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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 인물 이야기: 솔로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9-19 조회수4,047 추천수0

[함신부가 들려주는 성경 인물 이야기] 솔로몬 (1)

 

 

솔로몬은 기원전 970년 이스라엘의 3대 왕으로 즉위합니다. 솔로몬이 장자가 아니었음에도 왕위를 이어받은 이유는 다윗이 가장 사랑한 아내 밧 세바의 아들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자들은 그가 모계 쪽 히타이트 철기 문명의 계승자였던 점이 더 큰 이유일 것이라고 봅니다.

 

솔로몬이 통치하던 시기는 이스라엘이 정치, 경제, 문화, 군사적으로 크게 안정을 누리던 시기입니다. 그는 아버지 다윗 왕의 활발한 정복 사업 덕택에 근동 지방에서 최강대국으로 성장한 이스라엘을 물려받았습니다. 당시 이집트는 제 21왕조 시대였는데, 국내적 혼란으로 말미암아 그 세력이 매우 미약하였고, 또 훗날 북 이스라엘을 멸망시킬 아시리아도 아직 제국으로서의 세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근동 지방에서 이스라엘을 위협할 국가가 없었던 것이죠. 이러한 배경 아래 솔로몬은 ‘샬롬’에서 유래한 그의 이름대로 평화로운 재위 기간을 지냈습니다.

 

솔로몬 재위 기간 중 최대의 업적은 단연 예루살렘 성전 건축입니다. 이 성전은 단순한 예배 장소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에는 곳곳에 신당들이 있었습니다. 신에 대한 두려움과 의존이 매우 컸던 고대에는 신당을 중심으로 권력이 형성되게 마련이었습니다. 길흉화복을 점치러 오는 사람부터 잉태, 풍년을 기원하는 사람, 전투의 승리를 청하는 이들까지 신당에 몰려들었고 이들에게 신당의 권위는 절대적이었습니다. 따라서 신당의 사제는 이 모든 사람을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고대 사회가 제정일치의 사회, 즉 제사장이 왕이었던 것이 이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솔로몬이 이스라엘 내의 모든 신당을 부정하고 왕의 뜻을 받드는 사제가 있는 예루살렘의 성전만을 공식적인 성소로 규정한 것은 어떠한 권력 누수도 용납지 않는 확고한 중앙 집권적 왕권에의 의지를 드러냅니다.

 

성전은 이처럼 정치적 의미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은행이 없던 시기에 성전은 국가의 은행과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따라서 단 하나의 성전을 지정하고 통제한다는 것은 온 나라의 경제 흐름을 장악한다는 의미입니다.

 

더구나 길이 27m, 넓이 10m, 높이 14m의 작지 않은 규모에다 그 화려함이 극에 달한 성전은 보는 이들을 압도해 왕의 위엄을 드러내기도 했을 것입니다. [2022년 9월 18일(다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 가톨릭안동 3면, 함원식 이사야 신부(갈전마티아 본당 주임)]

 

 

[함신부가 들려주는 성경 인물 이야기] 솔로몬 (2)

 

 

솔로몬 임금의 재위 기간 내내 이스라엘은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솔로몬 자신의 삶은 극에서 극으로 달려갔습니다.

 

솔로몬은 처음에는 이스라엘을 지혜롭게 잘 다스렸습니다. 이 지혜는 하느님께서 솔로몬이 자신을 위한 복이 아니라 백성을 올바르게 다스리기 위한 능력을 청하는 것을 기특하게 여기시어 그에게 주신 것입니다.(1열왕 3,4-15) 그래서 솔로몬의 지혜는 동방 모든 이의 지혜와 이집트의 모든 지혜보다 뛰어나게 됩니다.(1열왕 5,9-14) 1열왕 5,12는 솔로몬이 3천 개나 되는 잠언을 지었다고도 합니다.

 

솔로몬의 지혜에 대한 소문은 국경을 넘어 멀리까지 퍼져, 스바 여왕이 찾아와 그를 시험하고는 감탄한 일도 있었습니다. 스바 여왕의 정체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지만, 여러 고고학자는 이집트의 여왕이었던 하트셉투트로 추정합니다. 그런데 에티오피아인들은 자신들의 선조라고 합니다.

 

성경은 솔로몬 임금과 스바 여왕의 만남을 간략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다 전승 미드라쉬는 보다 상세하게 스바 여왕이 네 개의 문제로 솔로몬 임금의 지혜를 시험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임금이시여, 나오는 것은 일곱이요, 들어가는 것은 아홉입니다. 마실 것을 제공하는 것은 둘이며, 마시는 것은 하나입니다. 이것들은 무엇입니까?” 솔로몬 임금은 이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첫째는 피가 몸 밖으로 흘러나오는 월경으로 부정해지는 7일이요, 둘째는 아기가 어미의 태에 들어가는 9개월의 임신 기간이오. 셋째는 젖을 내어주는 어미의 두 젖가슴이며, 넷째는 그 젖을 마시는 한 아기라오.”

