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특별한 인물들] 이스라엘 최고의 믿음의 전사 엘리야 예언자도 조울증에 시달렸다? 엘리야는 이스라엘 역사를 통틀어 예언자 중의 예언자라고 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바른말 잘하는 예언자 엘리야는 아합 왕과 그의 아내 이제벨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습니다. 어느날 엘리야가 아합 왕에게 예언합니다. “내 말이 있기 전에는 앞으로 몇 해 동안 이슬도 비도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이 예언 직후, 엘리야에게 요르단강 동편의 개울에서 칩거하라고 명하시고, 음식은 까마귀들이 날라다 주게 하셨습니다. 그후 실제로 가뭄 때문에 개울물이 말라버려 사람들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기도에 전념하던 엘리야는 이제 자신감을 갖고 행동에 나섭니다. 그리하여 드디어 카르멜산 위에서 바알을 섬기는 사제들과 그의 한판 대결이 펼쳐집니다. 그는 온 백성을 카르멜산으로 모이게 하고 바알 신을 섬기는 예언자 450명과 아세라의 예언자 400명도 함께 모이게 했습니다. 엘리야는 하느님과 바알 중 누가 진짜 하느님인가를 보여주는 싸움을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은 혼자인데, 바알의 예언자 무리만 무려 450명이나 되었습니다. 엘리야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를 질렀습니다. “황소 두 마리를 끌어오시오. 한 마리씩 잡아 장작에 불을 붙이지 말고 나는 하느님께, 당신네 예언자들은 바알 신을 불러 불이 붙는 쪽이 이기는 것이요. 어떻소?” 싸움이 시작되자 엘리야는 두 번씩이나 불을 내려 바알의 예언자들을 완패시킵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아합은 아내 이제벨에게 전했습니다. 그러자 이제벨은 사람을 엘리야에게 보내 저주의 말을 전합니다. “내가 내일 이맘때까지 그대의 목숨을 그들의 목숨과 한가지로 만들지 못한다면, 신들이 나에게 벌을 내리고 또 내릴 것이오.” 이 말을 들은 엘리야는 두려운 나머지 광야로 나갔습니다. 그는 싸리나무 아래로 들어가 주저앉아서, 죽기를 간청하며 기도했습니다. 카르멜산에서 보여줬던 용맹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엘리야는 주님께 목숨을 거두어 달라는 기도까지 합니다. 그는 왜 이렇게 자신감을 잃고 한번에 무너졌을까요? 이 부분은 그의 성격이나 심리적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의 상반된 두 행동은 ‘조울증’의 증상과 매우 흡사합니다. 이처럼 엘리야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상태에서 완전히 밑바닥에 부딪히는 상태까지 추락했습니다. 동시에 좌절감, 두려움, 절망감, 무력감에 빠졌습니다. 엘리야는 이스라엘 역사 속에서도 용감하게 자신의 길을 끝까지 걸었던 예언자입니다. 그러나 그 역시 나약한 한 인간임에 틀림없습니다. 성경의 모든 인물은 우리와 같이 흠 많고 죄 많은 보통 사람들입니다. 다만 하느님을 알고 그분의 은총과 사랑을 체험하며 계속 회개하여 그분께 다가가는 것입니다. [2022년 11월 13일(다해)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서울주보 5면, 허영엽 마티아 신부(사목국 영성심리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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