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특별한 인물들] 동생과 갈등하고 결쟁했던 모세의 형, 아론 ‘카인 콤플렉스(Cain Complex)’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 심리학적 용어입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경쟁과 질투를 느끼는 대상이 바로 형제나 자매인데, 그것이 지나치게 돼 생긴 형제자매 간의 적의를 카인 콤플렉스라고 합니다. 이같은 형제, 자매, 남매 간의 질투와 경쟁은 가족 내 역동과 분위기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신 건강 및 인격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 과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형은 동생을 미워하거나 괴롭힐 수 있습니다. 모세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따라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집트 땅에서 탈출시켰습니다. 모세의 위로는 누나 미리암이 있고, 3년 위의 형인 아론이 있었습니다. 모세는 입이 무뎌서 말을 잘 하지 못하는 데 반해, 아론은 말을 잘하는 웅변가였습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은 이집트를 탈출해서 시나이 광야에 이르렀고, 하느님은 모세만을 시나이산으로 부르셨습니다. 산으로 올라간 모세는 40일간 머물며 이스라엘을 대표해 하느님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오랜 시간 모세에게서 아무 소식이 없자 광야에 남겨진 백성들은 그 틈을 못 참고 불평을 터뜨렸고, 모세의 형 아론은 백성의 요구에 응답하여 금송아지를 만드는 데 협조하였습니다. 실제로 탈출기 사건 이후, 아론과 미리암은 모세를 이스라엘의 참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고 여러 차례 갈등을 빚습니다. 모세와 아론, 두 사람의 갈등은 정치의 속성상 모세가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전면에 나설 때부터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아론은 순종적이고 온유한 성격을 지녔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정면으로 일을 해결하기보다는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우유부단한 모습도 보여줍니다. 아론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금송아지 사건을 보면 그의 일면이 잘 드러납니다. 모세와 아론의 관계에서 권력이나 정치의 속성과 생리를 전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론은 내심 모세와 비교해서 자신은 태어나면서부터 민족의 고통 현장에서 동고동락한 사람이지만 동생 모세는 왕궁에서 호의호식했던 인물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모세의 부재를 틈타 금송아지로 우상을 만들어 달라는 백성의 그릇된 요구를 받아들인 아론의 마음은 권력에 대한 욕구로 차 있었다고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권력의 욕구에 빠지면 부모, 자식도 없다고 합니다. 어쨌든 아론은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아론은 백성들의 인기와 신임을 얻어 정치가로서 큰 인물이 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실제로는 반대였습니다. 금송아지 사건에 대해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백성에게 전가함으로써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역량이 부족함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도자에게 책임감은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모세와 아론은 형제이면서도 차이점이 너무 많았고 실제로 상당 기간 두 사람은 서로 대립하였습니다. 모세는 형 아론에게 제사장직을 맡기면서 두 사람은 절묘하게 연합하고 공동 목표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두 사람의 조화는 이스라엘 공동체의 일치에 가장 큰 관건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공존의 방법을 가르쳐주는 지점입니다. 양보와 타협, 타인의 인정을 통해서 공동체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 구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22년 9월 11일(다해) 연중 제24주일 서울주보 5면, 허영엽 마티아 신부(사목국 영성심리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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