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탈출기의 시작 : 모세의 탄생(탈출 1,1-2,10) 탈출기에서 신명기에 이르는 네 권의 책은 모세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모세의 죽음에 대한 보도로 끝납니다. 그만큼 모세의 일생은 이스라엘의 신앙의 뿌리 체험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구약성경의 저자들이 이 시기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를 알려주는 표지이기도 합니다. 이 네 권의 책 가운데 첫 번째 책인 탈출기의 시작(1,1-6)은 이집트로 내려간 야곱의 자손들이 하나의 민족으로 성장하였음을 보여주고, 탈출기의 끝(40,36-48)은 이집트를 탈출한 그들이 이듬해 첫째 달 초하룻날에 성막을 세웠으며, 하느님의 현존이 그곳을 가득 채웠음을 보도합니다. 야곱의 일족 70명이 이집트의 고센 땅에 정착한 후 요셉과 그 형제들 세대는 모두 이집트 땅에서 죽었습니다. 그곳에서 이스라엘 자손들의 수는 점점 늘어났습니다. 하느님께서 성조들에게 약속하신 대로 그들은 번성하고 더욱더 강해졌습니다. 그런데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로운 파라오가 등극하면서 히브리인들을 억압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그들이 원수들 편에 서서 싸우다가 이 땅을 떠나게 될 것을 두려워한 것입니다. 그래서 파라오는 그들에게 강제 노역을 부과합니다. 파라오의 양식저장 성읍인 피톰과 라메세스를 건설하는 일에 그들을 동원하였습니다. 피톰은 시나이반도에서 이집트로 들어서는 곳에 위치하고, 라메세스는 이집트의 제19왕조(기원전 1292~1189년)와 제20왕조(기원전 1189~1077년) 때 델타 지역의 수도였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억압을 받을수록 더욱 번성하고 더욱 널리 퍼져나갔습니다. 그러자 파라오는 그들을 노예로 부립니다. 진흙을 이겨 벽돌을 만드는 고된 일과 온갖 들일을 혹독하게 시켜 그들의 삶을 쓰디쓰게 만들었습니다. 파라오는 이런 억압 정책에 만족하지 않고, 산파를 이용하여 비밀리에 히브리인들의 신생아를 죽이려는 계획을 꾸밉니다. 하지만 지혜로운 히브리인 산파들은 파라오의 명령에 복종하는 대신에 하느님을 경외함으로써 파라오의 시도를 좌절시킵니다. 그 결과 하느님께서는 산파들을 잘 돌보아 주셨고, 이스라엘 백성은 번성하여 더욱 강해졌습니다. 이에 파라오는 히브리인들의 신생아를 살해하려는 공적인 시도를 합니다. 그는 히브리인들에게서 태어나는 남자 아기는 모두 강에 던져 버리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모세가 태어날 무렵의 상황은 이러하였습니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나일강에 던져질 운명이었습니다. 모세가 태어난 지 석 달이 되었을 때 아기를 더는 숨겨 기를 수 없게 된 그 어머니는 역청과 송진으로 방수 처리를 한 바구니에 아기를 누인 후, 바구니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강가의 갈대 사이에 두었고, 그의 누이가 멀찍이서 아기를 지켜보았습니다. 마침 그곳으로 목욕하러 온 파라오의 딸이 아기를 발견하였고, 히브리인의 아기인 줄을 알면서도 아기를 가엾게 여겼습니다. 그때 모세의 누이가 나타나 아기의 유모를 추천해 주겠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모세는 젖을 뗄 때까지 친어머니의 젖을 먹고 자라다가 파라오의 딸에게로 갑니다. 이 이야기는 기원전 2350년 무렵에 아카드 왕국을 창건한 사르곤 임금의 전설과 매우 흡사합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 더욱 놀라운 점은 이스라엘이 강력한 군주인 파라오의 억압을 받을 때 하느님께서 그들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활동하시는 방법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같은 폭력을 써서 파라오를 제거하시는 것이 아니라 히브리인 산파 시프라와 푸아, 모세의 어머니와 누이, 파라오의 딸의 협력을 통해 생명을 구하십니다. 그들은 모두 눈에 보이는 힘이 아니라 하느님을 두려워하며 생명을 귀하게 여긴 이들입니다. 무력하게 보이지만 하느님의 구원계획에 참여할 참된 용기를 지닌 이런 이들을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강력한 파라오의 억압에 맞서십니다. [2021년 8월 22일 연중 제21주일 가톨릭마산 3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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