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올리브 산과 예수님의 승천 경당 예루살렘 성의 동쪽에는 올리브 산이 있습니다. 신구약성경의 역사가 공존하는 성지로서 유다 전승에 따르면 홍수 뒤 노아가 날려보낸 비둘기가 올리브 잎을 따온 산입니다(『창세기 라바』 33,6). 기원전 6세기 초 남왕국 유다가 멸망을 앞두었을 때 하느님의 영광이 타락한 예루살렘 도성과 성전을 떠나 마지막으로 머무르신 곳이기도 합니다: “주님의 영광이 도성 한가운데에서 떠올라, 도성 동쪽에 있는 산 위에 멈추었다”(에제 11,23). 즈카 14,4-8에서는 주님의 날에 당신께서 올리브 산 위에 서시면 산이 반으로 갈라져 넓은 골짜기가 생기리라고 예고합니다. 그러면 예루살렘에서 생수가 솟아 절반은 동쪽 바다 곧 사해로, 절반은 서쪽 바다 지중해로 흐르리라 합니다. 구약 시대에는 하느님의 영광이 머무르셨듯이 신약 시대에는 예수님께서 올리브 산을 즐겨 찾으셨습니다. 성전에서 가르치시는 동안 그곳에서 묵으셨고(루카 21,37) 예루살렘 입성도 올리브 산에서 시작하셨습니다(마태 21,1-11; 요한 12,12-19 등). 사도 1,9-12에 따르면 주님께서 승천하신 곳 역시 올리브 산이므로, 교부 히에로니무스는 이곳을 ‘빛과 부활’의 상징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실제로 올리브 산은 해 뜨는 방향에 자리한 데다 그 뒤로 광야를 끼고 있어 생명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 같은 인상을 줍니다. 루카 24,50-51도 예수님의 승천지가 올리브 산이라는 근거가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 베타니아 근처까지 데리고 나가신 다음 (…) 그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셨다.” 베타니아는 올리브 산 정상에서 가까운 성읍입니다. 예부터 올리브 산 정상에는 주님의 승천을 기념하는 성당이 봉헌되어 있었습니다. 최초의 성당은 기원후 4세기 후반 로마 귀부인에 의해 지어졌는데, 승천을 기념하기 위해 지붕이 없는 형태로 만들어졌지만, 7세기 페르시아 침공 때 파괴되었습니다. 십자군 시대에 다시 봉헌된 성당은12세기 후반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되어 오늘에 이릅니다. 그래서 승천 경당 안에 들어가면 메카의 방향을 표시하는 ‘미흐랍’을 볼 수 있지요(이슬람교도들은 메카를 향해 기도하므로, 모든 사원에는 미흐랍이 붙어 있습니다). 그래도 주님 승천 대축일에는 그리스도인들이 모여 전례를 할 수 있는데요, 경당 안에 남아 있는 작은 바위가 예수님의 승천지로 전해집니다. 예수님의 승천은 비단 당신이 하늘로 오르셨다는 사실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이는 성령을 보내주시겠다는 약속과 연결된 사건입니다. 그리고 약속대로 예수님께서는 오순절에 성령을 보내주셨습니다(사도 2,1-13). 또한 승천 자리에서 당신의 재림에 대해서도 예고하셨으므로, 승천 경당은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시리라는 주님의 약속을 오늘도 상기시켜 줍니다(사도 1,11).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2년 5월 29일(다해)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청소년 주일) 의정부주보 6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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