 

솔로몬의 지혜는 이슬람 경전인 꾸란에도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꾸란은 솔로몬이 심지어 새들의 언어까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성경에는 솔로몬의 지혜를 잘 보여주는 일화 하나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1열왕 3장의 두 여인과 아기 이야기입니다. 두 여인이 저마다 한 아기의 어머니라고 주장하는데, 증인도 없고 DNA 검사도 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서 솔로몬 임금이 모성애를 이용해 진짜 어머니를 가려내는 이야기입니다. [2022년 9월 25일(다해) 연중 제26주일(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가톨릭안동 3면, 함원식 이사야 신부(갈전마티아 본당 주임)]

 

 

[함신부가 들려주는 성경 인물 이야기] 솔로몬 (3)

 

 

성경에는 솔로몬의 지혜를 드러내는 이야기가 별로 없지만, 유다인들이 구약성경과 함께 최고의 경전으로 여기는 탈무드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안식일에 유다인 세 사람이 예루살렘에 도착했다. 그 무렵에는 은행이 없었기에 세 사람은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함께 땅에 묻었다. 그런데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은밀히 그 장소에 돌아가 돈을 몽땅 가져가 버렸다.

 

이튿날 세 사람은 지혜로운 임금으로 알려진 솔로몬을 찾아가 누가 도둑인지를 밝혀 달라고 청했다.

 

그러자 솔로몬 임금은 말했다. “어떤 아가씨가 한 남자와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얼마 후 이 아가씨는 다른 남자와의 사랑에 빠져 약혼자를 만나 헤어지자고 했다. 그녀는 그 때문에 위자료를 주어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약혼자는 위자료는 필요 없다고 말하며 그녀와의 약혼을 취소했다. 어느 날 부자였던 그녀는 어떤 노인에게 유괴되었다. 그녀는 ‘나의 약혼자는 위자료도 받지 않고 나를 보내주었습니다. 당신도 똑같은 일을 내게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노인은 돈을 받지 않고 그녀를 유괴에서 풀어주었다.”

 

이야기를 마치고 솔로몬 임금이 물었다. “이 가운데서 누가 제일 칭찬받을 행위를 한 사람일까?”

 

그러자 첫째 사람이 말했다. “약혼자가 칭찬을 받아야 합니다. 약혼녀의 의사를 무시하면서까지 결혼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돈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아닙니다. 그 아가씨야말로 칭찬받아야 합니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약혼자에게 약혼 취소를 요구하고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그런데 셋째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이 이야기는 뒤죽박죽이어서 나는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노인은 돈 때문에 아가씨를 유괴했는데도 돈을 빼앗지 않은 채 풀어 주었다니 말이 되지 않습니다.”

 

솔로몬 임금은 큰 소리로 세 번째 남자를 가리키며 “네가 돈을 훔친 범인이다!”하고 외쳤다. “다른 두 사람은 애정이라든가 아가씨와 약혼자 사이의 인간관계, 그들 사이에 있던 긴장된 분위기 같은 것을 곧 알아차렸는데 너는 돈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네가 틀림없는 범인이다!” [2022년 10월 2일(다해) 연중 제27주일(군인 주일) 가톨릭안동 3면, 함원식 이사야 신부(갈전마티아 본당 주임)]

 

 

[함신부가 들려주는 성경 인물 이야기] 솔로몬 (4)

 

 

굳건한 신앙과 깊은 지혜로 하느님을 잘 섬기며 이스라엘을 훌륭히 다스리던 솔로몬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솔로몬 타락의 시작은 이방 여인을 포함한 700명의 아내를 거느린 것입니다. 처음에는 국가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외교적 필요에 의한 정략결혼이었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솔로몬은 이방인 아내들의 유혹에 넘어가 우상숭배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솔로몬은 시돈인들의 신 아스타롯과 암몬인들의 혐오스러운 우상 밀콤을 따랐다. 솔로몬은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지르고, 자기 아버지 다윗만큼 주님을 온전히 추종하지는 않았다. 그때에 솔로몬은 예루살렘 동쪽 산 위에 모압의 혐오스러운 우상 크모스를 위하여 산당을 짓고, 암몬인들의 혐오스러운 우상 몰록을 위해서도 산당을 지었다. 이렇게 하여 솔로몬은 자신의 모든 외국인 아내를 위하여 그들의 신들에게 향을 피우고 제물을 바쳤다.”(1열왕 11,5-8)

