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삐 문헌 읽기] 엘카나와 한나 그리고 사무엘 사무엘은 사울과 다윗을 기름 부음 받은 이로서 임금으로 세운, 이스라엘의 마지막 판관이자 예언자요 실로 성소의 사제였다. 그는 아버지 엘카나의 경건함과 어머니 한나의 신실함 덕분에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그들은 하느님께 받은 귀한 아이들을 그분께 다시 봉헌하였고, 사무엘은 하느님의 종으로서 50여 년 동안 그분을 섬겼다. 다음은 사무엘이 태어나기 전 부모에게 얽힌 일화를 전하는 미드라시이다. 엘카나는 일 년에 네 번 실로에 올라갔다. 토라는 세 번을 가라고 규정하였으나 그가 자청해서 한 번 더 간 것이다. 그는 아내와 아들딸, 형제자매들과 모든 친척과 함께 올라갔다. 그들은 올라가는 도중에 어떤 성읍의 광장에서 묵었다. 성읍 전체가 그들을 주목하며 말하였다. 사람들이 그를 일행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시오?” 그들이 말하였다. “실로에 있는 하느님의 집에 가는 중입니다. 거기서 토라와 계명들을 가르쳐 줄 것입니다. 여러분은 왜 우리와 함께 가지 않으십니까? 함께 갑시다.” 사람들은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그들에게 말하였다. “당신들과 함께 가겠습니다.” (처음에는) 다섯 집안이 함께 올라갔다. 다음 해에는 열 집안, 그 다음 해에는 그 지역 전체가 올라가려고 준비했다. 다음 해에는 이전에 간 길로 올라가지 않고 다른 길로 갔다. 그렇게 모두가 올라갈 때까지 그들이 함께했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엘카나야, 너는 이스라엘을 바르게 이끌고 계명들을 가르쳤다. 그들이 네 손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었다. 나는 너한테서, 이스라엘을 올바르게 이끌고 그들에게 계명을 가르치며 그의 손을 통해서 많은 것을 이룰 아들이 나오게 할 것이다(알쿳 시므오니 사무엘편, 77). “프닌나는 … 그의 화를 몹시 돋우었다”(1사무 1,6) 한나는 화가 나고 또 화가 났다. 도대체 프닌나가 한나에게 뭐라고 했기에 그러한가? “너는 큰아들에게 모자를, 작은아들에게 옷을 받아 봤느냐?” 라삐 나흐만 바르 아바가 말하였다. 프닌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한나에게 말하였다. “너는 학교에 보낼 아들들의 얼굴을 씻겨 보지 못하였지?” 저녁 여섯 시에는 이렇게 말하였다. “너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들들을 맞이해 보지 못하였지?” 라브 탐훔 바르 아바가 말하였다. 그들은 식사를 하려 앉았다. 엘카나는 아들들 모두에게 저마다 하나씩 몫을 나눠 주었다. 프닌나는 한나를 화나게 할 작정으로 엘카나에게 말하였다. “이 아들에게 몫을 주시고 저 아들에게도 몫을 주세요. 이 아들한테는 몫이 없네요.” 왜 그랬겠는가? 하느님을 거슬러 “그를 괴롭히려고”(6절) 그런 것이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나를 거슬러 그를 괴롭히는구나. 맹세컨대 천둥이 친 뒤에는 비가 오는 법이다. 나는 곧 한나에게 아들을 줄 것이다”(프시크다 라바티 43,8; 사무엘기 미드라시 1,8). “만군의 주님, 이 여종의 가련한 모습을 눈여겨보시고 …”(1,11) 라삐 엘아자르가 말하였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세상을 창조하신 날부터 한나가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을 ‘만군의 주님’이라고 부를 때까지, 그분을 ‘만군의 주님’이라고 부른 사람은 없다. 한나가 그분 앞에 아뢰었다.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 당신께서 세상에서 창조하신 군대들의 군대 가운데 저에게 아들 하나 주시기가 어렵습니까?” 비유를 들면 이 말은 무엇과 비슷할까? 자기 종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살과 피의 임금과 비슷하다. 가련한 한 사람이 와 입구에 서서 종들에게 말하였다. “저에게 한 조각만 주시오.” 