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사무엘기 사무엘기는 상·하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무엘, 사울, 다윗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가나안 땅 정착 이후 판관의 시대를 거쳐 왕정 체제로의 전환 과정을 알려줍니다. 두 권의 책이지만 역사적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한 권의 책으로서는 분량이 많아서 둘로 나눈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한 권의 책으로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사무엘기 상권 1-7장은 이스라엘에 닥친 위기와 이를 해결하는 사무엘의 모습을 전하고 있습니다. 약속의 땅에 정착해서 각 지파별로 땅을 분배받고 판관들의 지도 하에 살아가고 있지만 모든 지파들을 하나로 묶을 지도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가나안 땅 서쪽에 자리한 필리스티아인들의 끊임없는 침략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커다란 위기로 자리했습니다. 당시에 실로의 사제였던 엘리가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지도자였지만 너무 나이가 많았고, 필리스티아의 침공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필리스티아인들과의 전투 과정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계약 궤를 빼앗기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들을 지켜 줄 힘 있는 지도자인 왕을 세워줄 것을 요구하게 됩니다. 민족이 정착해서 살고, 도시가 발달하는 과정 속에서 왕정 체제로 전환이 일어나고, 백성을 다스릴 지도자로서의 왕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지만, 하느님만을 믿고 따르는 이스라엘의 백성에게 있어서 왕의 등장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느님께 의탁하는 마음이 사그라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뒤이어 8-15장에서는 사울과 사무엘의 갈등이 드러납니다. 판관이자 예언자로서 사무엘이 위기의 이스라엘을 돌보고 있는 가운데 왕을 세워달라는 이스라엘 백성의 요구는 계속되었습니다. 그 요구에 사무엘은 동의하지 않았지만 결국 사울을 이스라엘의 첫 번째 임금으로 세우게 됩니다. 사울은 이스라엘의 왕으로서 주변 민족들과의 전투를 이어가지만 그 가운데 사무엘과의 갈등이 생겨났습니다. 당시 사무엘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예언자로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갈등은 당시 왕직과 예언직의 갈등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런 가운데 아말렉 족과의 전투에서 모든 것을 없애라는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고 자신의 판단으로 양, 소 등의 전리품을 남김으로써 하느님의 말씀을 거역한 사울은 결국 실패한 임금이 되었고 그렇게 이스라엘의 첫 번째 임금의 시대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16장부터 사무엘기 상권의 마지막 장인 31장까지는 사울과 다윗의 갈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무엘은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이사이의 아들 다윗을 찾아가 그에게 기름을 붓습니다. 그때 하느님의 영이 다윗에게 들이닥칩니다. 반면 사울은 악령에 사로잡히게 됨으로써 대조적인 모습을 띠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는 다윗은 필리스티아인들과의 전투, 아말렉족과의 전투 등을 겪으면서 지속적으로 승승장구합니다. 이러한 모습에 질투를 느낀 사울은 끊임없이 다윗을 죽이려고 하지만 실패하였고, 오히려 다윗으로부터 죽임을 당할 위기를 맞게 됩니다. 하지만 다윗은 그때마다 사울 역시 주님께로부터 기름 부은 받은 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그를 구해주고 더불어 사울에게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24,9)이라고 말하며 충성심과 존경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다윗과 사울을 둘러싼 이러한 사건들을 통해 사무엘기는 자신을 낮추고 하느님과 하느님의 뜻을 충실히 따르는 사람에게는 하느님의 돌봄이 함께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사무엘기 하권에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다윗 임금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먼저 1-8장까지는 다윗 임금이 이스라엘 전체의 임금이 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최초 임금이었던 사울은 이스라엘의 중북부를 중심으로 해서 몇몇의 지파가 결합하여 추대한 임금이었기 때문에 이스라엘 전체의 임금의 역할을 수행하지는 못했었습니다. 통일왕국의 첫 임금이 된 다윗은 예루살렘을 수도로 정하고 계약 궤를 예루살렘 성소에 모시기로 합니다. 하느님은 나탄 예언자를 통해서 다윗을 축복해주고 다윗은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9-20장까지는 다윗 왕의 계승 사화를 들려주고 있는데, 여기서는 다윗의 왕위를 물려받기로 되어 있던 왕자들이 어떻게 왕위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는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배경에는 다윗이 우리야의 아내 밧 세바에 마음을 빼앗겨 그녀를 취한 뒤 이를 덮고자 우리야를 전선으로 내몰아 죽게 만드는 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나탄을 통해서 다윗의 잘못을 꾸짖으셨고 다윗은 즉각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회개하였습니다. 나탄은 하느님께서 다윗의 죄는 용서해주셨지만, 죄에 대한 벌로 다윗에게서 태어난 아들은 죽게 될 것이라는 말을 전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처럼 밧 세바에게서 나온 아이는 병이 들어 결국 죽고 맙니다. 그리고 다윗이 슬픔에 찬 밧 세바를 위로하고, 솔로몬이 태어납니다. 다윗의 아들이었던 압살롬은 자신의 누이 타마르를 이복 형제인 암논이 유린한 것에 분개하여 그를 죽여버립니다. 이 일로 인해 다윗과 압살롬의 사이가 멀어지고, 압살롬은 다윗과의 싸움에서 패하고 죽게 됩니다. 그리고 열왕기 상권 1-2장을 보면 다윗의 후계자 권리를 지녔던 아도니야도 죽게 됩니다. 이러한 혼란과 불행 속에 솔로몬이 태어납니다. 솔로몬의 탄생은 사무엘기 하권 7장에서 나탄을 통해 다윗에게 말씀하신 “나는 너를 모든 원수에게서 평온하게 해주겠다. 더 나아가 주님이 너에게 한 집안을 일으켜 주리라고 선언한다. 너의 날수가 다 차서 조상들과 함께 잠들게 될 때, 네 몸에서 나와 네 뒤를 이을 후손을 내가 일으켜 세우고, 그의 나라를 튼튼하게 하겠다. 그는 나의 이름을 위하여 집을 짓고, 나는 그 나라의 왕좌를 영원히 튼튼하게 할 것이다.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될 것이다. … 너의 집안과 나라가 네 앞에서 영원히 굳건해지고, 네 왕좌가 영원히 튼튼하게 될 것이다.”(2사무 7,11-16) 라는 예언의 말씀의 징표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21-24장은 사무엘기의 부록으로서 기근과 흑사병이라는 재앙에서 구해달라는 종교적 탄원과 다윗의 전쟁 용사들 그리고 다윗의 승전가와 마지막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무엘기는 이스라엘 백성의 왕정 시대의 도입 과정을 전하고 있습니다. 사무엘기는 역사적 발전 과정에서 그리고 시대적 요구에 따라 시작된 왕정 제도를 설명하면서 왕정 제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왕정체제가 하느님의 주권과 다스림이라는 신정체제 안에서 자리해야 한다는 것을 사울과 다윗이라는 대비되는 두 임금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영상 보기 https://youtu.be/BxBxhV2ECB8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1년 9월호, 노현기 신부(사목국 기획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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