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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금송아지 사건과 모세의 중재(탈출 32-34장)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2-26 조회수3,351 추천수0

[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금송아지 사건과 모세의 중재(탈출 32-34장)

 

 

모세가 산에서 사십 일을 체류하는 동안 산 아래의 백성들은 어떻게 지냈을까요? 우리는 여전히 모세 옆에 머물고 있으므로 사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오직 하느님께서 분노하시며 모세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미루어 짐작할 따름입니다. 듣자 하니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의 부재 기간이 길어지자 아론에게 그들을 이끌 신을 만들어달라고 청하였고, 임시 지도자였던 아론은 십계명을 거스르는 일인지를 알면서도 그들의 요구를 들어줍니다. 아론이 금귀고리를 거두어 수송아지 상을 만들자,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이집트 땅에서 이스라엘을 데리고 올라오신 신”이라고 외쳤습니다(탈출 32,4). 아론이 이 신상 앞에 제단을 쌓자 백성들은 그 제단 위에 번제물과 친교제물을 바치고, 축제를 벌였습니다. 하느님과 계약을 맺은 지 겨우 한 달 남짓 되었는데 그들은 계약을 위반한 것입니다. 이에 분노하신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네가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올라온 너의 백성이 타락하였다.”고 하시며(탈출 32,7), 이 백성을 모두 죽이고, 모세를 통해 큰 민족을 만드시겠다는 계획을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모세는 이 상황을 중재하기 위해 나섭니다. 그는 이 백성이 자신의 백성이 아니라 하느님의 것임을 상기시켜 드리며, 주님의 명성을 생각해서 이 백성을 벌하지 말라고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그들의 조상들에게 하신 약속을 기억해달라고 말씀드립니다.

 

어서 내려가라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모세는 주님께서 주신 두 증언판을 손에 들고 산을 내려옵니다. 우리도 모세와 함께 서둘러 산을 내려가 봅시다. 모세가 산에서 내려왔을 때 하느님의 말씀대로 과연 이스라엘 백성은 금송아지 상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본 모세는 증언판을 내던져 깨 버립니다. 이것은 하느님과 맺은 계약이 그들의 불순종으로 인해 파기되었음을 알리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수송아지를 불에 태워 가루를 만들어 물에 뿌리고는 그 물을 백성들에게 마시게 하였습니다(탈출 32,19; 비교: 신명 9,21 [가루를 강물에 버림]). 이 조처는 우상을 모독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모세는 이런 일이 벌어지게 한 아론을 문책하고, 레위인들을 주축으로 우상숭배에 가담한 자 3,000명을 죽였습니다.

 

이어서 모세는 백성을 위한 중재 기도를 바칩니다. 그는 주님께 백성을 용서하실 것을 청하며,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주님의 책에서 지워달라고 말씀드립니다. 주님께서는 오직 죄지은 자만이 책에서 지워지므로, 모세에게 백성을 이끌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모세에게 약속의 땅을 향한 여정을 계속하라고 명하십니다. 하지만 당신은 분노로 인해 도중에 그들을 모두 없애버릴 수도 있기에 그들과 함께 올라가지 않겠다고 선언하십니다. 이 말씀으로 백성은 슬픔에 빠져 패물을 몸에 다는 자가 없었습니다. 모세는 만남의 천막을 진영 밖에 치고 하느님께 기도드립니다. “제가 당신 눈에 든다면, 저에게 당신의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당신을 알고, 더욱 당신 눈에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민족이 당신 백성이라는 것도 생각해 주십시오.”(33,13) 그러자 하느님께서는 모세의 청을 들어주십니다.

 

자, 그렇다면 모세는 왜 하느님께서 약속의 땅을 향한 여정을 계속하라고 명령하심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 이 여정에 함께하셔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요? 왜 그는 하느님의 현존을 간절히 요청할까요? 약속의 땅보다 하느님의 현존이 더 중요한가요? 백성이 꿈꾸는 행복을 주는 것은 약속의 땅일까요? 혹은 하느님이 그들의 행복의 원천일까요? 모세의 간절한 중재 기도에는 하느님만이 이스라엘의 행복의 원천이라는, 이스라엘의 오랜 역사를 통해 얻은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과연 오늘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2022년 2월 27일 연중 제8주일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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