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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예리코 성의 함락(여호 6장)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8-28 조회수2,274 추천수0

[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예리코 성의 함락(여호수아 6장)

 

 

요르단 강을 건넌 이스라엘 백성이 진을 친 곳은 길갈이었습니다. 순례객인 우리 역시 그들의 진영 곁에 작은 천막을 치고 머물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이스라엘 진영 전체를 감싸고 있습니다. 우리의 천막에서도 그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사실 그들은 이제 하느님께서 조상들에게 약속하셨던 바로 그 땅을 차지하기 위한 과업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순례객 여러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을 끔찍한 전쟁터로 이끌지는 않을 것입니다. 단, 몇 가지 주의 사항만 유념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여호수아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어떻게 가나안 땅을 차지하고 분배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그러나 이 책이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정착하던 그 당시에 기록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달리 말하자면 여호수아기에 서술된 내용을 실제 역사에 대한 기록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여호수아기는 원래 가나안 사람들이 아니었던 이스라엘이 이 땅에 쳐들어와서 그곳에 살던 이들을 모두 죽이거나 내쫓고 땅을 차지한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가나안 땅에 관한 고고학적 연구는 이것이 역사적인 사실이 아니라는 여러 가지 증거들을 제시합니다. 그렇다면 여호수아기의 정복 이야기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여호수아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바빌로니아의 공격으로 약속의 땅을 잃고 난 후에 저술된 책입니다. 여호수아기의 저자는 나라를 잃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그들이 약속의 땅을 차지하는 과정을 들려줌으로써 잃어버린 땅을 되찾기 위한 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여호수아기의 정복 이야기에는 이스라엘 백성이 얼마나 군사적으로 뛰어났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대신에 그들은 모세의 가르침에 충실하였던 성실한 지도자인 여호수아의 영도 아래 일치단결하여 하느님의 명령에 순종하였다는 사실이 강조됩니다. 그 결과로 조상들과의 약속에 충실하신 하느님께서 그 땅을 그들에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이것은 그들이 군사적으로 잘 싸워 얻은 것이기보다는 그들의 순명을 보시고 하느님께서 직접 앞장서 이루어내신 일, 전적으로 하느님께서 하신 일이라고 고백합니다. 성경의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통하여 땅을 잃은 백성에게 그것을 되찾기 위한 신앙의 길을 제시합니다. 그들이 이상적인 여호수아 시대처럼 다시 하느님께 충실하기만 한다면 하느님께서 그때처럼 땅을 되돌려 주실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호수아기 저자의 이러한 의도는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들어와 첫 번째로 정복한 성인 예리코 성의 함락 과정을 묘사하는 여호수아기 6장에서 아주 잘 드러납니다.

 

예리코 성의 공략 방법을 자세히 읽어보면 하느님의 명령과 그 명령에 대한 순종이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이스라엘의 군사들에게 엿새 동안 성읍의 둘레를 매일 한 번 돌라고 말씀하십니다. 숫양 뿔 나팔을 든 사제 일곱이 계약의 궤 앞에 서고 그 뒤를 계약의 궤가 따릅니다. 무장을 갖춘 이들이 뿔 나팔을 부는 사제들 앞에 서서 걸어가고 후위대가 궤 뒤를 따라가는 동안 사제들은 계속 뿔 나팔을 붑니다. 이렛날에는 사제들이 뿔 나팔을 부는 가운데 성읍을 일곱 번 돕니다. 그리고 난 후에 사제들의 뿔 나팔 신호에 따라 백성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면 성벽이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이 말씀에 따라 그대로 합니다. 그러자 성벽이 무너져 내렸고, 그들은 성안으로 들어가 성읍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주님의 명령에 따라 주님을 위한 완전 봉헌물로 바쳤습니다. 이 전쟁은 약탈물로 부를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주님을 위한 전쟁임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들은 주님의 명령대로 어떤 약탈품에도 욕심을 내지 않고 그 무엇도 자신의 것으로 취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창녀 라합의 집안 식구들은 약속대로 살려 주었습니다.

 

[2022년 8월 28일(다해) 연중 제22주일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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