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기 함께 읽기] “재계약”과 “함께살이”(탈출 32,1-40,38) 탈출기 32장 1절에서 34장 35절은 말씀은 하느님께 대한 이스라엘 백성의 충실성, 인간 죄악의 어두움과 하느님의 용서와 자비의 빛,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을 중재하는 모세의 사명 등에 대해 전해줍니다. 이 대목은 탈출기 19-24장의 시나이 계약과 연결됩니다. 시나이 산 위에서는 하느님께서 당신 현존의 자리인 성막에 관해 자세하게 지시하시는데(탈출기 25-31장), 산 아래에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의 현존을 표상한다고 금송아지 상을 세웁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계약을 깨트리는 배반으로 자신들의 생명과 미래에 위기를 맞이하지만, 모세의 중재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용서하시고 다시 계약을 맺으십니다(탈출기 32-34장). 탈출기 32장 1-6절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아론은 백성의 요구를 거부할 때 일어날 사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서로 합작하여 금송아지 상을 만들고 축제를 벌입니다. 모세가 40일 동안 시나이 산에 머무는 동안(24,18) 산 아래에 있던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을 잇는 유일한 중재자인 모세의 부재로 불안해집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은 아론에게 몰려가 “일어나, 앞장서서 우리를 이끄실 신을 만들어 주십시오.”(32,1)라고 청합니다. 자신들의 불안감을 없앨 해결책으로 눈으로 볼 수 있는 신상을 요구한 것입니다. 아론이 백성들이 가져온 금 고리를 거푸집에 부어 수송아지 상을 만들자, “이스라엘아, 이분이 너를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올라오신 너의 신이시다.”라고 백성들은 외칩니다(32,2-4). 그리고 이튿날 그 수송아지 신상 앞의 제단에서 번제물과 친교 제물을 바치고 축제를 벌입니다(32,5-6). 탈출기 32장 7-14절은 이스라엘 백성의 배반에 대해 하느님께서 진노와 재앙을 내리지 않으시도록 애원하는 모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이스라엘 백성의 타락에 대해 알려주십니다. 주님께서는 수송아지 상을 자신들의 ‘신’이라 부르며 절하고 제사를 지내는 이스라엘 백성을 ‘너(모세)의 백성’이라 부르시고 참으로 목이 뻣뻣한 백성이라며 진노하십니다(32,7-9). 이제 이스라엘은 더이상 당신의 백성이 아니라고 밝히시면서, 모세를 큰 민족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말씀하십니다(32,10). 그러자 모세는 주 그의 하느님께 진노를 푸시고 재앙을 거두어 주십사고,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애원합니다. 첫째, 모세는 주님께 이스라엘 백성은 당신의 놀라운 손길로 이집트에서 이끌어내신 ‘당신의 백성’이라고 말씀드립니다(32,11). 둘째, 이집트인들이 하느님의 구원 업적을 오해하지 않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호소합니다(32,12). 마지막으로 당신께서 후손과 땅의 축복을 약속하신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이스라엘을 기억해 주십사고 간청합니다(32,13). 그러자 주님께서 재앙을 거두십니다(32,14). 모세는 죄 지은 이스라엘 백성과 결별하지 않고, 그들을 위해 중재자로서의 사명을 수행한 것입니다. 탈출기 32장 15-29절은 증언판을 깨뜨리는 모세와 계약에 대한 충실성을 지키는 레위인들의 열성을 보여줍니다. 진영에 가까이 온 모세는 춤추는 사람들과 수송아지를 보고 화가 나서 손에 들었던 돌 판들 - 하느님께서 손수 만드시고, 글을 새기신 두 증언판 - 을 산 밑에 내던져 깨 버립니다(32,15-16.19). 그리고 수송아지를 불에 태우고, 가루로 만들어 물에 뿌리고서는, 이스라엘 자손들이 마시게 합니다(32,20). 이것은 수송아지 상이 완전히 파괴되고,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는 무능한 우상임을 알려줍니다. 