그들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힘껏 밀고 들어가 임금에게 말하였다. “저의 주인이신 임금님, 당신이 마련하신 모든 음식 가운데 저에게 이 한 조각 나눠 주시는 것이 어렵습니까?” 이처럼 한나는 순례를 떠나 온 이스라엘을 보면서,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 앞에 아뢴 것이다.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 이 모든 군대(이스라엘 백성)가 당신의 것이나 저에게는 아들 하나가 없습니다”(바빌론 탈무드 브라콧, 31ㄴ). “한나는 속(마음, 심장)으로 빌고 있었다”(1,13 참조) 라삐 엘아자르가 라삐 요셉 벤 지므라의 이름으로 말하였다. 한나는 심장에 관하여 말한 것이다. 곧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 앞에 이렇게 아뢰었다.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 당신께서 여자에게 만드신 모든 것(몸의 기관) 가운데 한 가지도 헛되이 창조되지 않았습니다. 볼 수 있는 눈, 들을 수 있는 귀, 냄새 맡는 코, 말하는 입, 일하는 손, 걸어 다니는 발, 젖을 먹일 수 있는 가슴. 그런데 이 가슴을 제 심장 위에 두신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저는 젖을 먹일 수 없지 않습니까? 저에게 아들을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가슴으로 젖을 먹이겠습니다”(바빌론 탈무드 브라콧, 31ㄴ). “제가 기도한 것은 이 아이 때문입니다”(1,27) 라삐 엘아자르가 말하였다. 사무엘은 그의 스승 앞에서 할라카(법규)를 가르친 사람이다. “사람들은 황소를 잡은 뒤 아이를 엘리에게 데리고 갔다.”(1,25)고 했는데, 그들이 황소를 잡았기(도살) 때문에 그 아이를 엘리에게 데려간 것인가? 그들은 소를 예물로 가져왔다. 엘 리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사제를 불러라. 그가 와서 잡을 것이다.” 사무엘은 사제를 찾는 그들을 보고 말하였다. “여러분은 왜 사제를 찾습니까? 사제가 아닌 사람이 제물을 잡아도 됩니다.” 그들은 그를 엘리 앞에 데려왔다. 엘 리가 그에게 말하였다. “이것을 어떻게 알았느냐?” 그가 말하였다. “성경에서 ‘사제가 제물을 잡았다.’고 한 적이 있습니까? ‘아론의 아들인 사제들은 그 피를 바쳤다.’(레위 1,5ㄱ 참조)고만 하였습니다. 곧 피를 받는 것부터가 사제에게 해당하는 계명입니다. 이로써 사제가 아닌 이가 제물을 잡을 수 있다는 할라카가 나올 수 있습니다.” 엘리가 그에게 말하였다. “잘 말했다. 네가 네 스승 앞에서 할라카를 가르쳤으나, 스승 앞에서 할라카를 가르치는 이는 누구든 죽어야 한다.” 한나가 나타나 그의 앞에서 소리쳤다. “제가 여기 나리 앞에 서서 주님께 기도하던 바로 그 여자입니다”(1사무 1,26). 엘리가 말하였다. “나는 그를 처벌하고 자비를 청하겠다. 그분께서 너에게 더 좋은 아들을 주실 것이다.” 한나가 말하였다. “아닙니다. ‘제가 기도한 것은 이 아이 때문입니다’(26절)”(바빌론 탈무드 브라콧, 31ㄴ). “하느님의 등불이 아직 꺼지기 전에, 사무엘이 … 자고 있었다”(3,3 참조) 라삐 히야 바르 아바가 말하고 라삐 요하난이 말하였다. 의인이 죽기 전까지는 다른 의인이 등장하지 않는 법이다. “태양은 뜨고 진다.”(코헬 1,5 참조)라고 한 대로이다. 그런데 엘리의 태양이 가라앉기 전에 라마에서 사무엘의 태양이 떠올랐다(바빌론 탈무드 요마, 38ㄴ). 아직 아무도 하느님을 ‘만군의 주님’이라 부르지 않던 시절, 수많은 사람 가운데 아들 하나 없음을 한탄하고, 젖을 물리지 못함을 슬퍼한 한나의 비통함이 ‘만군의 주님’의 마음을 움직였다. 엘리의 태양이 지기 전에 사무엘의 태양이 떠올랐다. 어린 사무엘은 새 할라카를 가르칠 정도로, 스승을 뛰어넘었다. 이러한 탁월함은 판관 시대에서 왕정 시대로 넘어가는 불안정한 갈등 상황을 이끌어야 할 그의 무거운 책임을 위해 쓰인다. 엘카나의 모범과 한나의 간절한 기도를 눈여겨보신 하느님께서 이 모든 것을 계획하셨다. * 강지숙 빅토리아 – 의정부 한님성서연구소에서 구약 성경과 유다교 문헌을 연구하고 있다. [경향잡지, 2020년 9월호, 강지숙 빅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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