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성경의 12 순간들 (5) 왕국의 분열 하나였던 다윗 왕조는 결국 둘로 갈라진다. 그 이유에 대해서 열왕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솔로몬은 자신이 모든 외국인 아내를 위하여 그들의 신들에게 향을 피우고 제물을 바쳤다.” 그리고 결국 주님은 진노하시며 말씀하신다. “네가 이런 뜻을 품고, 내 계약과 내가 너에게 명령한 규정들을 지키지 않았으니, 내가 반드시 이 나라를 너에게서 떼어 내어 너의 신하에게 주겠다”(1열왕 11,11). 결국 분열의 원인은 우상숭배였다. 솔로몬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지혜롭고 부유했던 임금으로 묘사되었지만,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없다면 그 모든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물론 역사적으로, 분열의 원인은 다양했다. 솔로몬의 번영과 확장된 영토, 방대한 건축사업 뒤에는 무거운 세금과 부역의 그림자가 있었다. 확장된 영토를 장악하고 통제하려면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군대와 그들을 부양할 경비다. 또한 건축사업을 위해 수많은 일꾼들이 강제로 건축 현장에 동원되었다. 이는 이집트에서의 종살이와 다를 것이 없었다. 백성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또한 솔로몬의 강력한 왕권과 중앙집권적인 통치 역시,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전통적인 동맹체제와 부딪힐 수밖에 없었고, 대다수 북부 지파들의 반발을 샀다. 솔로몬이 죽은 후, 예로보암이 온 백성과 함께 솔로몬의 아들 르하브암을 찾아가 청한다. “임금님의 아버지께서는 우리의 멍에를 힘겹게 하셨습니다. 이제 임금님의 아버지께서 지우신 힘겨운 일과 무거운 멍에를 가볍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우리가 임금님을 섬기겠습니다”(1열왕 12,4). 하지만 돌아온 응답은 다음과 같았다. “내 새끼손가락이 내 아버지의 허리보다 굵소. … 내 아버지께서는 그대들을 가죽 채찍으로 징벌하셨지만, 나는 갈고리 채찍으로 할 것이오”(1열왕 12,10-11). 실망한 예로보암은 유다와 벤야민 지파를 제외한 열 지파를 이끌어 갈라져나가고, 하나였던 나라는 두 나라로 갈라져버린다. 우리는 이 두 왕국을 ‘북이스라엘’과 ‘남유다’라고 부른다. 아쉬운 점은 더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둘로 갈라져 버렸다는 사실이다. 아시리아와 이집트 같은 강대국들이 힘을 키워가며 호시탐탐 가나안을 노리고 있는 시점에, 부담스러웠던 솔로몬의 강국이 둘로 갈라져버렸으니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또 어디 있겠는가? 솔로몬이 죽은지 겨우 5년, 즉 르하브암이 즉위한지 5년이다. 먹기 좋게 차려진 음식을 맹수들은 거절하지 않았다. 결국 “르하브암 임금 제 오년에 이집트 임금 시삭이 예루살렘에 올라와서, 주님의 집에 있는 보물과 왕궁의 보물을 가져갔다. 또한 솔로몬이 만든 금방패도 모두 가져갔다”(1열왕 14,26). 주님의 집이 어디인가? 예루살렘의 중심이 아닌가? 이집트는 남유다의 안방까지 쳐들어와, 다윗과 솔로몬이 모아둔 모든 재산을 다 털어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르하브암과 예로보암 사이에는 늘 전쟁이 있었다”(1열왕 14,30). 정신 차리지 못한 이 두 형제는 앞으로 어찌 될 것인가? [2022년 4월 24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원주주보 들빛 3면, 정남진 안드레아 신부(용소막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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