또한 그것을 마신 이스라엘 백성이 이러한 사실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는 것도 일깨워줍니다. 모세가 입을 열어 아론에게 사건의 해명을 요구하자, 아론은 백성들에게 탓을 돌립니다(32,21-24). 레위의 자손들은 모세의 지시에 따라 자기 형제와 친구와 이웃을 죽임으로써 하느님께 대한 열정을 보입니다(32,26-28). 주님을 위한 사제 직무를 맡은 레위인들의 모습을 통해 주님과 금송아지 사이에는 어떤 타협도 있을 수 없음을,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음’(마태 6,24)을 알게 됩니다. 탈출기 32장 30-35절에서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을 구하기 위해 중재자로서 다시 주님께 간청합니다. 모세는 주님께 백성들의 죄를 용서하지 않으려거든 ‘당신께서 기록하신 책’(32,32), 곧 ‘생명의 책’(시편 69,29)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워달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32,14와는 달리 백성에게 심판의 재앙을 내리십니다(32,35). 탈출기 33,1-23은 하느님께서 선조들에게 맹세한 약속의 땅으로의 여정에 함께하시는가에 대해 전해줍니다. 주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출발을 명령하지만, 함께 올라가지는 않을 것임을 밝히십니다(33,1-3). 하느님께서 동행을 거부하신 것은 금송아지 상 사건에 대한 심판으로 보입니다. 백성은 이 참담한 말씀을 듣고 슬퍼하며, 패물을 몸에 달지 않습니다(32,4.6). 이것은 이집트에 대한 향수와 더불어 금송아지 신상까지 끊어 버림을 뜻합니다. 과거와의 온전한 단절을 통해 새로운 삶에로 나아가려는 결심을 보인 것입니다. 탈출 33,7-11은 모세가 만남의 천막에서 하느님을 뵙는 사건을 전합니다. 주님께서는 마치 친구끼리 말을 주고받듯이 모세와 얼굴을 마주하여 말씀하십니다(33,11). 이는 모세가 주님과 맺는 특별한 관계를 알려줍니다. 탈출 33,12-17에서 모세는 주님께 이스라엘 백성이 잘못을 저질렀지만 ‘당신(주님) 백성’이라고 강조합니다(33,13). 주님께서는 이러한 모세의 간청에 “내가 몸소 함께 가면서 너에게 안식을 베풀겠다.”(33,14)고 대답하십니다. 이제 하느님께서 손수 당신 백성과 함께 약속의 땅으로 올라가실 것입니다. 탈출 33,18-23에서 모세는 “당신의 영광을 보여 주십시오.”라고 주님께 청합니다(33,18). 그러나 인간은 하느님의 ‘영광’(그분 자체)이 아니라, 그분이 베푸시는 선과 자비와 사랑의 결과만을 알 수 있을 뿐입니다(33,19). 또 인간은 이 세상에 살고 있는 한 주님의 얼굴을 보지 못합니다. 곧 하느님은 인간이 볼 수도, 인식할 수도, 감당할 수도 없는 분이십니다(33,20). 인간은 하느님의 등을 볼 수 있을 뿐입니다. 곧 그분께서 지나가신 다음에야 볼 수 있습니다(33,21-23). 인간은 하느님의 계획과 행동을 예견하거나 개입할 수 없고, 역사와 창조 안에서 그분 영광의 결과들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탈출기 34장 1-35절에서는 이스라엘 백성의 죄를 용서하시고, 다시 계약을 맺으심을 통해 “주님은, 주님은 자비하고 너그러운 하느님”(34,6)이심을 전합니다. 모세는 주님의 말씀에 따라 새 증언판을 받으러 돌판 두 개를 준비해 시나이 산으로 올라갑니다(34,1-2.4). 주님께서 먼저 깨어진 계약을 다시 맺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새로운 두 돌 판은 주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계약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죄악과 하느님의 은총(자비와 용서)까지도 내포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구름에 싸여 내려오셔서 모세에게 ‘야훼’라는 이름을 선포하십니다(34,5). 야훼께서는 스스로 “주님은, 주님은 자비하고 너그러운 하느님이다. 분노에 더디고 자애와 진실이 충만하며 천대에 이르기까지 자애를 베풀고 죄악과 악행과 잘못을 용서한다. 그러나 벌하지 않은 채 내버려 두지 않고 조상들의 죄악을 아들 손자들을 거쳐 삼 대 사 대까지 벌한다.”(34,6-7)고 선포하십니다. 