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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복음서에서 만나는 예수님: 마태오 복음을 중심으로 - 산상 설교(마태 5-7장),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6-13 조회수2,767 추천수0

복음서에서 만나는 예수님 : 마태오 복음을 중심으로


산상 설교(마태 5-7장),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여러분은 산이 좋으십니까, 바다가 좋으십니까? 어쩌면 이것은 아빠가 좋은지 엄마가 좋은지, 짬뽕이 좋은지 짜장면이 좋은지와 같은 선택하기 매우 어려운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혹자는 “인생은 탄생(Birth, B)과 죽음(Death, D) 사이의 선택(Choice, C)이다.”라고 말하면서 우리네 인생이 언제나 선택의 연속임을 깨닫게 합니다. 아무튼 시작부터 뜬금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오늘 우리가 살펴볼 내용이 바로 마태오 복음 5장부터 7장에 걸쳐 이어지는 “산상 설교(산상 수훈, Sermon on the Mount)”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도 함께 산으로 올라가서 예수님의 말씀에 귀기울여 볼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군중을 보시고 산으로 오르셨다. 그분께서 자리에 앉으시자 제자들이 그분께 다가왔다. 예수님께서 입을 여시어 그들에게 이렇게 가르치셨다.”(5,1-2)

 

앞서 예수님은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고 아픈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는데, 그 소문을 듣고 온 지방으로부터 모여든 많은 군중이 그분을 따랐습니다.(4,23-25 참조)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보시고 새로운 가르침을 주십니다. 따라서 산상 설교의 대상은 온 세상, 모든 군중을 향해 열려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산에 오르시어 권위있는 모습으로 자리에 앉으시고 하늘 나라에 관하여 가르치십니다. 흡사 그 모습은 시나이산에서 십계명을 받고 내려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던 모세를 떠올리게 합니다. 마태오 복음서에서 예수님께서는 새로운 모세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예수님은 당신 스스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주시고, 인간을 구원하시는 메시아, 모세보다 더 위대한 하느님의 아드님으로서 자신을 드러내 보이십니다.

 

구약성경에서 산은 하느님 현존의 장소이며 하느님의 계시가 이루어지는 매우 특별한 곳입니다. 산에서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율법을 수여하셨습니다.(탈출 19-24장) 예수님은 산에서 하늘 나라의 가르침을 전하시고(5-7장) 거룩하게 변모하십니다.(17, 1-9)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산에서 제자들에게 선교 사명을 주시고 당신의 지속적인 현존을 약속하십니다.(28,16-20)

 

마태오 복음서 전체 구조를 간단히 살펴보면 먼저 예수님을 소개하는 서문(1-4장)에 이어서 다섯 설교, 즉 산상 설교(5-7장), 파견 설교(10장), 하늘 나라에 관한 비유 설교(13장), 교회론적 설교(18장), 종말론적 설교(24-25장)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가장 결정적인 사건인 수난, 죽음, 부활 이야기(26-28장)가 이어집니다. 다섯 설교의 시작인 “산상 설교”에서 예수님께서는 참행복에 관하여 말씀하십니다.(5,3-12)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5,3)

 

루카 복음서의 병행 구절(루카 6,20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과는 달리 마태오 복음서는 앞부분에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덧붙입니다. 원문을 직역하면 “행복하여라, 영으로(프네우마)가난한 사람들!”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마태오 복음서는 ‘영의 가난함, 마음의 가난함’이라는 보다 영성적이며 종교적인 의미를 더합니다. 어떤 성서학자는 마음의 가난함이 ‘겸손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자신이 죄인임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고백하는 사람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우리는 모두 죄인입니다.”라고 자주 말씀하십니다. 살아갈수록 “사는 것이 죄이지요.”라는 옛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의 의미를 조금씩 깨닫게 됩니다. 우리 내면에는 욕심, 미움, 이기심이 얼마나 많이 자리하고 있습니까? 또 그로 인해 우리는 이웃과 세상에 얼마나 많은 상처와 아픔을 주고 있습니까? 하느님과 형제들 앞에서 우리는 참으로 부족한 죄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신이 죄인임을 아는 이는 하느님의 은총에 자신을 내어 맡깁니다. 자신의 보잘것없음과 부족함을 깨닫는 자만이 하느님의 크심과 그분이 베풀어 주시는 무한한 은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비록 죄인이지만 죄인을 부르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 덕분에 참으로 행복한 이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1,21)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26,28)

 

죄 많은 우리가 하느님께로 돌아와 진심으로 회개하고, 죄인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님을 신뢰하며 그분의 가르침에 따라 충실히 살아갈 때 하늘 나라는 우리의 차지가 될 것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자신이 죄인임을 깊이 깨닫고 이를 겸손되이 고백하며 하느님의 은총에 의탁하고, 예수 그리스도와 더욱 일치하여 자신을 세상 구원의 도구로 기꺼이 봉헌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누리는 참행복과 하늘 나라는 5장 4절부터 12절에서 더욱 구체화됩니다. “슬퍼하는 사람, 온유한 사람,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 자비로운 사람, 마음이 깨끗한 사람, 평화를 이루는 사람,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는 무엇보다도 예수님께 들어맞는 행복, 예수님의 행복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먼저 이 길을 걸으셨고, 이제 당신께서 보여주신 참행복과 영원한 생명의 길로 우리를 부르십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불리움을 받은 제자들의 소명(5,13-16)과 율법을 완성하러 오신 예수님 (5,17-20), 그리고 여섯 가지 대당 명제를 통해서 율법을 완전케 하시는 예수님의 새로운 가르침(5,21-48)을 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으로 ‘의로움’을 말씀하시는데, 특히 마태오 복음에서 거듭 강조되는 ‘의로움(디카이오쉬네, )’은 하느님의 뜻을 충실히 실천하는 것입니다.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 다.”(5,20)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6,33)

 

또한 산상 설교의 중심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시는 ‘주님의 기도’를 듣습니다.(6,9-15) 이는 기도할 줄 모르는 우리에게 큰 위로와 기쁨을 줍니다. 예수님께서 바치셨던 이 기도를 바칠 때 우리는 주님과 하나가 됩니다. 그리고 후반부인 7장에서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 대한 끊임없는 간청과 의탁(7-11),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인 황금률을 말씀하시며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한 실천의 삶으로 우리를 초대 하십니다.

 

 

“그러므로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7,12)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하늘 나라에) 들어간다.”(7,21)

 

바야흐로 여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햇볕 좋은 날, 가까운 산에 올라 예수님의 산상 설교를 묵상하며 참행복과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하늘나라의 가르침에 한번 빠져 보시면 어떨까요?

 

[월간빛, 2022년 6월호, 이민영 예레미야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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