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맛들이기] 신앙인의 모범이신 성모님 성모님은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요한 14,23)라는 말씀을 언제나 마음에 새기며 삶 안에서 실천하신 첫 번째 그리스도의 제자이며, 그리스도를 닮고, 따르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 삶의 여정에서 진정한 모범이신 분이십니다. 성모님 공경과 신심은 이미 사도 시대로부터 복음이 전파되면서 함께 퍼져나갔습니다. 그리고 431년 에페소 공의회에서 ‘성모님께서 하느님의 어머니이심’을 선언하였습니다.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칭호는 성모님께 가장 영예로운 명칭이며, 이 선포 이후 성모님께 대한 공경이 놀라운 속도로 확장되어 나갔습니다. 역대 교황님들은 성모님을 공경하도록 권장하였습니다. 특히 교황 성 바오로 6세의 사도적인 권고 『마리아 공경』에서는 “마리아께서 신자들의 모범이신 것은 마리아께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실천하셨기 때문에, 그리고 그 실천의 힘은 사랑과 봉사의 정신에서 나왔기 때문에 구체적인 생활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그리고 책임 있게 받아들이셨다는 데에 있습니다. 마리아를 본받아야 하는 이유는 마리아께서는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온전히 그리스도를 따르셨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은 영원하고 보편적인 표양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보면 성모님에 대한 신심의 핵심은 ‘성모님을 통하여 그리스도께’로 나아가는 데 있습니다. 예수님을 통해서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성모님은 예수님께로 가는 여정의 가장 좋은 모범이시며 안내자이십니다. 성경에서 성모님에 관한 역사적 정보는 네 복음서와 사도행전에서 일부 제공하며, 나머지는 성모님을 받들어 섬긴 신심을 써놓은 것입니다. 복음사가들 가운데 루카 · 요한복음서 저자들은 돈독한 성모님 신심을 지닌 분들이며, 이들의 영향으로 교회의 성모님 신심이 발전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 대다수는 신약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성모님을 ‘예수님의 어머니’요 ‘교회의 어머니’로 받들어 섬기고 있습니다. 개신교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그리스도계(천주교, 정교회, 성공회)에서 성모님을 성인들보다 높이 섬기는데(상경지례:上敬之禮), 이런 신심은 마태오와 루카, 요한에게 비롯합니다. 성모님은 하느님의 말씀이라면 불가능해 보이는 것조차도 믿으셨고(루카 1,38.45 참조), 당장 알아들을 수 없는 일이라도 함부로 속단하지 않고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곰곰이’ 생각하는 사려 깊은 신앙인이었습니다(루카 1,29; 2,19.51 참조). 또한, 성모님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믿을 뿐만 아니라, 그대로 지키고 행동하는 신앙인이었습니다(루카 8,19-21; 11,27-28 참조). 성모님은 하느님께서 자신을 당신의 도구로 삼아 이루시고 보여주신 놀라운 일과 인류 구원 역사에 대해 환희 가운데 감사하고 찬미를 드리셨습니다(루카 1,46-55 참조). 그리고 자신과 함께 기뻐 용약하도록 모든 그리스도인을 초대합니다. 성모님은 하느님께 대한 굳은 신뢰와 경외심, 희망과 겸손의 모범이십니다. 신앙은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우리를 부르신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서 당신의 능력을 드러내실 때 드러나게 됩니다. 우리 역시 성모님처럼 겸손하게 하느님을 찬미하며,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행복한 신앙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2022년 12월 4일(가해)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수원주보 3면, 이승환 루카 신부(교구 복음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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