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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사마리아인 기념 여인숙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7-11 조회수1,885 추천수0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사마리아인 기념 여인숙

 

 

예루살렘과 예리코 사이의 도로에는 사마리아인 기념 여인숙이 자리해 있습니다. 루카 10,29-37의 “착한 사마리아인 비유”를 기념하는 곳입니다. 사마리아인은 오랫동안 그리짐 산을 지키며 살아온 이들입니다. 주님 성소가 자리한 곳이 예루살렘이 아니라 그리짐 산이라 믿어왔기 때문입니다. 사마리아인이 생겨난 기원 설 가운데 가장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시리아의 북왕국 유배와 관련 있습니다. 기원전 722년 아시리아는 북왕국을 무너뜨린 뒤 민족 정체성을 없애려고 수도 사마리아에서 주민들을 유배하고 대신 이교인을 이주시켰습니다(2열왕 17,24-41). 그때부터 사마리아인이 이교의 후손으로 천시받게 되었다는 것입니다(에즈 4,1-3; 요한 4,9 참조).

 

착한 사마리아인 비유의 배경은 “아둠밈 오르막”(여호 15,7), 곧 ‘붉은 오르막’이라 칭해지는 곳입니다. 예루살렘과 예리코를 잇던 옛 골짜기 길인데요, 주변 토양의 색깔이 붉어 그런 지명이 붙었습니다. 양 옆의 구릉 곳곳에는 강도가 자주 숨어 있었으므로 위험한 길이기도 하였습니다. 흡사 ‘강도 맞은 이의 피로 물든’ 느낌도 받게 하였을 것입니다. 백성은 이 길로 예루살렘 성전을 오갈 때마다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재앙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니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라는 시편 23,4을 되뇌며 안전을 기원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비유에도 강도를 맞아 초주검이 된 사람이 나옵니다. 맨 처음 그를 발견한 이는 사제였는데 보자마자 길 반대편으로 가버립니다. 아마 죽은 사람이라 여긴 탓으로 보입니다. 율법에 따르면 사제는 시신과 접촉하면 안 됩니다(레위 21,1-4). 하지만 사제는 그 길을 ‘내려가고’(루카 10,31) 있었으니 성전 직무를 끝내고 귀향하던 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성전이 자리한 예루살렘으로 갈 때는 ‘올라간다’고 표현하고, 떠날 때는 ‘내려간다’는 표현을 씁니다. 당시 사제들은 1년에 2주간 일하였기 때문에(1역대 24,3-18) 다음 직무 때까지 정결례할 시간도 충분하였을 테니, 만일 도와주었다면 그 행동은 하느님 눈에 옳은 일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 레위인도 그냥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곳을 여행하던 사마리아인이 그를 발견한 뒤 응급처치를 하고 여관으로 옮겨 간호해줍니다. 그리고 다음 날 여관 주인에게 맡기고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돌봐 달라며 돈까지 지불합니다. 당시 그가 지불한 두 데나리온은 이틀 치 일당에 해당하였으니(마태 20,2) 상당한 금액이지요.

 

이 비유에서는 유다인들이 이웃으로 여기지 않던 사마리아인이 유다인 길손을 구해줍니다. 이 비유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진짜 이웃이 된다는 것은 그를 위한 선한 행동을 통해 가능하다는 가르침입니다. 실제로 잠언 6,1에는 “이웃”이 “낯선 이”와 동의어로 쓰인 예도 나옵니다. 지금은 현대식 도로가 깔려 더 이상 위험하지 않게 된 아둠밈 오르막에는 이제 사마리아인 기념 여인숙이 세워져, 지나는 모든 이에게 이천 년 전 예수님이 전달하신 가르침을 떠올리게 합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2년 7월 10일(다해) 연중 제15주일 의정부주보 6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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