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맛들이기] 바오로 사도의 회심 바오로의 생애는 크게 다마스쿠스 사건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구분됩니다. 사도행전과 서간 전체를 통해 바오로가 신생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박해자(냉혹한 적대자)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갈라 1,13; 사도 8,1 참조). 바오로는 바리사이로서 율법을 구원에 이르는 길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율법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일에 열정적이었습니다. 철저한 바리사이였던 바오로에게 예수님이 메시아라고 선포하는 것은 거룩하신 하느님과 그분의 거룩한 율법을 모독하는 행위였습니다. 유다인의 신앙에 따르면 부활은 하느님께서 마지막 날에 세상을 심판하실 때 일어날 미래의 사건이지 역사 한 가운데서 일어난 과거의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바오로는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그리스도인들의 주장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바오로의 입장과 유다 전통에 대한 열성은 그를 그리스도교인들을 박해하도록 이끌었습니다(갈라 1,13.23; 1코린 15,9; 필리 3,6 참조). 그러나 사도행전과 서간 모두 바오로를 박해자에서 ‘사도’요, ‘복음 선포자’로 변화시킨 사건이 그의 삶에서 발생했다고 증언합니다. 사도행전의 저자는 이 사건을 세 번이나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도행전 9장에서는 바오로를 3인칭으로, 22장에서는 바오로가 예루살렘의 성난 군중 앞에서 직접 이야기하는 자전적 방식으로, 26장에서는 바오로가 아그리파스와 페스투스 앞에서 증언하는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세 편의 이야기는 바오로가 다마스쿠스로 가던 도중에 일어난 그리스도의 발현사건을 중점적으로 증언합니다. 이 발현은 그리스도와 바오로의 직접적이고도 친밀한 만남이었고, 바오로가 예수님과 자기 자신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얻은 사건이었습니다. 또한 바오로에게 이방인들을 위한 특별한 사명과 신생 그리스도교에 큰 전환점을 가져다줄 사명이 부여된 사건이었습니다(갈라 1,15-16; 1코린 9,1; 15,8; 필리 3,12 참조). 바오로의 회심과 관련된 사도행전과 바오로 서간의 묘사는 세부적으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바오로 자신과 교회에 주는 의미는 서로 일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회심 체험을 통해서 바오로는 자신이 파괴하려고 했던 것, 즉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를 오히려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 회심 체험에 내포되어 있는 두 가지 요소는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며 참된 메시아로 계시된 것과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사명이었습니다. 이후 바오로 삶의 행로는 완전히 바뀌었고, 그는 복음을 위해 모든 것을 투신하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에게 전적으로 몸을 바친 ‘그리스도의 종’, 이민족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명에 온전히 투신한 ‘그리스도의 종’으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난 근본적인 체험과 그분으로부터 부여받은 선교 사명은 바오로를 세상 끝까지 복음을 선포하게 한 출발점이었습니다. 바오로는 2천 년 전에 활동했던 사도지만, 21세기 인류 복음화의 모범이 되기에 충분한 분입니다. 그가 선포한 복음의 메시지는 지금도 강력한 힘과 생명력을 갖고 있습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일에 온 열정을 쏟은 바오로는 어떻게 신앙을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좋은 모범입니다.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의로움의 화관이 나를 위하여 마련되어 있습니다. 의로운 심판관이신 주님께서 그날에 그것을 나에게 주실 것입니다”(2티모 4,7-8). [2022년 11월 20일(다해)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수원주보 3면, 이승환 루카 신부(교구 복음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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