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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눈물 성당과 메노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11-13 조회수1,910 추천수0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눈물 성당과 메노라

 

 

예루살렘 동쪽으로 자리한 올리브산의 중턱에는 ‘눈물 성당’이라 하는 성지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타락해가는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성전의 파괴를 예고하시고 눈물을 흘리신 곳입니다(마태 23,37-39; 루카 19,41-44). 이곳에선 예루살렘이 정면으로 보입니다. 눈물 성당의 제대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을 바라보신 방향, 곧 서쪽에 자리해 있습니다. 이스라엘 성지의 제대는 대부분 동쪽에 자리하지만, 예외인 곳이 눈물 성당입니다.

 

이곳에서 예루살렘을 보노라면 오래 전 시온의 심장처럼 서 있었을 성전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합니다. 기원전 6세기 바빌론 유배가 끝난 뒤 초라하게 지어진 제2성전을 헤로데 임금이 기원전 1세기에 웅장하고 아름답게 개축하였지요. 그런 성전이 기원후 70년에 예수님의 예고대로 무너집니다. 이는 열혈당원들의 반란을 진압하던 로마 장군 티투스가 응징의 차원에서 말 그대로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게”(루카 19,44;21,6) 성전을 파괴한 결과입니다. 남은 건 성전을 지지하던 바깥벽 정도입니다. 그 가운데 서쪽벽이 오늘날 ‘통곡의 벽’이라 칭해지는 것이지요.

 

티투스는 이때 전리품으로 성전의 보물 가운데 보물이라 할 수 있는 순금 등잔대를 약탈해갑니다. 이는 히브리어로 [메노라]라고 칭해지는데요, 탈출 25,31-40에 따르면 편도나무 곧 아몬드 나무 모양으로 만든 등잔대입니다. 등잔 역시 편도 꽃 모양이고 그 숫자는 완전함을 뜻하는 “일곱”(37절)이었습니다. 메노라를 편도나무 형상으로 만든 건, 근동 지방에서 제일 먼저 피는 봄꽃이 편도 꽃이라 예부터 갱생과 부활의 상징이었던 까닭입니다. 성전에서 메노라의 빛은 부활의 상징인 편도나무와 더불어 생명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암시해주었습니다. 더구나 탈출 25,31-40에 따르면 메노라는 순금으로, 그것도 금덩어리 하나를 마치로 두드려 만들게 되어 있는데, 이런 보물을 티투스가 약탈해간 것입니다. 이때 약탈한 메노라의 형상을 로마의 자기 개선문에도 새기게 하였습니다.

 

이후 메노라의 종적은 묘연해집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티투스의 개선문에 새겨진 메노라는 탈출기에서 규정한 형태와 여러 모로 차이가 나서 당시 메노라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복원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이는 개선문에 메노라를 새긴 장인이 본래의 생김새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미적 감각에 따라 변화를 주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또한 티투스가 무너뜨린 성전은 탈출기 시절 광야에서 봉헌된 성막과 천 년 이상의 시간차가 나므로 애초부터 탈출기의 규정과 조금 다른 모습으로 메노라가 만들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올리브산의 눈물 성당에 서서 2,000년 전 예수님처럼 예루살렘을 바라보면, 유다인과 아랍인으로 갈라진 현재의 상황이 예수님께서 흘리신 측은지심의 눈물을 떠올리게 합니다. 남북으로 나뉘어 싸우는 우리의 모습도 함께 말입니다. 형제 간의 반목 때문에 성전이 타락하여 파괴되었고 그 때문에 메노라를 약탈당한 역사는 오늘날 우리 민족을 돌아보게 해줍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2년 11월 13일(다해)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의정부주보 6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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