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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힘들 때 뽑아 보는 성경 속 명장면: 어른의 양심. 아이의 반항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4-12 조회수4,714 추천수1

[힘들 때 뽑아 보는 성경 속 명장면] 어른의 양심. 아이의 반항심

 

 

지난 면에서 아담과 하와의 원죄가 “안 돼!”라는 경험을 처음 배우는 단계의 아이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는데, 거짓말을 한 후 하느님을 대하는 아담과 하와의 태도는 마치 아이가 도덕적 개념을 처음으로 습득하는 과정과 비슷해 보입니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배우지만, 그 과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보살핌, 훈육, 본인의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 가능합니다. 대개는 어느 정도 시민으로서의 성품을 갖추게 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범죄자가 되기도 합니다. 죄의식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아, 그래서 이런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구나.” 하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가슴 아픈 상황도 있습니다.

 

이러한 도덕발달 과정에 대한 이론은 다양합니다. 대표적으로 도덕발달을 ‘관습(convention)형성’ 중심으로 설명하는 ‘로렌스 콜버그’가 있습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아직 사회의 도덕적 약속이 뭔지 모르지만 일단 처벌을 받지 않고 보상을 받으려 하는 단계가 첫 번째입니다. 다음으로는 칭찬하는 누군가의 기대에 맞추면서 사회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의식해 착한 사람이 되려는 단계, 마지막은 사회가 유지되는데 필요한 사회계약 정신을 지키고 보편적 도덕원리를 내면화시켜서, 누가 보지 않아도 나쁜 짓을 하지 않는 단계입니다. ‘장 피아제’는 조금 단순하게, 도덕이 형성되지 않는 단계에서 타율적 도덕, 자율적 도덕을 배워 가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아담과 하와의 행동도 처음에는 “죽을 것”이라는 처벌이 무서워서 죄를 짓지 않으려고 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그런 단순한 공포만으로 착한 사람이 되지 못합니다. 처벌이 무서워서 선악을 알게 하는 ‘지혜의 나무’에 다가가지 않는 것은 도덕 형성의 초기 단계이겠지요. 아직 그런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뱀의 유혹, 즉 “들키지만 않으면 되지, 이 정도는 다 봐 줄 거야.” 하는 식입니다. 얼핏 아주 유치한 태도로 보이지만, 어른들도 가끔은 그런 유혹에 넘어갑니다. 남들도 다 그러는데, 슬쩍 묻어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식입니다.

 

이런 상황에 하느님이라는 존재와 대면하면 어떻게 될까요. 받아야 할 벌 앞에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무서워 부정하고, 회피하고 싶겠죠. 몸을 가리고 숨는 모습입니다. 자신의 얼굴을 가리면 상대방이 모를 거라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입니다. 누가 보지 않아도 죄를 저지르는 자신은 속일 수 없는 단계로 넘어가야 어른입니다. 낙원에서 쫓겨나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서 아담과 하와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절대자에게 의지하고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진정한 의미의 양심과 만나는 것입니다.

 

[2021년 4월 4일 주님 부활 대축일 수원주보 5면, 이나미 리드비나(서울대학교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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