모세는 “주님, 제가 정녕 당신 눈에 든다면, 주님께서 저희와 함께 가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백성이 목이 뻣뻣하기는 하지만, 저희 죄악과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 저희를 당신 소유로 삼아 주시기를 바랍니다.”(33,8-9)라고 아룁니다. ‘저희’라는 표현 안에서 모세는 목이 뻣뻣한 이스라엘 백성과 하나임을 드러냅니다. 모세의 간청을 들으신 하느님께서는 직접 대답하는 대신 다시 계약을 맺겠다고 말씀하십니다(34,10). 주님 자비의 계약이 선물로 주어지는 것입니다. 탈출 20,6처럼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이들에게는”라는 조건을 붙이지 않고, 당신 자비를 거저 넘치게 주시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재계약은 첫 번째 시나이 계약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4,11-26은 경신례 십계명이라고 불리는데, ‘다른 신에 대한 경배 금지’(34,14)와 ‘신상 제작 금지’(34,17)의 근본 계명(34,12-17)과 세부 규정(34,18-26)을 알려줍니다. 주님께서 당신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시듯이, 이스라엘 백성도 자신들의 열두 가지 의무를 충실히 지켜 계약 관계를 지속시켜야 합니다. 1계명: 너희는 다른 신에게 경배해서는 안 된다(34,12-16). 2계명: 너희는 신상들을 부어 만들어서는 안 된다(34,17). 3계명: 너희는 무교절을 지켜야 한다(34,18). 4계명: 태를 맨 먼저 열고 나온 것은 모두 나의 것이다(34,19-20). 5계명: 너희는 엿새 동안 일하고, 이렛날에는 쉬어야 한다(34,21). 6계명: 주간절을 지켜야 한다(34,22). 7계명: 추수절을 지켜야 한다(34,22). 8계명: 남자들은 모두 일 년에 세 번 주 하느님 앞에 나와야 한다(34,23-24). 9계명: 너희는 나를 위한 희생 제물의 피를 누룩 든 빵과 함께 바쳐서는 안 된다(34,25ㄱ). 10계명: 파스카 제물을 이튿날 아침까지 남겨 두어서는 안 된다(34,25ㄴ). 11계명: 너희 땅에서 난 맏물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을 주 너희 하느님 집으로 가져와야 한다(34,26ㄱ). 12계명: 너희는 새끼 염소를 그 어미의 젖에 삶아서는 안 된다(34,26ㄴ).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너는 이 말을 기록하여라. 나는 이 말을 조건으로 너와 이스라엘과 계약을 맺었다.”(34,27)고 말씀하십니다. 모세는 40일 동안 빵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으면서 계약의 말씀, 곧 십계명을 판에 기록합니다(34,28). 모세는 증언판 두 개를 들고 시나이 산에서 내려오는데, 주님과 함께 말씀을 나누었기에 그의 얼굴의 살갗이 빛났습니다(34,29-30). 모세는 주님께서 시나이 산에서 말씀하신 모든 것을 이스라엘 모든 자손들에게 전합니다(34,32). 탈출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의 억압에서 탈출하여 성조들에게 약속하신 가나안 땅을 향하여 나아가는 광야 여정을 보여줍니다. 이 여정은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에서의 영원한 삶을 믿고 희망하며 걸어가는 우리의 인생살이를 돌아보도록 합니다. 주님만이 이 여정 전체에 함께하시면서 우리를 이끄시는 빛이요 힘임을 고백하게 됩니다. 탈출기 35-40장은 탈출기 25-31장에서 주어진 지침들이 모세와 이스라엘 자손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과정을 전해줍니다. 탈출 35,1-39,43은 하느님께서 지시하신 성막의 건설(탈출기 25-31장)이 어떻게 이행되는지를 보여주는데, 탈출기 25-31장이 가장 거룩한 것에서 덜 거룩한 것으로 나열했다면, 탈출기 35-40장은 성막의 실제 건설 순서에 따라 서술합니다. 탈출기 35장 1-3절에서 주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마지막 지침, 곧 안식일을 준수하라고 명령하십니다. ‘엿새 동안은 일을 하고, 이렛날은 주님을 위한 안식의 날이니 거룩하게 지내야 한다.’고 명령하십니다(35,1-2). 안식일에는 일을 해서도 안 되며, 가정에서 불을 피워 요리하는 일까지도 금지됩니다(35,3). 안식일은 하느님의 거룩하심을, 그분의 현존을 체험하는 날이어야 합니다. 