 

밀콤, 크모스, 몰록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우상들에게는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끔찍한 제사가 드려진 것입니다. 그래서 이 구절들을 우상숭배에 빠진 솔로몬이 인신 공양까지 했다는 암시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가나안 땅에 이스라엘 국가가 세워지기 전 이방인들이 인신 제사를 바친 장소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은 예루살렘 곁의 게헨나 골짜기였습니다. 이스라엘은 이 부정한 땅을 쓰레기 소각장으로 만들어 불이 꺼지는 일이 없게 합니다. 우리말 신약 성경에서 지옥으로 번역된 단어가 바로 게헨나입니다. 일년내내 불타오르는 이 골짜기의 이미지를 보고 지옥을 상상한 것입니다.

 

성경뿐 아니라 유다 전승도 솔로몬이 이방 여인들과 결혼한 일을 매우 부정적으로 묘사합니다. 예를 들어, 바빌로니아 탈무드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솔로몬이 이집트 공주와 결혼할 때, 가브리엘 천사가 지중해에 막대기 하나를 넣었다. 그러자 막대기 주변으로 땅이 솟아올라 70년에 예루살렘 성전을 파괴하고 유다를 멸망시킬 로마가 생겨났다. 솔로몬이 1000년 뒤 국가의 운명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크게 잘못된 행위를 하였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솔로몬은 회개하지 않고 계속 타락의 길을 걸어 급기야 성경이 이렇게 기록하기에 이릅니다: 주님께서 솔로몬에게 진노하셨다. 그의 마음이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에게서 돌아섰기 때문이다.(1열왕 11,9) [2022년 10월 9일(다해) 연중 제28주일 가톨릭안동 3면, 함원식 이사야 신부(갈전마티아 본당 주임)]

 

 

[함신부가 들려주는 성경 인물 이야기] 솔로몬 (5)

 

 

솔로몬은 정치적으로도 큰 잘못을 저지릅니다. 먼저, 솔로몬은 예루살렘 성전 건축을 위해 백성들에게 무리한 강제노역을 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항시 사고와 죽음의 위험에 떨어야 했습니다. 또한 성전 건축에 사용될 양질의 목재를 이웃 나라로부터 제공받는 대가로 넘긴 밀과 올리브는 백성들에게서 강제로 공출한 것이었습니다.

 

둘째 솔로몬 시대는 이스라엘 역사상 경제적으로 가장 황금기 중 하나였지만,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많아 국고는 비어갔습니다. 그런데도 왕실의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백성들을 착취했습니다. 매일 왕실에서 소모하는 음식 재료만 해도 밀가루 90석에 소 30마리, 양 100마리였고 사슴, 노루, 새는 아예 셀 수도 없었습니다.(1열왕 5,2-3)

 

기원전 930년 솔로몬이 죽고 왕위를 이어받은 아들 르하브암이 아버지 때의 폭정을 끝내달라는 백성들의 청을 거절함으로써 이스라엘은 결국 둘로 분열되고 맙니다. 유다와 벤야민 지파를 제외한 나머지 지파가 떨어져 나간 것입니다.

 

유다와 벤야민 지파가 르하브암의 통치를 받아들인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유다 지파는 솔로몬의 출신 지파였을 뿐 아니라 과중한 조세와 강제노역이 면제되었기에, 큰 불만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인구가 적던 벤야민 지파는 강력한 유다 지파와 인접해 있었던 지리적 상황 때문에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쪽의 왕국이 다수의 지파로 구성되었기에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계승하고, 남쪽은 대표 지파의 이름을 따 유다 왕국으로 불리게 됩니다.

 

이렇게 볼 때, 이스라엘 분열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솔로몬이 분명합니다.

 

분열된 이스라엘은 부침을 거듭하며 서서히 쇠락하다가 북 왕국은 기원전 722년 아시리아에, 남왕국은 기원전 587년에 바빌로니아에 멸망하고 맙니다. 그리고 1948년까지 이스라엘은 독립 국가로 존재하지 못합니다.

 

하느님께서 무엇이든 청할 기회를 주셨을 때, 백성을 지극히 사랑하여 오직 그들을 잘 다스릴 지혜만을 청했던 솔로몬 임금은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까지 자신의 죄가 후손들이 수 천 년 동안 천덕꾸러기 난민으로 떠돌며 받을 고통의 씨앗이 될 것을 상상이라도 했을까요?

 

솔로몬은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죄의 위험한 유혹에 대하여 울리는 커다란 경종입니다. [2022년 10월 16일(다해) 연중 제29주일 가톨릭안동 3면, 함원식 이사야 신부(갈전마티아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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