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맛들이기]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인 ‘부활’ ‘부활’이라는 말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출발점이며, 동시에 그 핵심에 자리 잡고 있는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떠올리게 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예수님을 그리스도와 주님으로 선포하는 신앙의 토대입니다. 또한 성경 곧, 율법과 예언서와 시편이 전한 하느님 약속의 완성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활은 분명 시공간 안에 발생한 초월적 사건입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교리서」 647항은 ‘부활 사건의 핵심은 감각 기관으로 지각할 수 없는 것입니다. 빈무덤이라는 표징과 부활하신 예수님을 사도들이 만났다는 사실로 부활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확인되지만, 역사를 초월하고 넘어선다는 면에서 부활은 여전히 신앙의 신비의 핵심에 머물러 있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났다는 것은 여전히 믿기 어려운 일임이 분명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상 죽음은 역사적 자료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예수님의 부활 사건은 복음서를 떠나서는 하나의 사실이라고 객관적으로 단정할 수 있는 물리적 근거를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복음서에 나오는 제자들의 증언뿐이며, 부활 사건은 바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의 놀라운 영적 변화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것이야말로 예수님 부활 사건의 명백한 역사적 증거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부활은 모든 복음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소개하며,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살리셨다’는 메시지를 공통적으로 나타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주님이요 메시아라 고백하며 그분께 대한 믿음을 표명했습니다(사도 2,36; 로마 1,4; 필리 2,11 참조). 그리고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어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세상 끝까지 복음을 선포하게 하셨습니다(마태 28,18-20). 예수님 부활의 첫 선포자인 베드로 사도는 오순절 설교(사도 2,14-36)에서 시편 16편 8-11절을 인용하면서 다윗의 시신이 남아 있는 무덤은 부활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증거이듯, 예수님의 빈 무덤은 “예수님을 하느님께서 다시 살리셨고 우리는 모두 그 증인”(사도 2,32)이라고 설교하였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천상의 신비 안에 계시된 것이 아니라 지상의 삶 한가운데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부활은 죽는 것만큼 힘든 지금의 삶과 직결된 문제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지금 삶과 전혀 다른 육신의 재생이 아니라, 지금 삶이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새롭게 조망되어야 하는 것이 부활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부활이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바로 지금에 정직하고 솔직하게 응답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우리가 주님을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주님의 사랑을 얼마나 깊이 체험하고 사는가에 따라 부활은 각자 다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 [2022년 5월 22일 부활 제6주일 수원주보 3면, 이승환 루카 신부(제2대리구 복음화2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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