탈출기 35장 4절에서 36장 7절은 성소 건립을 위한 모세의 지시는 아주 구체적입니다. 이처럼 자세하게 이르는 것은 주님의 말씀을 충실히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말씀에 대한 온전한 순종을 더욱 강조하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탈출기 35장 11-19절에서는 지성소에서부터 뜰과 사제 복장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순서에 따라 성소에서 필요한 것들이 열거됩니다. 탈출 35,20-29에서는 남녀 할 것 없이 마음이 내킨 사람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주님께 기쁜 마음으로 자원 예물을 바칩니다. 우리도 이스라엘 백성처럼 재물(Treasure), 시간(Time), 재능(Talent)을 주님께 봉헌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탈출기 39장 32절의 “이렇게 해서 성막, 곧 만남의 천막 공사가 모두 끝났다.”는 말씀은 “이렇게 하늘과 땅과 그 안의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창세 2,1)는 말씀을 연상케 합니다. 하느님의 지상 거처인 성막을 마련하는 일을 새로운 창조로 여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세는 주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만들어진 모든 물품을 받고, 이스라엘 자손들을 축복합니다(39,32-43). 이스라엘 백성이 ‘주님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대로’ 다 하였다고 세 번이나 강조하여 온존한 순종을 강조합니다(39,32.42.43). 성막 건설에 필요한 모든 물품이 마련되자,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너는 첫째 달 초하룻날에 성막 곧 만남의 천막을 세워라.”(40,2)고 이르시고, 모세는 주님의 명령대로 “둘째 해 첫째 달 초하룻날”(40,17)에 성막을 세웁니다(40,16-33).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탈출도 새해 첫째 달에 이루어졌습니다(12,2). 탈출기에서는 이집트에서 탈출한 사건과 성막의 건설이 세상 창조의 새로운 시작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성막을 당신 것으로 받아들이십니다. 탈출 40,34는 “그때에 구름이 만남의 천막을 덮고 주님의 영광이 성막에 가득 찼다.”고 전합니다. 주님께서는 구름에 싸여 내려오시어 성막을 보호하심으로써 이스라엘 백성이 세운 성소를 인정하십니다. 이제 이스라엘 자손들은 약속의 땅으로의 여정 중에 구름이 성막에서 올라갈 때마다 길을 떠나고, 올라가지 않으면 그 곳에 머무릅니다.(40,36-37) 이스라엘의 온 집안은 주님의 구름이 낮에는 성막 위에, 밤에는 불이 그 구름 가운데에 자리 잡는 것을 봅니다(40,38). 이 이동하는 성소는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인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에 들어갈 때까지 그들의 여정을 인도하시고 그들과 함께하신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탈출기는 40장 38절로 끝이 납니다. 하지만 시나이 광야에서 모세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계시는 레위기를 거쳐 민수 10,10까지 이어집니다. “그러면 너희 하느님이 너희를 기억할 것이다. 나는 주 너희 하느님이다.”(민수 10,10) 이집트 탈출 사건과 함께 시나이 산에서의 계약 체결 사건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 더 나아가 모든 시대, 모든 장소의 인간들 사이에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하는 소중한 ‘함께살이’의 여정입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0년 11월호, 조성풍 신부(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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