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묻고답하기

제목 Re:생미사와 연미사를 올린 이후가 궁금합니다. 카테고리 | 천주교
작성자이정임 쪽지 캡슐 작성일2016-05-26 조회수6,343 추천수0 신고

[재미있는 전례 이야기 ‘전례 짬짜’] (23) 미사례물(미사젼, stipendium Missae, stips Missae)


미사에 대한 대가 아닌 ‘자유로운 봉헌’

 

 

오래전에 들었던 이야기이다. 본당신부가 사무실을 지나가는 데 어느 자매가 사무장에게 큰소리로 ‘돈을 돌려주지 못해!’하면서 난리를 치고 있더란다. 가만히 내용을 들어보니 대학입시를 앞두고 자녀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를 희망하며 거액의 미사예물을 봉헌했는데, 그만 대학에 떨어졌기에 효험 없는 미사에 봉헌한 미사예물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본당신부는 쓴웃음을 머금고 사무장에서 눈짓으로 돌려주라고 했다는 황당한 이야기이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앞서는 기복신앙의 전형적인 예이다. 기복신앙에 대해서는 추후에 기회가 있을 때 다루고 지금은 미사예물이 어떤 기원을 지녔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알아보려고 한다. 

 

‘미사예물’은 예전에는 ‘미사례물’이라고 썼으며 ‘미사젼’이라고도 했다. 한국 천주교회의 미사례물에 대한 설명은 「회장직분」 미사성졔편에 나온다.

 

 

위의 문헌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미사예물은 두 종류가 있다. 생미사와 연미사이며 생미사는 살아있는 사람, 그리고 연미사는 죽은 사람을 위한 미사예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구분에 있어서 연미사를 봉헌하더라도 그 미사를 드리는 가족들 역시 은총을 받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생미사를 봉헌한다하더라도 죽은 이들에게 전혀 은총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미사예물을 봉헌하면서 지향하는 바를 사제에게 모두 일일이 적거나 아뢸 필요 없으며 생미사와 연미사의 획일적 구분은 좋지 않다. 구체적인 지향은 미사를 드리면서 마음에 품으면 된다. 

 

또한 「회장직분」에는 고해성사 중에 미사지향을 부탁하거나 예물을 드리는 것을 금지한다고 나와 있다. 당시에는 미사예물이 공식적으로 나와 있는데 미사예물은 보통 사제의 하루 생활비를 관습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위의 문헌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생미사와 연미사의 획일적 구분에 대해 그리고 미사지향을 너무 상세히 적어 발표하는 것에 대해서 한국 천주교회는 전통적으로 올바른 지침을 내렸다는 것이다.

 

「회장직분」에서 확인했듯이 현재의 미사예물은 교우들이 특별한 지향을 가지고 미사를 봉헌해 주기를 청하면서 미사 주례자나 공동 집전자에게 주는 봉헌금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초기교회에서의 예물은 성찬례 준비예물이었으며 남은 것은 성직자와 가난한 이웃의 생활비로 이용됐다. 즉 미사예물은 결코 미사에 대한 대가가 아니고 자유로운 봉헌이었다. 미사예물에 지향을 곁들인 것은 4세기 이후의 일이며 이 관습은 11세기에 널리 성행했다. 트리엔트공의회는 미사예물에서 어떠한 이익 추구도 배제하도록 노력했으나 자세한 지시는 하지 않았다. 우르바노 8세 교황이 비로소 1625년 각 미사에 한 대의 미사예물만 받을 수 있다고 결정했고 후대에는 본당 사제가 주일과 축일에 의무적으로 지내는 교중 미사(applicatio pro populo)에는 미사예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금지했다. 

 

새 교회법에 따르면 예물이라는 용어는 ‘대가’(stipen dium)에서 ‘봉헌금’(stips)으로 바뀌었다(교회법 945조 참조). 대가(stipendium)라는 말은 상업적 용어로서 정의에 따라 부과할 의무가 있는 것을 가리킨다. 이에 반해 봉헌금(stips)은 가난한 이들이나 하느님을 위해 무상으로 주는 것이기 때문에 정의에 따라 계약된 만큼의 의무를 이행한다는 뜻을 갖고 있지 않다. 

 

최근 몇몇 신학자들은 새 교회법과 교황 바오로 6세의 자의 교서 「Firma in Traditione」(1974.06.13)에 근거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미사예물은 교회의 직무를 위해 교우들이 자유로이 봉헌하는 것이지 전례 거행에 대한 대가로 지불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제사를 현재화하는 미사의 ‘효과’는 미사예물의 많고 적음이나 있고 없음이 아니라 참례자들이 지니는 내적 헌신과 그리스도와 결속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미사예물은 하느님께 드리는 봉헌예물이지 어떤 조건문이나 계약서가 아니다. 미사예물을 통해서 교우들은 미사에 더욱 능동적으로 참례하며 사제생활과 교회의 실질적 활동을 지원한다. 미사예물로써 자신의 미사를 샀다고 하는 의식은 버려야 한다. 사제는 미사지향에 대한 언급은 명확히 해야 하며 감사기도에서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감사기도의 중심은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 역사에 대한 기억과 감사, 성령청원, 중재이기 때문이다.

 

[가톨릭신문, 2012년 2월 19일, 윤종식 · 허윤석 신부(가톨릭 전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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