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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예수님의 변모와 타보르산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3-13 조회수2,404 추천수0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예수님의 변모와 타보르산

 

 

갈릴래아 지방에는 밥그릇을 엎어 놓은 듯 인상적인 모습의 타보르산이 있습니다. 신·구약의 역사가 공존하는 해발 588미터의 성지입니다. 구약 시대에는 판관 드보라가 바락 장군과 함께 가나안 장군 시스라를 꺾었고(판관 4-5장), 신약 시대에는 예수님께서 당신의 신성(神性)을 드러내 보여주신 곳으로 전해집니다. 마르 9,2에는 그저 “높은 산”으로 나오지만, 초세기부터 타보르산 정상에는 변모 기념 성당이 있었습니다. 반면, 헤르몬산을 변모지로 보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변모 사건 직전에 헤르몬산과 가까운 “카이사리아 필리피”에 계셨기 때문입니다(마태 16,13-20). 카이사리아 필리피에서 제자들에게 수난과 부활에 대해 예고하시고(16,17-19) “엿새 뒤”(17,1) 변모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타보르와 헤르몬 가운데 어디인지는 알 수 없으나 두 산 모두 주님의 위업을 상징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시편 89,13에서는 ‘두 산이 하느님의 창조 업적에 환호한다.’고 찬양합니다.

 

예수님이 높은 데서 신성을 드러내신 일은 부활과 재림의 전조입니다(2베드 1,16-18). 동시에 이 일은 이집트 탈출기를 재현하는 의미도 지닙니다. 먼저 “높은 산”이 시나이산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하느님의 영광이 시나이산에 드러나자 구름이 엿새 동안 그곳을 덮었듯이(탈출 24,16), 마르 9,2에서는 예수님이 엿새 뒤 산에 오르시자 빛나는 구름이 그 위를 덮었습니다. 그리고 모세가 원로들만 데리고 시나이산에 올랐듯이(탈출 24,1), 예수님은 제자 셋만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습니다. 시나이산에서는 하느님께서 구름 속에서 모세를 부르셨고(탈출 24,16) 예수님의 경우에는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시나이산에서 내려온 모세의 얼굴에서 빛이 나 백성이 두려워하게 된 일(탈출 34,30)은, 예수님의 옷이 하얗게 빛나고 제자들이 겁에 질렸다는 마르 9,3.6에서 되풀이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두려워했던 것처럼(신명 5,24-26) 제자들도 비슷한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이때 베드로는 초막을 짓고 싶다고 하는데요, “초막절”이 임금이신 하느님을 기념하는 명절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즈카 14,16), 만왕의 왕이신 주님의 정체를 이보다 더 확실히 드러내 줄 수 있는 탄성이 또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수난에 앞서 당신의 참모습을 미리 보여주신 까닭은 제자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제자들이 믿음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신 배려입니다. 우리도 살아가는 동안 하느님을 경험하는 순간들이 있고, 그런 기억 덕분에 유혹 많은 이 세상에서 믿음을 잃지 않습니다. 베드로에게는 주님의 변모가 그런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비록 십자가형에 대한 공포 때문에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 부인했지만(루카 22,54-62), 결국 회개하고 주님을 위해 목숨까지 건 데는 예수님께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변모지로 추정되는 타보르산에서는 베드로의 변화된 모습 속에 지금의 우리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2년 3월 13일 사순 제2주일 의정부주보 6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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