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맛들이기] 유다인들의 종교적 · 사회적 활동 중심지 ‘회당’ ‘회당’이라는 말은 본래 ‘모임’, 특히 ‘종교 집회’를 뜻하는 그리스어 ‘시나고게’(synagogē)에서 유래했습니다. 또한, 신약 성경에서 회당은 점차 종교 집회를 하는 ‘건물’(마태 10,17; 루카 7,5; 사도 22,19)을 가리키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유다인들의 회당을 이루는 본질적인 것은 건물이 아니라 ‘회중’이었습니다. 말씀을 선포하고 경청하는 열 명 이상의 남자들이 모여있으면, 어떤 곳에서도 회당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회당은 성전처럼 어떤 한 특정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유다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면 어느 지역이든 생겨났을 정도로 보편적인 기구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예루살렘 성전 파괴는 팔레스티나에 남아있거나 바빌론 등 각지에 흩어진 디아스포라 유다인들에게 믿음의 중심이 되었던 곳을 잃게 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따라서 유배 기간 동안 성전 의식을 거행할 수 없었던 유다인들에게 회당의 출현은 성전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공적인 종교의식의 성격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즉 하느님을 섬기는 방법으로써 그때까지 핵심을 이루고 있었던 희생 제사가 기도와 종교적인 학습과 권고로 대체된 것입니다. 그리고 공동체를 대표해 공적인 종교의식을 집행하는 것은 더 이상 사제라는 작은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이에게 개방되었습니다. 예수님 시대에 유다인들의 기도와 공공 집회 장소였던 회당은 지역 공동체의 종교적·사회적 활동의 중심지였습니다. 이곳에서는 예배와 종교적인 모임, 사법절차 논의 장소 그리고 지역 내 학교 등의 역할을 주로 수행했습니다(마태 10,17; 마르 13,9; 루카 4,16-27; 요한 9,22 참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회당은 말씀과 기도가 중심이 되었던 곳이었습니다. 신약 시대 팔레스티나를 비롯하여 로마제국 전체에 퍼져 있던 회당은 그리스도교의 시작과 성장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권위 있는 설교자로서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백성 가운데에서 아픈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습니다(마태 4,23; 9,35; 마르 1,21-28.39; 루카 4,16-27; 6,6; 13,10; 요한 6,59 참조). 그리스도교 초기에도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은 여전히 회당 예식에 참여하고 있었고(사도 9,2; 22,19; 26;11 참조), 사도들과 초기 선교사들은 회당을 복음 선포를 위한 거점으로 이용하였습니다(사도 9,19-20; 13,5.14-16; 14,1; 17,1-4.10-12.16-17; 18,4; 19,8 참조). 또한 회당에서는 유다인들뿐 아니라 유다교로 개종한 이방인들도 만날 수 있었으며, 그들이 회당 짓는 일을 도와주기도 하였습니다(루카 7,5 참조). 예수님과 사도들이 복음 선포를 위해 회당을 자주 찾으면서 보여준 개방적인 친교의 모습은 유다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그리스도교를 반대하고 박해함에 따라 그리스도교와 회당은 점차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사도 18,5-6; 19,8-9 참조). 지금도 유다인들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마다 전례를 거행할 수 있는 회당을 건립하고, 그곳에서 자기들의 정체성과 신앙을 굳건히 지켜나가는 종교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이기심이나 허영심으로 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십시오”(필리 2,3). [2022년 9월 11일(다해) 연중 제24주일 수원주보 3면, 이승환 루카 신부(수원교구 복음화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