언자가 방해를 하지만 결국 총독은 누가 참된 예언자인지 깨닫게 됩니다. 이를 통해 바르예수가 눈먼 자임이 드러납니다.
사울에서 바오로로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조금 특이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르예수라는 이름에 더해 엘리마스라는 이름이 언급된 뒤 즉시 사울이라는 이름에 더해 바오로라는 이름이 언급됩니다(13,9). 그리고 이 대목 이후로 더 이상 사울이라는 이름이 사용되지 않고, 바오로라는 이름이 사용됩니다. 이에 대해 어떤 학자들은 두 가지 다른 이야기를 편집한 결과라고 말하고, 어떤 학자는 루카가 사울에서 바오로로 이름이 바뀌는 듯한 인상을 주려고 만든 의도적 장치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바오로가 두 가지 이름을 모두 사용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바오로는 유다 사회 안에서는 사울로, 유다 밖에서는 바오로로 불렸을 것입니다. 어찌 되었건 이때부터 사도 바오로는 땅 끝까지 예수님의 증인이 되는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하는 루카의 초대 교회 이야기, 곧 사도행전의 전면에 등장합니다. [2020년 9월 20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가톨릭마산 3면, 염철호 요한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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