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이야기]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에페 2,14) 성경에는 ‘평화’와 관련된 단어로 ① 형용사(εἰρηνοποιός)와 ② 동사(εἰρηνοποιέω, εἰρηνεύω) 그리고 ③ 동사(ποιέω, 행하다)와 명사(εἰρήνη, 평화)가 결합된 형태가 나옵니다. ① 형용사와 ② 동사(εἰρηνοποιέω)는 헬레니즘 세계에서 그리스와 로마 제국의 통치자들이 힘으로 사회적 경제적 안정을 이루는 평화를 의미할 때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반면 구약성경에서 주로 사용되는 표현은 ③ 동사와 명사가 결합된 형태입니다. 이사 27,5; 45,7; 예레 33,6.9; 2마카 1,4 등. 이 본문들에서 말하는 평화는 반목이나 전쟁이 없는 상태뿐 아니라 ‘샬롬’ 곧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당신 보시기에 좋게 만드신 피조물과 온전한 관계까지 포함합니다. 이는 사람들과 하느님의 조화로운 관계로 인한 기쁨의 충만함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동사의 주어는 하느님이십니다. 그런데 간혹 이 주어가 사람일 때는 전쟁의 행위를 멈추거나 전쟁을 피하는 것을 말합니다(1마카 6,49.58; 11,51; 13,37 참조). 예외적으로 “그가 이 땅에 평화를 이루자 이스라엘은 크게 기뻐하였다.”(1마카 14,11)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여기서 시몬 마카베오는 전쟁을 끝낸다는 의미를 넘어 번영과 평화로운 삶을 보증한다는 의미에서 평화의 군주로 칭송받습니다. 신약성경에서 ③ 동사와 명사가 결합된 형태는 에페 2,14-16과 야고 3,18에 나옵니다. 사도 바오로는 에페 2,14에서 그리스도를 “우리의 평화”라고 부르며 ‘평화를 이루어주시는 분’이라고 말합니다. 평화는 그리스도에 의해서만 의미를 갖습니다. 그 이유는 예수님께서 당신의 십자가 사건을 통해 유다인과 이방인 사이의 증오를 없애고 그들을 일치시키며 하느님과 화해하는 새로운 하느님 백성을 이루셨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특별하고 유일한 그리스도의 업적으로 실현된 평화는 인간 삶의 필수적 요소들을 변화시키는 근원이 됩니다. 이는 원수들 사이의 단순한 화해만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그리스도이신 예수님께서는 사람들뿐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도 회복시켜 완전한 화해를 이루십니다. 바로 평화의 실현은 당신 자신을 아끼지 않고 희생하신 하느님 아드님의 업적으로 가능해진 것입니다. 콜로 1,20은 모든 피조물과 화해를 이루시는 분이 하느님이심을 밝힙니다(로마 15,33; 16,20; 필리 4,9; 1테살 5,23; 히브 13,20 참조).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아드님”(콜로 1,13; 2코린 5,18; 로마 5,1 참조)께서는 우리를 죄로부터 자유롭게 만드시고(콜로 1,14 참조) 하느님과 화해를 이루도록 이끄십니다. [2022년 11월 13일(다해)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의정부주보 11면, 이승엽 미카엘 신부(선교사목국 신앙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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