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이야기]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은 ‘영적(마음)으로 겸손하다.’는 말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가난하다.’는 뜻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은 내면 깊은 곳부터 생존을 위한 수단과 관련된 가난함에 대해 인식하는 이들입니다. 이들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다른 무엇인가에 의존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의존해야 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어느 정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존재와는 다릅니다. 누군가 물질적으로 가난하기에 희망을 물질적인 것들에만 둔다거나, 하느님께 자신의 모든 걸 의존해야 한다는 의식이 없는 이라면, 그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에 속하지 않습니다. 이제 예수님께서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말씀하신 이유가 확실해집니다. 그들이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배고픔에 시달리기 때문에, 그래서 보잘것없는 나약한 이들이라는 이유만으로 행복하다고 축복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바로 그들의 태도에 있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은 결코 자만하거나 교만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의 힘으로 살아갈 능력이 없음을 스스로 알고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그 누군가가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오직 하느님만을 의지해야 하고 그분의 도우심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고 진실하게 온 존재로 고백하는 이, 하느님 없이 살아갈 수 없기에 그분의 현존을 체험하려는 강한 열망을 가진 이가 하느님으로부터 축복을 받는 행복한 사람인 것입니다. 행복해지려면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마음이 가난하기 위해선, 하느님께 온전히 의존하는데 방해되는 물질적, 세속적 풍요로움의 유혹을 알아차리고 이를 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느님께 매달리지 않아도, 하느님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도 ‘세상의 권력과 돈, 명예로 행복할 수 있다.’는 어리석음과 그러한 우상의 강한 유혹을 멀리해야 합니다(루카 12,16-21 참조).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은 꼭두각시와 같은 수동성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개방적인 의존입니다. 마치 우리가 살기 위해서 공기에 의존하듯이, 예수님께서 아버지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존하셨듯이, 하느님의 생명을 받기 위해 그분께 모든 것을 내어 맡기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마음을 열어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을 받고 가르쳐주시는 것을 배우는 의존을 통해 생명이신 하느님과 일치하는 것이 참 행복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주셨습니다. [2022년 4월 3일 사순 제5주일 의정부주보 11면, 이승엽 미카엘 신부(선교사목국 신앙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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