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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복음서에서 만나는 예수님: 마태오 복음을 중심으로 - 하늘 나라 비유 설교(마태 13장)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8-10 조회수3,189 추천수0

복음서에서 만나는 예수님 : 마태오 복음을 중심으로


하늘 나라 비유 설교(마태 13장)

 

 

“하늘 나라에 가고 싶으신 분 계십니까?” 대부분 손을 드실 것입니다. 저도 당연히 가고 싶습니다. 한 가지 더 묻겠습니다. “‘지금’ 하늘 나라에 가고 싶으신 분 계십니까?” 많은 분들이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분명 우리에게 하늘 나라는 궁극적인 희망의 ‘그곳’이지만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습니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4, 17)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것은 다름 아닌 ‘하늘 나라’였습니다. 예수님은 당신 말씀과 행동으로 하늘 나라를 드러내셨는데, 특히 마태오 복음 5-7장의 산상 설교에서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한 가르침을 전하셨고, 8-9장의 열 가지 기적을 통해서 하늘 나라의 도래를 직접 보여 주셨습니다. 10장의 파견 설교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을 보내시어 하늘 나라를 선포하도록 하셨습니다. 11-12장에서 예수님은 하늘 나라의 현존을 언급하십니다.(11,11-12; 12,28 참조) 그리고 마침내 예수님께서는 당신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 믿는 이들에게 하늘 나라의 문을 활짝 열어 주셨습니다.(26-28장)

 

마태오 복음사가는 13장에서 예수님의 일곱 가지 비유를 모아서 비유 설교를 엮었습니다. 비유는 일상 생활의 소재로 어떤 사실을 쉽게 설명하고자 할 때 사용되는데, 일곱 가지 비유의 주제는 공통적으로 ‘하늘 나라’에 관한 것입니다. 그래서 마태오 복음 13장을 일컬어 ‘하늘 나라 비유 설교’라고 부릅니다.

 

마태오 복음서에서 독점적으로 사용되는 ‘하늘 나라’ 표현은 ‘하느님 나라’를 가리키는 셈어적 관용구로서, 거룩한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담을 수 없었던 유다인들의 관습을 반영하면서 마태오 공동체가 유다계 그리스도인들로 구성되어 있었음을 상기시켜 줍니다. 하늘 나라는 흔히 말하는 천당과 같은 장소적인 개념이라기보다는, 하느님의 다스림, 하느님의 통치를 의미합니다. 하늘 나라는 하느님을 중심으로 한 우리의 삶입니다. 하느님으로 말미암아 열리게 된 새로운 생명과 은총의 상태입니다. 이는 예수님 덕분에 완전히 실현되어 우리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믿고 그분을 따라 살면 우리는 하늘 나라의 행복을 누리게 됩니다.

 

 

“너희에게는 하늘 나라의 신비를 아는 것이 허락되었지만, 저 사람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13,11)

 

예수님께서는 특별히 제자들에게 이 비유들의 의미를 설명해 주시면서 하늘 나라의 신비를 아는 권한이 당신 제자들에게 주어졌음을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자녀들은 세상 사람들과는 달리 하늘 나라의 신비를 듣고 알고 있다는 ‘특권’이 있습니다. 따라서 하느님으로부터 거저 주어진 은총에 우리는 주님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시에 신앙인은 여기에만 머물지 않고, 예수님처럼 말과 행동으로 하늘 나라의 신비를 세상에 전하고 실천하여 이 땅에 하늘 나라를 구현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13,1- 23)에서 씨를 뿌리는 이는 하늘 나라의 말씀을 전하시는 예수님을 떠올리게 합니다. 참된 제자는 예수님의 말씀을 충실히 받아들여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가라지의 비유(24-30절; 36-43절)에서는 밭에 밀과 가라지가 뒤섞여 자라고 있듯이, 세상 안에 선한 이와 악한 이가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전해 줍니다. 마지막 수확 때에 집주인이 밀과 가라지를 구별하여 밀은 곳간에 거두고 가라지는 태워 버리듯, 종말의 때에 하느님의 심판이 있을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내용이 그물의 비유(47-50절)에서도 다시 나타납니다. 하늘 나라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하늘 나라는 궁극적으로 세상 종말에 완성됩니다.

 

겨자씨의 비유(31-32절)와 누룩의 비유(33절)에서는 하늘 나라가 지극히 작고 보잘것없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지만 세상 안에서 계속해서 성장하고 확장되고 있음을 전합니다. 보물의 비유(44절)와 진주 상인의 비유(45-46절)는 하늘 나라를 발견한 이의 기쁨을 강조합니다. 하늘 나라의 보물은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가장 값진 것이기에, 이를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 지금까지 추구해 온 모든 가치를 다 포기하여 투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늘 나라의 제자가 된 모든 율법 학자는 자기 곳간에서 새 것도 꺼내고 옛것도 꺼내는 집주인과 같다.”(13,52)

 

하늘 나라의 신비를 깨닫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주님의 가르침을 가까이 하며, 그분을 따라서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은 하늘 나라를 살라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하늘 나라는 아주 가까이에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 우리 함께 하늘 나라를 건설하며 기쁘게 살아갑시다.

 

[월간빛, 2022년 8월호, 이민영 예레미야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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