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아가 73권의 성경 가운데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성경을 고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아가를 고르게 됩니다. 왜냐하면 아가는 마치 사랑하는 사람끼리 주고받는 연애편지와 같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가에는 하느님이라는 호칭이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아가는 왜 성경 목록에 포함된 것일까요? 그리고 아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아가는 룻기, 코헬렛, 애가, 에스테르기와 함께 축제오경(메길롯) 중 한 권입니다. 축제오경은 구약시대 유다인들이 중요한 축제일에 낭독해왔던 두루마리인데 오순절에는 룻기를, 초막절에는 코헬렛을, 성전파괴 기념에는 애가를, 푸림절에는 에스테르기를, 그리고 파스카 때에는 아가를 낭독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던 파스카를 기념할 때 아가를 낭독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아가에 하느님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다인들은 아가를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하느님과 하느님 백성인 이스라엘의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초대교회 교부들 역시도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됩니다. 이는 큰 신비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리스도와 교회를 두고 이 말을 합니다.”(에페 5,32)의 말씀에 근거해서 하느님과 교회 공동체를 비유적으로 남녀 관계로 표현하였고 아가 또한 이러한 맥락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아가는 “솔로몬의 가장 아름다운 노래”(1,1)라는 말로 시작하며, 이를 통해서 이 책의 저자가 솔로몬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문 안에 솔로몬이 직접 언급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가에서 사용한 단어, 문체 등을 고려해본다면 아가는 페르시아 시대 또는 더 후대인 헬레니즘 시대에 작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솔로몬을 저자로 내세운 것은 잠언이나 코헬렛이 그랬던 것처럼 솔로몬이 지니는 권위를 빌려 아가의 권위를 격상시키기 위함이었습니다. 아가의 구조를 살펴보면, 1장 1-4절까지의 서곡과 단편 시들을 모아놓은 8장 8-14절까지의 부록 사이에 총 6개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먼저 서곡에서는 자신의 애인을 간절히 기다리는 한 여인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1장 7절-2장 7절까지는 첫 번째 노래로 애인을 찾아 나서는 여인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여기서부터 남자와 여자의 대화가 오고 가며, 대화 가운데 그들은 서로를 극찬합니다. 2장 8-17절까지는 두 번째 노래이며 여인은 창가에서 자신을 찾아왔던 연인과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그가 다시 찾아와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세 번째 노래인 3장 1절-5장 1절에는 애인의 부재와 그런 애인을 찾아나서는 여인의 마음이 전해집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혼례식과 서로의 모습에 대해 예찬하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5장 2절-6장 3절은 네 번째 노래로 여인이 예루살렘 아가씨들과 나눈 대화가 이어지는데, 안타깝게도 애인은 또다시 사라졌습니다. 여인은 애인을 찾기 위해서 도움을 청하고 갖가지 표상들을 통해서 애인의 아름다움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애인이 어디로 갔는지를 묻는 질문에 정원에 갔다고 답한 뒤 “나는 내 연인의 것, 내 연인은 나의 것, 그이는 나리꽃 사이에서 양을 친답니다.”(6,3)라고 말하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떨어질 수 없는, 영원히 속해 있는 존재라는 것을 고백합니다. 다섯 번째 노래 6장 4절-8장 4절에는 여인에 대한 애인의 찬미가 전해집니다. 여인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이 세상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음을 고백한 뒤 “예루살렘 아가씨들이여 그대들에게 애원하니 우리 사랑을 방해하지도 깨우지도 말아 주오, 그 사랑이 원할 때까지.”(8,4)라고 말하며 두 사람만의 영원한 시간으로 들어갑니다. 특히 여기서 6장 10절의 “새벽빛처럼 솟아오르고 달처럼 아름다우며 해처럼 빛나고 기를 든 군대처럼 두려움을 자아내는 저 여인은 누구인가?”라는 여인을 향한 애인의 고백은 레지오 마리애 기도문에서 성모님을 향한 찬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8장 5-7절은 마지막 노래로 “사랑은 죽음처럼 강하고 정열은 저승처럼 억센 것. 그 열기는 불의 열기 더할 나위 없이 격렬한 불길이랍니다.”(8,6)라는 영원한 사랑을 고백합니다. 8장 8-14절은 단편 시들을 모은 부록입니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아가는 사랑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연인과의 만남, 헤어졌을 때의 그리움, 서로를 찾아나서는 마음,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다짐 등 아가의 여인과 애인 사이의 모습은 사랑의 지극한 속성을 전해줍니다. 그리고 아가에서 남녀간의 사랑을 통한 하느님과 하느님 백성인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아가는 사랑하는 연인들의 언어와 그들의 감정을 가지고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애인을 잃어버리고 그리워하는 모습과 그를 찾아나서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아가가 페르시아 시대와 헬레니즘 시대에 작성되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바빌론 유배를 겪으면서 하느님께 멀어졌던 자신들의 지난 삶을 반성하고 다시금 하느님께로 돌아가고자 노력하는 당시의 유다인들의 모습이 투영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가는 이스라엘 백성의 살아있는 신앙고백이 되면서 동시에 모든 신앙인 자신만의 여정 안에서 체험하게 되는 하느님 체험이 됩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2년 11월호, 노현기 신부(사목국 기획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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