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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성서의 해: 사목 서간 - 티모테오 1·2서, 티토서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10-10 조회수6,130 추천수0

[2020년 사목교서 ‘성서의 해Ⅱ’ 특집] 사목 서간 : 티모테오 1·2서, 티토서

 

 

오늘 우리가 살펴볼 티모테오 1·2서와 티토서는 바오로 사도가 어느 지역의 신자 공동체에 보낸 것(예: 로마서, 갈라티아서)이 아니라 한 개인에게 보낸 편지들입니다. 이 서간들은 ‘사목 서간’이라고 불리는데, 수신자인 티모테오와 티토가 ‘사목자’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권고하는 내용을 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티모테오’는 바오로의 선교 여행에 동참한 충실한 협력자였습니다. 그는 다른 바오로 서간에서 공동 발신인으로 등장하기도 하고(2코린 1,1; 필리 1,1; 1테살 1,1; 2테살 1,1; 필레 1절), 바오로의 파견으로 테살로니카, 코린토에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도 합니다. ‘티토’도 마찬가지로 바오로의 여정에 동행했던 협력자였습니다. 특히 바오로 사도가 코린토 공동체와 충돌이 있었을 때, 바오로가 적은 ‘눈물의 편지’(2코린 2,4)를 공동체에 직접 전달하고 화해를 이끌어 낸 인물입니다(2코린 7장). 티모테오 1·2서와 티토서는 이렇게 바오로와 실제로 연관된 인물들을 수신인으로 삼고 있지만, 그럼에도 많은 학자들은 바오로의 친저성을 의심합니다. 사목 서간이 보여주는 교회 내 직무의 구분은 사실 바오로 이후 세대에 와서야 비로소 체계를 갖추기 시작하였고, 또 이 서간들이 담고 있는 일부 내용과 신학적 관점은 바오로 친서의 그것들과는 다소 차이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보통 사목 서간을 바오로 이후 세대가 기록한 ‘제2 바오로 서간’ 계열로 분류합니다. 각 서간의 집필 연대와 이들 사이의 선후 관계에 대한 논쟁도 매우 뜨거운데요, 우리는 그런 복잡한 논의보다는 이 서간들이 담고 있는 내용에 더 관심을 가져볼까 합니다.

 

사목 서간의 주요 관심사는 초기 선교사들에 의해 세워진 공동체들을 이후에 사목자들이 어떻게 관리하고 이끌어 나가야 하는지 권고하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티모테오 1서(3,1-13; 5,17-25)와 티토서(1,5-9)는 오늘날 교계 제도의 기원이 되는 교회 내 직무 구조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그 직무를 수행하는 이들이 갖추어야 할 자격 요건까지 상세히 전하고 있습니다. 서간이 언급하는 ‘감독’ - ‘원로’- ‘봉사자’라는 틀, 그리고 이들이 수행하던 역할이 지금의 교계 제도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주교’ - ‘사제’ - ‘부제’라는 질서의 기원이 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감독은 “나무랄 데가 없어야 하고… 절제할 줄 알고 신중하고, 단정하며 손님을 잘 대접하고 또 가르치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1티모 3,1-7) 원로는 “흠잡을 데가 없어야 하고… 방탕하다고 비난을 받지 않아야 하며 순종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티토 1,6) 봉사자는 “품위가 있어야 하고,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으며, 술에 빠져서도 안 되고 부정한 이익을 탐내서도 안 됩니다…”(1티모 3,8-13) 이처럼 교회 공동체 내에서 거룩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뽑힌 이들은 신자들의 모범이 되는 인물들이어야 합니다. “말에서나 행실에서나 사랑에서나 믿음에서나 순결에서나, 믿는 이들의 본보기가”(1티모 4,12) 될 뿐만 아니라, 신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존경을 받는다면 “하느님께서 그들을 회개시키시어 진리를 깨닫게 해 주실 수도”(2티모 2,24-26)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매진해야 할 사목자의 직무로 사목 서간이 제시하는 것은 그릇된 가르침을 퍼뜨리는 이들에 맞서 올바른 신앙을 가르치라는 것입니다. 당대에 신자들 사이에는 이방계-유다계 신화와 족보(1티모 1,4; 티토 1,14)에 빠져 있거나, 율법에 대한 그릇된 견해(1티모 1,7-11)를 주장한다거나, 사람을 속이는 영들과 마귀들의 가르침(1티모 4,1-5)을 신봉하는 등 이단적 가르침에 젖어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던 것 같습니다. 사목 서간은 이러한 위협들로부터 공동체의 신앙을 보호하고 무엇이 진리인지를 알려줄 책임이 사목자에게 있음을 강조합니다: “가르침을 받은 대로 진정한 말씀을 굳게 지키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건전한 가르침으로 남을 격려할 수도 있고 반대자들을 꾸짖을 수도 있습니다.”(티토 1,9)

 

이렇게 사목 서간이 제시하는 하느님 일꾼의 이상적인 모습을 바라보며, 지난 십여 년간 사목자의 한 사람으로 살아온 제 모습이 너무나 부끄럽고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신자분들의 본보기로서, 올바른 신앙의 안내자이자 길잡이로서, 저는 과연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여러분들의 기도가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하느님에게서 부여받은 고귀한 직무를 수행하시는 여러분들의 사목자들이 그분의 쓰임새 있는 도구로서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늘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20년 10월 11일 연중 제28주일 인천주보 3면, 정천 사도 요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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