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맛들이기] 유다인들의 예배와 기도의 중심지 ‘성전’ ‘성전’은 이스라엘이 광야 시대와 판관 시대에 하느님께 희생 제사를 바치고 예배를 드리는 장소로 썼던 ‘성막’(탈출 25-30장; 35-40장 참조)을 본떠서 만들었고 그것을 대체한 것이었습니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첫 번째 성전은 솔로몬 성전(2역대 3,1)으로 기원전 587년 바빌론에 의해 파괴되었습니다. 두 번째 성전은 바빌론 유배에서 돌아온 유다 총독 즈루빠벨의 주도로 재건된 즈루빠벨 성전(기원전 520-515년, 제2 성전)이었습니다. 이후 예수님 시대에 헤로데 임금에 의해 증축되어 웅장하고 화려한 성전(기원후 64년 완공)으로 탈바꿈하지만, 기원후 70년에 로마에 의해 파괴되었습니다. 예루살렘 성지순례를 가면 ‘통곡의 벽’이라는 곳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은 오늘날에도 유다인들이 성전을 수호하지 못한 아픈 과거를 회상하며 속죄하고 기도하는 곳으로 옛 성전에서 가장 거룩한 지성소와 가까운 남서쪽 벽에 있습니다. 성전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예배 의식과 기도의 중심지였고 그들의 신앙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성전을 속죄하고 화해의 제사를 봉헌하는 하느님의 현존 장소이자, 하느님을 만나고 기도드리는 장소로 생각했습니다(탈출 25,22; 2역대 6 참조). 성전을 하느님께 예배드리는 유일한 곳으로 강조한 것은 하느님과의 계약에 대한 충실성을 바탕으로 하여 하느님의 유일성과 이스라엘 백성의 일치를 드러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신약 시대에는 유다인들의 생활에서 회당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성전의 중요성은 구약 시대 보다 줄었지만, 성전은 예수님의 사명이나 초대 교회의 역사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공적인 직무를 수행하시면서 성전에서 사람들을 가르치고 토론하고 기적을 베푸셨으며(마르 12,35; 루카 22,53; 요한 18,20 참조), 초대 교회의 사도들과 믿는 이들도 성전에서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고, 복음을 전하며 기적을 베풀었습니다(루카 24,53; 사도 3,1-12; 21,26; 24,12.18 참조).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성전을 ‘하느님의 집’(루카 6,4), ‘내 아버지의 집’(요한 2,16), ‘기도하는 집’(마르 11,17)이라 부르시며 ‘강도의 소굴’이 되어 버린 성전의 타락상을 보시고 환전상들과 상인들을 쫓아내기도 하셨습니다(마태 21,12-13; 요한 2,14-17 참조). 그 이유는 하느님께 대한 정성과 거룩한 마음이 모여야 할 성전에서 정성껏 준비한 제물은 무시되고 부정과 부패, 착취가 난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성전과 관련된 예수님의 행위는 후에 그분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주요한 죄목의 하나가 되었습니다(마태 26,59-61; 27,40 참조). 아무리 아름답고 웅장한 성전이라도 그곳에 거룩함을 지닌 백성이 없다면 이미 성전의 품위는 없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릅니까?… 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입니다.”(1코린 3,16-17)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주님께서 새로운 계약을 통해 우리 안에 머무르신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우리가 바로 하느님의 성전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우리는 주님을 가장 좋은 곳에 모시기 위해 평소 어떤 마음가짐으로 노력하고 있는지를 성찰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모든 면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그리스도로 충만해 있습니다”(에페 1,23). [2022년 9월 18일(다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 수원주보 3면, 이승환 루카 신부(수원교구 복음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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