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가 갈라티아인들에게 보낸 편지 (22) 갈라티아인들의 과거 – 종살이(4,8-11) 세 번째 논증(4,8-31)의 첫 번째 단락(4,8-11)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단락에서 바오로는 하느님을 알게 된 갈라티아인들이 어찌하여 “약하고 초라한 요소들”에게 돌아갈 수 있느냐고 질책하고 있습니다(4,9). 이는 이미 그들이 아브라함의 후손이며 하느님의 자녀로서 자유인이라는 사실을 밝히기 위함입니다(4,7). 하느님께서는 때가 되자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어 율법 아래 있는 이들을 속량하셨습니다(4,4-5). 예수님을 믿는 이들은 하느님의 성령을 받아 더 이상 “세상적인 요소들” 아래에서 종살이를 하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4,3.7). 하지만 갈라티아인들이 자유로운 삶을 버리고 종살이를 하려는 모습에 바오로의 근심과 걱정은 커져만 갔습니다(4,11). 본 단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상적인 요소들”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새 번역에서 “(세상의) 정령들”(4,3.9)로 번역된 그리스어 표현(τὰ στοιχεια του κόσμου)은 ‘세상적인 요소들’ 혹은 ‘세상에 속한 요소들’로 직역할 수 있습니다. 바오로는 4,10에서 이 요소들을 설명합니다. “여러분은 날과 달과 절기와 해를 잘도 지킵니다.” 여기서 바오로는 다음 두 가지를 말하고자 합니다. 첫째, 날, 달, 절기와 해는 일차적으로 유다교에서 기념하던 제의(祭儀)와 관련합니다. 가령, 안식일(신명 5,12), 아빕월(신명 16,1), 파스카(신명 16,1), 안식년과 희년(레위 25,1-22)입니다. 날, 달, 절기와 해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으로, 유다인들에게는 여러 축제들의 기준이 되었습니다(창세 1,14 참조). 갈라티아인들은 율법 준수의 삶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전부터 이미 유다교 전례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바오로는 이러한 외적 규정에 의지하는 갈라티아인들의 모습을 언급하며 자신의 근심과 걱정을 표현한 것입니다. 둘째, “세상적인 요소들”은 또한 갈라티아인들이 하느님을 알기 전에 지켰던 규례와 관련합니다. 한 해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분하여 축제를 지내는 것은 단지 유다교만의 규정이 아니었습니다. 갈라티아인들도 유다교 전례력을 지키기 전, 날, 달, 절기와 해에 따른 축제를 지켜 왔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세상적인 요소들”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이지, 하느님 자체가 아닙니다. 바오로는 갈라티아인의 과거 삶이 “본디 신이 아닌 것들에게 종살이”하던 것이었음을 지적합니다(4,8). 바오로가 과거 갈라티아인들의 종살이를 지적하는 것은 그들이 현재 유다교 전례력을 지키며, 더 나아가 할례를 통해 율법 전체를 준수하고자 하는 것이 그들의 과거 종살이와 다를 바 없음을 밝히려는 것입니다. 갈라티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하느님을 알게 되어 자유인이 되었음에도 다시 종살이 삶으로 돌아가려는 모습을 바오로는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2022년 3월 13일 사순 제2주일 광주주보 빛고을 3면, 김영남 가브리엘 신부(학다리 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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