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올리브 나무와 성유 올리브 나무는 성지(聖地)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나무입니다. 가나안의 일곱 토산물 가운데 하나이자(신명 8,8) 일명 ‘메시아 나무’라고 합니다. 메시아(Messiah)는 ‘기름부음받은이’를 뜻하는데요, 이 기름을 올리브 열매에서 얻었습니다(탈출 30,24-25). 올리브 기름으로 만든 성유는 성전 기물에도 붓고, 대사제에게도 부었습니다. 이로써 해당 존재를 정결하게 하였습니다. “사제는 (…) 기름을 정결하게 되려는 사람의 머리에 바른다. 그런 다음, 사제는 (…) 그를 위하여 속죄 예식을 거행한다”(레위 14,18). 또한 ‘성별’(聖別)의 목적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거룩하다’라는 히브리어 [카도쉬]는 의미가 퍽 추상적이고 복잡할 것 같지만 의외로 단순합니다. 바로 ‘분리된’ ‘다른’이라는 뜻입니다. 곧 속세와 분리됨, 속세에 속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성전은 속세와 구분되는 공간이지요. 그래서 성전 기물이나 그곳에서 봉직하는 대사제에게 성유를 부어 세속과 구분된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임금도 기름부음을 받았는데요, 여기서는 그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임금에게 기름부음은 그가 하느님의 축복을 흡수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습니다. 기름을 피부에 바르면 촉촉해지지요. 이처럼 하느님의 축복이 그에게 스며드는 것, 곧 주님께서 그를 백성의 지도자로 인정하셨음을 확인해주는 것입니다. 이 기름은 하느님의 영을 상징하므로, 하느님의 영이 임금에게 머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사무엘은 (…) 그에게 기름을 부었다. 그러자 주님의 영이 다윗에게 들이닥쳐 그날부터 줄곧 그에게 머물렀다”(1사무 16,13). 그리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힘도 상징하였습니다. “나의 종 다윗을 찾아내어 그에게 나의 거룩한 기름을 부었노라. (…) 어떤 원수도 그를 (…) 누르지 못하리라”(시편 89,21-23). 그래서 올리브 기름은 영광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올리브 나무가 그들에게 대답하였네. ‘신들과 사람들을 영광스럽게 하는 이 풍성한 기름을 포기하고 다른 나무들 위로 가서 흔들거리란 말인가?’”(판관 9,9) 또한 기쁨과 축복(시편 45,8; 신명 33,24), 풍요의 상징이었기에 애도나 고행을 할 때는 바르지 않았습니다. “상복을 입고, 기름을 바르지도 말고(…)”(2사무 14,2). 올리브 나무가 이런 상징성을 지니게 된 건, 생명력이 대단하다는 데도 이유가 있습니다. 평균 천년 이상 사는 나무로서, 중심 줄기가 잘려도 뿌리만 건재하면 햇순이 돋아납니다. 이런 특징이 시편 128,3에 반영되어 있는데요, “네 밥상 둘레에는 아들들이 올리브 나무 햇순들 같구나.”라고 노래합니다. 곧 부모가 세상을 떠나도 자식들이 그 생을 이어받아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상징하는 나무로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와 더불어 올리브 나무가 손꼽힌 이유(예레 11,16; 로마 11,17-18)는 바로 이런 생명력에 있습니다. 요컨대, 옛 이스라엘에서는 하느님의 백성과 종교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메시아, 곧 임금과 대사제에게 기름을 부었습니다. 그러다 이 모든 상징성은 다윗의 후손이자 영원한 대사제(히브 7,11-28)이신 예수님께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2년 4월 3일 사순 제5주일 의정부주보 6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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