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맛들이기] 하느님 나라의 개념 이해 ‘하느님 나라’는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복음의 핵심 주제이며, 그분의 활동과 사상의 중심 메시지입니다. 그러나 복음서 그 어느 곳에서도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확실히 정의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하느님 나라에 대한 올바른 개념 이해가 필요합니다. ‘하느님 나라’ 또는 ‘하늘 나라’는 한자어로 천국(天國) 또는 천당(天堂)입니다. ‘하늘 나라’란 용어는 ‘하느님의 나라’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 신약 성경에서 ‘하늘’이라는 표현은 ‘거룩한’ 또는 ‘하느님’이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마태오 복음 5장 12절에 나오는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라는 말씀은 ‘너희가 하늘에서 상을 받는다는 뜻’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상을 주신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하셨던 말씀 중에 하늘에서 온 것은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이고, 거룩한 곳이라는 뜻을 말합니다. ‘나라’란 일반적으로 ‘영토와 주권과 국민’으로 구성된 국가 체제를 뜻하지만, 복음서에서 사용한 ‘나라’(βασιλεία)라는 말은 ‘다스리심’, ‘현존하심’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흔히 ‘하느님 나라’를 아름답고 행복이 넘치는 ‘장소’(천국)의 개념으로 생각하지만,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께서 다스리시는 상황,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는 상태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사도 바오로도 “하느님 나라는 먹고 마시는 일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누리는 의로움과 평화와 기쁨입니다.”(로마 14,17)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본 사람도, 다녀온 사람도 없기에 그 모습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비유와 기적 그리고 놀라운 일들을 통하여 가르치셨습니다. 예수님 시대 이스라엘 백성은 로마의 통치에서 자신들을 해방시켜 줄 정치적 메시아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현실적 기대를 채워 주시기 위해 오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시는 하느님 나라는 구약에 약속된 바와 같이, ‘하느님의 다스림이 이루어지고, 그분의 사랑과 진리,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는 것’(시편 96,13; 98,9 참조)을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하느님 나라가 당신 자신으로 말미암아 이미 이 세상에 왔다는 것을 가르치셨고(마르 1,15), 사람들이 삶의 자세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이 기쁜 소식을 받아들이도록 이끄셨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심으로써 시작되었지만,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날과 그 시간은 언제일지 모르기에 당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하느님 나라를 이 세상에서 실현하는 일에 동참하기를 바라셨고, 그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마태 5,13-16 참조). 그러므로 어떠한 차별도 없이 하느님 나라에 초대받은 우리는 하느님의 뜻과 사랑을 실천하는 가운데 그 나라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마태 5,3-10; 마르 1,14-15; 루카 9,62; 요한 3,3.5). [2022년 5월 15일 부활 제5주일 수원주보 3면, 이승환 루카 신부(제2대리구 복음화2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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