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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아칸의 범죄(여호 7장)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9-11 조회수1,909 추천수0

[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아칸의 범죄(여호수아 7장)

 

 

지난 순례 때 우리는 예리코 성읍이 함락되는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성경의 저자는 이스라엘 백성의 승리가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한 결과였음을 강조하였습니다. 곧이어서 성경의 저자는 이스라엘 백성의 실패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렇게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를 연달아 소개함으로써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치고자 합니다. 예리코 성읍 다음으로 이스라엘이 공략하게 된 성읍은 아이입니다. 아이 성은 베텔의 동쪽에 있는 성읍으로 예리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이번에도 여호수아는 정탐꾼들을 보내어 그 성읍의 상황을 알아보게 하였습니다. 정탐꾼들은 이 도성의 백성은 그 수가 많지 않아서 2~3천 명으로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그래서 여호수아는 삼천 명을 아이 성으로 보냈습니다. 우리도 이들을 따라가서 승리의 장면을 지켜보도록 합시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자신만만하게 나아갔던 이스라엘의 전열은 무너졌고, 아군 36명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아이 성의 백성들의 추격전에 밀리면서 더 많은 전사자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백성들의 마음은 물처럼 녹아내렸습니다. 이 실패 앞에서 모든 용기를 잃고 만 것입니다.

 

이러한 때에 여러분이 백성의 지도자였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작전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군사력 증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여호수아와 원로들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대책 회의를 여는 대신 주님의 궤 앞에서 참회하며 기도합니다. 주님께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쭙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완전 봉헌물에 손을 댄 범죄가 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들 가운데서 완전 봉헌물을 치워버리지 않으면 하느님께서는 그들과 함께하지 않으실 것이며, 그렇게 되면 그들은 원수들을 맞서지 못하리라고 말씀하십니다.

 

다음날 아침, 그들은 이런 일을 저지른 사람을 찾기 위하여 제비를 뽑았고, 유다 지파의 아칸이 죄인임이 드러났습니다. 여호수아가 그를 심문하자 그는 전리품이 탐이 나서 바빌론산 고급 겉옷 한 벌과 은 이백 세켈, 금 쉰 세켈을 취하여 자기 천막에 숨겨놓았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서 ‘탐이 나다’는 히브리어 동사 ‘하마드’(חָמַד)는 십계명의 탐을 내지 말라는 말에도 쓰인 동사입니다(탈출 20,17 참조). 그는 주님께서 완전 봉헌물로 바치라고 명령하신 전리품에 탐이 나서 그것을 취하고 만 것입니다. 그런데 아칸은 가난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에게는 이미 소들과 나귀들, 양들이 있었습니다(7,24 참조). 결국 아칸은 이 범죄로 인하여 자신에게 속한 모든 것과 함께 돌에 맞아 죽고 말았습니다. 그의 가족들과 그의 가축들 또한 같은 운명에 처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아칸의 잔해 위로 돌을 던져 큰 돌무더기를 쌓아 올렸습니다. 이리하여 이곳은 아코르 골짜기 곧 불행의 골짜기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잔혹하게 여겨지는 이 이야기는 하느님의 축복과 이스라엘의 충실성이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줍니다. 하느님의 보호와 사랑은 이스라엘 민족 전체의 충실성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각 구성원의 충실성은 민족 전체의 존폐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죄를 지은 아칸과 더불어 그의 온 가족이 함께 처벌을 받은 것은 같은 범죄의 반복을 피하기 위한 강력한 경고이자, 하느님의 말씀을 어길 때에 일어날 두려운 결과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려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유래는 이스라엘의 금지된 계곡에 쌓인 돌무더기에 대한 전설이었는데, 여호수아기 7장에 도입됨으로써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충실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치는 교훈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칸의 이야기처럼 개인의 잘못이나 부주의가 공동체 전체에 심각한 손해나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경우를 생각하여 봅시다.

 

[2022년 9월 11일(다해) 연중 제24주일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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