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맛들이기] 성경에 나타난 예수님의 여성관과 오늘날 교회의 과제 1세기 팔레스티나 시대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는 구약시대와 큰 차이 없이 모든 점에서 불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유다 남성들은 여성을 재물과 같이 자신의 소유물로 여겼으며(탈출 20,17), 여성은 아버지나 남편에게서 재산을 상속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종교적인 면에서도 엄격한 토라, 율법, 랍비 문헌에서 여성을 금하는 성전 의식을 실행했습니다. 그래서 여성들은 회당과 성전에서 남성들과 분리된 장소에서 예배를 보았으며, 정치적 권한 역시 가지지 못한 채 남성의 지배 아래에 외부의 세계와 격리되어 살아야만 했습니다. 반면에 사회적·종교적·정치적 약자였던 여성에 대한 예수님의 태도는 가히 혁명적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일부 유다인들은 자기 아내일지라도 남자가 길에서 여성에게 말을 건네는 것은 매우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간주했습니다. 그래서 요한 복음서에는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과 길에서 얘기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요한 4,27 참조)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활동하셨던 시대는 여성의 인권이 보장되던 시대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여성들을 비하하거나 무시하지 않으시고 한 인격체로 동등하게 대우하셨습니다. 특히 일부다처제 및 혼인의 인연을 인간 마음대로 풀 수 없음에 대한 예수님의 입장(마르 10,1-12 참조)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여성을 높이 평가하신 것이었습니다. 또한, 여성들은 성별과 사회적 계급과 관계없이 누구든지 예수님의 제자처럼 활동했고(루카 8,3 참조), 그분 생애의 마지막까지 가장 충실히 따랐습니다. 무엇보다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그분의 첫 번째 제자이자 완벽한 그리스도인이셨습니다. 가톨릭교회는 남성과 여성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기에 인간으로서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 선포해 왔습니다(창세 1,27; 2,24; 가톨릭교회교리서 2331-2335항 참조). 그리고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9항에는 사회생활 전반에 걸친 여성들의 참여와 역할이 커지고 있는 오늘날, 여성 특유의 모성과 섬세함으로 교회의 여러 사도직 분야의 의사결정과 식별과정에도 더 폭넓은 여성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의 요구에 맞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22년 7월 13일 교황청 ‘주교부 위원회’에 여성 3명을 주교 임명 과정에 참여시키겠다고 하셨습니다. 주교부 위원은 주교 선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입니다. 이는 교황청의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계속 불 것을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미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그동안 여성 평신도의 지위와 여성 수도자의 권한 향상의 필요성을 줄곧 강조해 오셨습니다. “우리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자리에서 여성의 통합을 증진해야 합니다. 평신도 특히 여성들이 세례성사의 은총으로 교회 안에서 더 큰 책임을 맡을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평신도의 은사를 막는 성직주의를 경계면서 말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2020, 10월 기도지향 중에서) 잔잔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던져주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곰곰이 되새겨 보며 앞으로 우리 교회가 풀어가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교회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신 것처럼, 아내를 사랑하십시오”(에페 5,25). [2022년 9월 4일(다해) 연중 제23주일 수원주보 3면, 이승환 루카 신부(수원교구 복음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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