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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가나안 땅의 분배(여호 13-19장)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11-12 조회수2,101 추천수0

[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가나안 땅의 분배(여호수아기 13-19장)

 

 

한정된 재화를 모든 사람이 만족하도록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가나안 땅을 차지한 이스라엘 민족은 이 땅을 어떻게 분배하였을까요? 열두 지파에게 골고루 공평하게 땅을 나누어 주어야 할 텐데, 아시다시피 이스라엘 땅은 아주 척박합니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비옥한 땅은 기껏해야 이즈르엘 평원과 세펠라 지역 정도이고, 나머지는 메마른 돌투성이 땅입니다. 중앙고원지대에 정착한 이스라엘은 건기의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하여 빗물을 가두어 저장할 수 있는 물웅덩이들을 파야 했습니다. 곧, 그들이 나누어 가지게 될 땅은 전부 다 비옥하지도 않았고, 어떤 땅은 다른 곳보다 더 척박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땅을 분배하시겠습니까? 전쟁에서 더 많은 전사자를 낸 지파에게 더 좋은 땅을 주어야 할까요? 아니면 더 많은 적군들을 죽인 지파에게 더 좋은 땅을 주어야 할까요? 수도 적고 공훈을 세운 것도 없는 지파에게는 가장 척박한 땅을 주어야 할까요?

 

이스라엘 지도. 출처: 가톨릭평화신문.

 

 

여호 14,2-4은 그들이 땅을 어떻게 분배하였는지에 대해 알려줍니다. 르우벤과 가드 지파, 그리고 므나쎄 반쪽 지파는 모세가 살아있던 시절에 이미 요르단 건너편 땅을 상속받았습니다. 그래서 요르단 서편의 땅은 아홉 지파와 므나쎄의 다른 반쪽 지파가 상속받게 되었는데, 제비를 뽑아서 땅을 나누어 받았다고 합니다. 이것은 땅을 분배하는 일에 어떤 인간적인 명분도 개입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그들은 오직 하느님의 뜻에 따라, 하느님께서 주시는 대로 땅을 할당받았습니다. 여호수아기 1-12장은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을 차지하게 된 것이 그들의 공로가 아니라 전적으로 하느님의 업적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거듭하여 강조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이 땅은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선물로 주신 상속재산입니다. 이 땅의 소유권은 하느님께 있기에 이 땅을 나누어주실 권한도 하느님께 속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제비를 뽑아서 땅을 분배 받았고, 아무도 그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땅의 분배에 관한 이상적인 이야기입니다. 지파들이 나누어 받은 땅은 크기도 제각각이고, 비옥함의 정도도 다 다릅니다. 그렇다고 땅의 크기가 지파의 인원수에 비례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 땅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처사에 그대로 순종합니다.

 

여호수아기 15-19장은 각 지파들이 분배 받은 땅을 열거합니다. 여기에 언급된 지명을 연구한 학자들은 이 지명들이 왕정 제도가 이미 정착된 후의 유다 지역의 형세를 반영한다고 주장하거나 요시야 임금 때의 영토를 반영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여호수아기 21장의 레위인들의 성읍 목록에 등장하는 성읍들은 대부분 기원전 8세기 경의 도시들이라고 합니다. 이런 연구는 여호수아기가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정착할 무렵에 기록된 책이 아님을 분명하게 밝혀줍니다.

 

여호수아기 20장은 모세가 민수 35,9-29과 신명 19,1-10에서 명령한 대로 요르단 서편에 3개, 동편에 3개의 도피 성읍을 설치하였다는 것에 대해 보도합니다. 도피 성읍이란 실수로 살인을 한 사람이 피의 보복자를 피하여 도피할 수 있는 성읍입니다. 그가 비고의적 살인을 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그는 공동체 앞에서 정식 재판을 받을 때까지, 그리고 그때의 대사제가 죽을 때까지 도피 성읍에서 살아야 합니다. 이는 살인자가 정식재판을 받기 전에 보복자의 손에 죽는 일이 없게 하려는 조처입니다. 레위인들은 땅을 상속받지 못하는 대신에 각 지파들이 내어준 48개의 성읍과 목초지에서 살았습니다. 레위 지파 대신에 요셉의 두 아들인 므나쎄와 에프라임이 두 지파가 되어 땅을 상속받았습니다.

 

이스라엘이 제비뽑기를 통해 땅을 상속받았듯이 우리 각자도 하느님으로부터 저마다 다른 선물을 받았습니다. 이 선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2022년 11월 13일(다해)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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