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식물 이야기] 일용할 양식, 밀과 보리 인류는 밀을 재배하면서부터 정착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인류의 4대 문명이 발달한 곳도 밀 재배지였습니다. 이스라엘도 밀을 주요 식량으로 합니다. 보리는 솔로몬 임금 시대에는 말의 사료로 쓰였지만(1열왕 5,8 참조), 대부분 가뭄이 들면 보리를 주식으로 하였습니다. 이처럼 밀과 보리를 주식으로 하던 이스라엘 백성은 그날 먹을 빵만 맷돌을 돌려 만들었습니다. 때문에 주님의 기도에서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는 표현에는 매일 빵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풍년과 힘을 달라는 간절함이 녹아 있습니다. 성경에서 밀이 처음 나오는 장면을 살펴보겠습니다. 창세기에서 아브라함이 세 나그네를 만나자 밀가루로 빵을 굽게 하여 대접합니다. 덕분에 이사악을 갖는 축복을 받습니다(창세 18,1-15 참조). 이러한 연유로 밀은 축복을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양식을 끊어버린다 (에제 4,16 참조)는 표현은 하느님의 축복이 끊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밀은 뿌려지면 서른 배에서 백 배의 수확을 거둡니다. 주변의 생활상을 비유로 말씀하기를 좋아하셨던 예수님께서는 이 밀의 성질을 이용하여 좋은 땅에 뿌려진 씨에 대한 비유를 말씀하시며(요한 12,24 참조) 그러한 삶을 모범으로 보여주셨습니다. 보리는 주로 가난한 이들의 음식이자 가난의 상징이었습니다. 미디안 군대는 이스라엘 기드온의 보잘것없음을 빗대어 ‘보리빵 한 덩어리’(판관 7,13 참조)라고 했습니다. 다윗의 증조할머니 룻의 이야기에서도 그가 보아즈의 보리밭에서 보리 이삭을 주워 시어머니인 나오미를 봉양했다는 장면(룻 2,1-23)에서도 그 상징성이 드러납니다. 오병이어 기적에서 아이가 가진 ‘보리빵’이라는 이미지도 그러합니다(요한 6,1-15 참조). 이처럼 성경에서 보리(빵)는 가난한 이들과 하찮은 것을 표현할 때 쓰이지만,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하면 무엇보다 큰 능력을 갖게 됨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동안 연재된 ‘성경 속 식물 이야기’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약속의 땅에 마련된 이스라엘의 7대 작물(신명 8,8 참조)을 중심으로 소개됐습니다.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가나안 땅의 선물들을 살펴보면서, 이스라엘 백성은 먹거리 하나하나에도 하느님께 대한 기억과 감사를 새겨놓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일상 속에서 ‘무화과, 올리브, 포도, 대추야자, 석류, 밀과 보리’를 접할 때마다 성경 속 식물들의 영적 의미를 되새기며 주님께서 베푸신 구원 역사를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21년 11월 21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원주주보 들빛 3면, 글 · 그림 엄혜진 헬레나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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