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 사도행전 읽기 (14) 예루살렘 사도 회의(15,1-21) 안티오키아 교회는 유다인과 이방인이 함께하는 공동체였습니다. 그런데 유다에서 어떤 사람들이 내려와 이방인에게 할례와 율법을 강조하자, 그들과 바오로 및 바르나바 사이에 의견 충돌이 일어납니다. 사도 15,5에 따르면 그들은 할례와 율법을 중시하던 바리사이파 출신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안티오키아 교회는 예루살렘에 대표를 파견하는데, 이렇게 열린 것이 사도 회의, 곧 첫 공의회입니다. 사도 회의에서 베드로는 체험(사도 10,1-48)을 바탕으로 하느님이 아무런 차별 없이 믿음으로 의롭게 하는 분이니, 자신들과 조상들도 감당하지 못하던 율법과 할례의 멍에를 이방인에게 씌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이 내용은 마치 바오로의 로마서와 갈라티아서를 보는 듯합니다. 또한, 야고보는 아모 9,11-12를 인용해 다른 민족 가운데 하느님께 돌아선 이들에게 어려움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하지만 우상에게 바쳐 더러워진 음식과 목 졸라 죽인 짐승의 고기와 피, 그리고 불륜을 멀리하는 것은 예부터 회당에 다니던 개종한 이방인도 배워 아는 것이니(사도 15,21), 이방 출신 그리스도인들도 그 정도는 유다 출신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배려하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 야고보의 제안입니다. 야고보의 중재안이 통과되면서, 큰 틀에서는 이방인에게 더 이상 율법과 할례를 강요하지 않겠다는 결정이 내려집니다. 이것은 사실 신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결정입니다. 이 결정을 통해 그리스도교는 더 이상 율법과 할례 중심의 유다교에 속한 것이 아니라, 예수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길임이 드러납니다. 바오로도 갈라 2,1-10에서 사도 회의에 대해 증언합니다. 안티오키아로 돌아감(15,22-35) 사도들은 안티오키아로 편지를 보내어 회의 결정 사항을 설명해 줍니다. 그러자 모두 기뻐하며, 그 말씀에 따라 살기로 결정합니다. 그런데 갈라 2,11-14에서 바오로는 이에 대한 또 다른 사건 하나를 전해 줍니다. 사건인 즉 사도 회의 후 베드로가 안티오키아 교회를 방문하였다가 야고보가 보낸 사람들이 올라오자 이방 출신 그리스도인들과의 교제를 끊은 것입니다. 그러자 베드로를 따라 나머지 유다인들과 바르나바도 이방인과 거리를 두기 시작합니다. 이에 바오로는 공공연히 베드로의 잘못을 꾸짖는데, 율법과 할례 문제로 더 이상 분란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설파합니다. 사실, 사도 회의 이후에도 율법과 할례 문제는 그리 쉽게 해결되지 않은 주제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주제는 바오로 서간뿐만 아니라 야고보서의 중심 주제가 됩니다. [2020년 10월 25일 연중 제30주일 가톨릭마산 3면, 염철호 요한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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