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이야기] 무엇 때문에 슬퍼할까? 마태 5,4의 “슬퍼하는 사람들”에 사용된 동사 [펜테오](πενθέω)는 ‘몹시 슬퍼하다, 탄식하다, 비탄에 빠지다, 괴로워하다, 침통하다, 분하게 여기다.’는 의미입니다. 이 동사가 현재 분사형으로 사용되어 “슬퍼하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현재 분사형은 지속적인 행동을 표현하며, 그런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이 동사가 나타내는 ‘슬픔’은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삶의 자리에서 겪는 일반적인 괴로움이 아닙니다. 곧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나 고통,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괴로워 눈물을 흘리는 것(요한 11,33 참조)과는 다릅니다. 그렇다고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왔던 자신의 삶을 어느 순간 되돌아보며 느끼는 허탈함이나 우울함 같은 감정도 아닙니다. 이 ‘슬픔’의 참 의미를 알려주는 성경 구절이 있습니다: “우리 하느님의 응보의 날을 선포하고 슬퍼하는(πενθέω) 이들을 모두 위로하게 하셨다. 시온에서 슬퍼하는(πενθέω) 이들에게 재 대신 화관을, 슬픔 대신 기쁨의 기름을, 맥 풀린 넋 대신 축제의 옷을 주셨다”(이사 61,2-3). 먼저, 성경에서는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슬퍼할까요? ① 바로 떠오르는 것은 ‘죽음’입니다. 가까운 사람이나 소중한 이의 죽음은 슬픔을 가져옵니다(창세 23,2; 50,3; 1사무 6,19; 2사무 13,37; 마태 9,15; 마르 16,10; 루카 7,13; 8,52; 묵시 21,4 참조). ② 또한 도시나 민족의 ‘멸망’은 죽음으로 이끄는 현상이기에 그에 대한 반응으로 슬퍼합니다(느헤 1,4; 1마카 2,6-14; 호세 10,5; 아모 8,8; 9,5 참조). ③ 그리고 ‘죄’ 때문에 슬퍼합니다(에즈 10,6; 야고 4,8-10; 1코린 5,1-2; 2코린 12,21 참조). 시라의 저자는 ‘지혜를 갖지 못함’을 탄식했습니다: “내 영혼은 지혜를 얻으려 애썼고 율법을 엄격하게 실천하였다. 나는 하늘을 향해 손을 펼쳐 들고 지혜를 알지 못함을 탄식하였다”(시라 51,19). 여기서 슬픔(탄식)의 이유는 지혜의 부재(不在)가 곧 죄와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교육받은 대로 하지 않아 죄를 지었다”(지혜 2,12). ④ 끝으로, ‘연대감’으로 인해 슬퍼합니다(시편 35,13-14; 시라 7,34 참조). 함께 슬퍼한다는 것은 연대감의 중요한 표현입니다. 이웃을 도와야 하는 운명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함의 경험은 슬픔을 가져오며 결국 하느님께 더욱 매달리게 합니다. 그리고 주님의 도우심을 청하며 속죄의 삶을 살아가도록 변화를 일으켜줍니다. [2022년 4월 10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의정부주보 11면, 이승엽 미카엘 신부(선교사목국 신앙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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