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이야기] 형용사 ‘자비로운’ [엘레에몬] (ἐλεήμων) ‘자비’라는 어휘는 성경에서 형용사, 명사, 동사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구약성경에서 ‘자비로움’은 거의 하느님께만 적용되며, 그분의 자비는 분노와 경멸이 아니라 오히려 죄를 용서하고 인간을 측은하게 여기시는 행동으로 드러납니다.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은, 주님은 자비하고 너그러운 하느님이다. 분노에 더디고, 자애와 진실이 충만하며, 천대에 이르기까지 자애를 베풀고, 죄악과 악행과 잘못을 용서한다”(탈출 34,6-7). “자비하고” “너그러운”이란 두 단어는 동의어로서 하느님의 특성을 나타내는 데 자주 사용됩니다(탈출 34,6; 2역대 30,9; 느헤 9,17; 시편 86,15; 103,8; 111,4; 112,4; 145,8; 벤시라 2,11 참조). “그렇기 때문에 그분께서는 모든 점에서 형제들과 같아지셔야 했습니다. 자비로울 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섬기는 일에 충실한 대사제가 되시어, 백성의 죄를 속죄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분께서는 고난을 겪으시면서 유혹을 받으셨기 때문에, 유혹을 받는 이들을 도와주실 수가 있습니다”(히브 2,17-18). 히브리서에서 예수님은 대사제로 불리십니다. 대사제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자비로움과 뛰어난 믿음을 드러냅니다. 18절은 예수님의 자비로움이 그분께서 직접 겪으신 고통과 유혹에 근거하는 것이기에 유혹받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속성은 히브 4,15-16에서 다시 한번 확인됩니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는 대사제가 아니라, 모든 면에서 우리와 똑같이 유혹을 받으신, 그러나 죄는 짓지 않으신 대사제가 계십니다. 그러므로 확신을 가지고 은총의 어좌로 나아갑시다. 그리하여 자비를 얻고 은총을 받아 필요할 때에 도움이 되게 합시다.” 이는 자비로움의 필수 요소가 아픈 이들을 향한 동정과 이해 그리고 그들에게 실제로 유효한 도움을 주는 것임을 말해줍니다. 마태오 복음에서 자비로움이 예수님의 온유함과 관련되었다면, 히브리서에서는 대사제이신 예수님의 필수 요소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과 병행하는 루카 복음의 행복 선언에서는 자비와 관련된 내용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대신, 루카 6,36에는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하는 권고가 나옵니다. 이 권고는 인간의 행위가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일치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훈계가 뒤따릅니다: “심판하지 마라. (…) 단죄하지 마라. (…) 용서하여라. (…) 주어라”(루카 6,37-38). [2022년 8월 14일(다해) 연중 제20주일 의정부주보 11면, 이승엽 미카엘 신부(선교사목국 신앙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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