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야포항과 이방인 선교 서쪽으로 지중해에 접한 이스라엘에는 야포라 하는 옛 항구가 있습니다. 예루살렘에서 북서쪽으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텔아비브의 남쪽 경계에 위치한 곳입니다. 야포는 ‘아름답다’라는 뜻의 히브리어 [야파]에서 파생한 지명으로 추정되는데, 노아의 막내아들 야펫(창세 9,18)이 세운 곳이라 야포가 되었다는 전승도 존재합니다. 여호수아 시대에는 야포가 단 지파에 주어지지만(여호 19,46), 단 지파는 필리스티아에 밀려 자기 영토를 지켜내지 못하고 “라이스”(판관 18장)라는 북쪽의 성읍으로 이주하게 됩니다. 왕정 시대에는 솔로몬이 야포로 레바논의 향백나무를 들여와 예루살렘 성전을 지었습니다(2역대 2,15). 기원전 6세기 후반 바빌론 유배가 끝나 유다인들이 귀향했을 때도 이 항구로 레바논의 향백나무를 수입해 제2성전을 봉헌하게 됩니다(에즈 3,7). 야포하면 생각나는 예언자가 있습니다. 이방 성읍 니네베로 파견된 걸 알고 주님을 피해 야포에서 타르시스행 배를 탄 요나입니다(요나 1,3). 하느님은 “바다와 물을 만드신”(1,9) 창조주임을 알면서도 바닷길로 도망가면 가능하리라 생각한 것일까요? 어쨌든 이는 그만큼 니네베로 가고 싶지 않다는 완강한 거부의 표시였습니다. 그가 타르시스행 배를 탄 건, 당시 타르시스는 세상의 끝처럼 여겨진 데다(이사 66,19) 동쪽에 자리한 니네베에서 정반대 쪽이라 그런 듯합니다. 타르시스는 현 스페인 남쪽의 ‘타르테수스’ 유적지로 추정됩니다. 구약 시대에 요나가 결국 니네베에 가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 그곳 주민들이 구원받았듯이, 신약 시대에는 베드로가 야포에서 활동하며 이방인 선교의 첫 걸음을 뗍니다. 계기는 그가 야포에서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 머문 동안 본 환시에 있습니다(사도 10,9-16). 정오에 옥상으로 올라가 기도하려는데 아래에서 음식 냄새가 풍겨 허기를 느낍니다. 그러다 무아경에 빠지는데요, 환시 속에서 들짐승과 날짐승과 길짐승이 담긴 큰 그릇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걸 봅니다. 하느님께서 그것들을 잡아먹으라 하시자, 베드로는 정결하지 못한 것은 먹을 수 없다며 거부합니다. 마치 요나가 니네베로 갈 수 없다고 거부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는 당신께서 이미 정결하게 하신 것을 부정하다고 말하지 말라 하십니다. 이런 일이 세 차례 계속되고 그릇은 다시 하늘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이 환시가 무슨 뜻인지 생각하고 있을 때, 카이사리아의 백인대장 코르넬리우스의 전령이 베드로를 찾아옵니다(17절). 그들과 함께 카이사리아로 간 베드로는, 이방인이지만 하느님 신앙이 독실했던 코르넬리우스를 만나며 환상의 의미를 깨치게 됩니다(10,34-35). 과거에는 엄격했던 당신 백성과 이방인 사이의 경계를 하느님께서 완전히 없애셨음을 인식한 것입니다. 현재 야포에는 베드로가 환시를 본 뒤 이방인 선교를 시작한 일을 기념하는 성당이 있습니다. 구약 시대 요나와 신약 시대 베드로 사건의 배경이 되는 야포는 이방인에서 하느님의 백성으로 접붙여진 우리에게 특별한 성지입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2년 8월 21일(다해) 연중 제21주일 의정부주보 6면, 김명숙 소피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