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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 이야기: 노아와 무지개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6-12 조회수5,578 추천수1

[성경 이야기] 노아와 무지개

 

 

노아는 구약성경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인물 중 한 명입니다. 노아라는 이름은 ‘안식’, ‘위로’, ‘쉼’이라는 뜻을 가졌습니다. 아담의 10대손에 해당하는 인물인 노아는 ‘하느님 앞에서 의롭게 살았다’는 칭송을 받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노아의 10대손은 아브라함입니다. 따라서 노아는 아담에서 아브라함까지 이어지는 족보에서 정확히 중앙에 놓인 인물인 것이지요. 노아가 족보에서 차지하는 이러한 위치만 보아도 그가 구약 원역사(창세 1-11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노아는 ‘창조’라는 맥락에서 보면 아담과 비견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아담의 여운이 가득한 천지창조를 홍수로 지워 버리고, 노아를 주축으로 새 세상을 위한 재창조를 시작하시기 때문입니다. 대홍수로부터 시작되는 ‘새 창조 이야기’는 천지창조를 서술하는 대목과 무척 닮아 있습니다. 두 세상 모두 ‘물의 혼돈’에서 출발합니다. 첫 창조에서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심연이 등장하고 노아 이야기에서는 폭우로 인한 홍수가 나타납니다. 또한 성경은 두 사람이 '하느님과 동행’한 인물이라고 말해줍니다.(3,8; 6,9) 천지창조 이후에, 그리고 홍수를 거치고 난 후의 새 창조에서, 하느님께서는 두 사람 모두에게 복을 주시며 ‘많이 낳고 번성하라.’는 똑같은 명령을 내리십니다.

 

노아의 홍수 이야기와 천지창조 이야기의 유사함은 이것뿐이 아닙니다. 아담은 창조된 동물에게 이름을 붙여주었고, 노아는 그 동물을 홍수로부터 구출합니다. 아담과 노아 모두 땅을 경작하는 농부였습니다.(2,15; 9,20) 그리고 아담은 ‘먹음’으로써 죄를 지었고 노아는 ‘마심’으로써 죄를 지었다는 점도 유사합니다. 아담은 자신의 벌거벗음의 수치를 알게 되었고 노아는 만취 상태에서 벌거벗음의 수치를 드러냅니다. 두 사람의 벌거벗은 몸은 다른 이가 옷을 입혀줌으로써 수치를 가리게 됩니다.(3,21; 9,23) 두 사람 모두 세 아들을 낳았습니다. 아담의 죄는 모든 인류에게 죽음을 가져왔고 노아의 죄는 가나안에 저주가 내리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노아를 성경에서는 ‘의롭고 흠 없는 사람’이라고 알려줍니다. 그가 흠 없는 사람이었다는 말은 죄가 없는 무결점의 상태라기보다는 죄를 멀리하는 사람이었음을 의미할 것입니다. 노아가 방주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동시대 사람들이 조롱하며 비웃었으나 그는 자신의 행동을 변호하거나 변명하지 않았습니다. 묵묵히 하느님의 명령만을 따르는 모습에서 그의 의로운 인품의 단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노아의 동시대 사람들의 악함이 노아의 의로움과는 대조적으로 표현되고 있음이 눈에 띕니다. 사람들이 ‘타락하였다'는 동사가 노아의 이야기(6-9장)에서 일곱 번이나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성경은 그들이 ‘번성하여 땅을 채우라.’는 하느님의 축복을 ‘폭력’으로 ‘땅을 가득 채웠다.’며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6,13)

 

하느님께서는 폭력으로 가득 찬 세상을 심판하기에 앞서 노아에게 닥쳐올 홍수를 대비하도록 하십니다. 마치 모세에게 성막의 건립 방법을 상세히 알려주신 것 같이 방주를 건조하는 방법을 조목조목 일러주십니다. 이러한 대목은 하느님 구원의 방법이 인간의 구상(構想)에 있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방주’를 의미하는 히브리어 단어는 테바트인데, 이 단어는 성경에서 아기 모세의 구출 이야기에서 다시 등장합니다. 왕골 상자에 눕혀 나일강을 동동 떠다닌 모세의 방주와 홍수로 불어난 물 위를 등등 떠다닌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놀랍게도 같은 단어로 표현되었습니다.

 

노아의 방주에는 그 어떤 조종 키나 항해술의 이용이 언급되지 않습니다. 방주의 운명이 오로지 하느님의 뜻에만 달려 있음을 의미한다고 이해됩니다. 또 이러한 표현은 모세의 운명에도 견주어 생각해 볼 수 있기에 의미심장하고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노아는 하느님께서 일러주신 대로 방주를 만들었습니다. 성경은 그의 모든 수고와 노고에 대해서 침묵하면서 단지 그가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명령하신 ‘그대로 하였다.’라며 간략하게 표현할 뿐입니다. 극도의 절제된 표현과 간략한 이 묘사는 어떤 수려한 글보다 노아의 순종을 더욱 돋보이도록 강하게 여운을 줍니다. 동물들과 노아의 가족 여덟 명이 모두 승선하자 하느님께서 문을 닫아 주십니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배가 홍수에 휩쓸려 전복되지 않도록 막아주셨다는 신적 보호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또 방주의 문을 닫으셨다는 것은 하느님께서는 의인과 악인을 구분하셨다고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홍수가 끝나고 방주에서 나온 노아가 처음 한 일은 제단을 쌓고 하느님께 예배하는 것이었습니다. 노아가 바친 제물의 향기를 하느님께서는 맡으시고 땅을 다시 멸망시키지 않겠다고 맹세하십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아브라함과 계약을 맺으실 때 하늘의 별을 보여주시며 맹세하신 것처럼 노아에게는 당신 약속의 징몸로 무지개를 제시하십니다. 무지개는 히브리어로 ‘활’을 의미합니다. 히브리어에는 무지개를 뜻하는 단어가 딱히 없기 때문입니다. 활은 고대시대에 전쟁이나 사냥에 있어서 유익함의 도구였지만 반대 입장에서 보면 살상의 무기이며 적대감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평화와 화해의 표지가 되었습니다.

 

하늘과 땅을 연결하며 아치 모양 무지개를 활로 생각 해 보았을 때 화살의 끝이 향하는 곳은 어디가 될까요? 바로 하늘입니다. 화살 끝이 이제 더 이상 땅이 아닌 하늘을 향하여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쩌면 당신의 희생을 통해 인간을 구원하시겠다는 의지를 담아낸 것이 아닐까 합니다.

 

[월간빛, 2021년 6월호, 임미숙 엘렉타 수녀(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 수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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