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5) 계시헌장
하느님 계시에 대한 핵심 교리를 담다 -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신·구약 성경을 통해 하느님의 계시 전체를 알려준 공의회이다. 사진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회기 장면. 지금까지 가톨릭교회 신ㆍ구약 성경 정경이 어떻게 형성돼 왔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가톨릭교회 성경 정경이 유다교와 또 갈라진 교회들의 성경 정경과 왜 다른지를 부족하나마 알아보았습니다. 본격적으로 성경에 푹 빠져들기에 앞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한 문헌을 소개합니다. 바로 하느님 계시에 관한 교의 헌장 「하느님의 말씀(Dei Verbum)」(이하 계시헌장)입니다. 하느님 계시에 관한 교의(敎義) 곧 교리를 담고 있는 헌장입니다. 왜 계시헌장을 소개하느냐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가톨릭교회는 구약 성경에 특별한 관심을 두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개혁 이후 주일 미사 말씀의 전례 때 제1 독서로 구약 성경을 봉독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구약 성경의 독서가 없었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신ㆍ구약 성경을 통해 하느님의 계시 전체를 알려준 공의회입니다. 그중 계시헌장은 하느님 계시에 관한 핵심 교리를 담고 있지요. 계시헌장은 전체 6장 26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1장은 계시 자체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시고 당신 뜻을 알려주시는 것이 계시의 본질입니다. 또 사람들이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계시의 목적입니다. 인간은 만물을 통해, 그리고 이성의 빛으로 하느님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구약 이스라엘 백성을 통해, 마지막에는 하느님 말씀이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당신 자신을 충만하게 드러냈습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는 계시의 충만이자 또한 계시의 완성입니다. 인간은 하느님께 ‘신앙의 복종’을 드러내야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 도움이 있어야 합니다. 성령께서 우리를 하느님께 향하게 해 주실 때, 인간은 하느님 계시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성령의 도움으로 신앙은 더 강화되고, 하느님 계시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제2장은 하느님 계시가 성경과 성전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고 있음을 제시합니다. 성전(聖傳)은 사도들이 주님의 말씀과 행적에서 얻고 배운 것을 설교와 모범과 제도로써 그 후계자들에게 전달해 준 것입니다. 또 사도들과 그 직제자들은 성령의 감도로 구원의 소식을 기록했는데 이것이 신약 성경입니다. 신약 성경은 구약 이스라엘 백성과 관계 속에서 드러난 하느님 계시를 기록한 구약 성경과 함께 한 하느님 말씀을 이루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성경과 함께 성전도 계시의 원천으로 똑같이 경건한 애정과 존경으로써 받아들이고 공경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교회가 성경을 정경으로 인정하게 된 것도 성전을 통해서입니다. 아울러 성경과 성전을 올바로 해석하는 직무가 교회의 교도권에만 맡겨져 있습니다. 그러나 교도권이 성경이나 성전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 말씀에 종속되어 봉사한다”고 고백합니다. 제3장은 성경의 영감과 해석에 관한 내용입니다. 성경은 성령의 감도로 기록됐기에 원저자는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말씀을 전달하시기 위해 구체적 시간과 장소에서 살아가던 인간을 성경 저자로 택하셨습니다. 따라서 성경을 읽으면서 성경 저자들의 의도를 올바로 파악하려면 그 시대의 문학 유형과 사고방식, 언어 표현 방식과 설명 방식 등은 물론 전체 교회의 살아 있는 전통과 신앙의 유비뿐만 아니라 나아가 성경 전체 내용과 일체성까지 세심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교회 지도를 따라야 합니다. 제4장과 제5장은 구약 성경과 신약 성경 그리고 두 관계에 대해 설명합니다. 구약 성경은 하느님의 참된 교육 방법을 보여줄 뿐 아니라 신약 성경과 일관성을 이룹니다. 그래서 구약 성경은 복음 선포에 온전히 수용되고 신약 안에서 그 완전한 의미를 얻고 드러내며, 다른 한 편으로 신약을 밝히고 설명해 줍니다. 신약 성경은 구약의 완성이라는 점에서 탁월합니다. 신약 성경 가운데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을 증언하고 있는 복음서가 가장 뛰어납니다. 네 복음서는 역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복음서 저자들이 역사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술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기억과 회상이나 또는 처음부터 직접 눈으로 보고 말씀을 전파한 사람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기록했기에 네 복음서는 역사성을 지니는 것입니다. 제6장은 교회 생활에서 성경이 차지하는 비중을 제시하면서 성경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성경은 미사 전례에서 말씀의 식탁을 이룹니다. 성찬의 식탁에서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나눠 먹고 마시듯이 신자들은 ‘말씀의 식탁’에서 하느님 말씀을 영적 양식으로 섭취합니다. 나아가 하느님은 성경 안에서 당신 자녀들을 만나시며 말씀을 나누십니다. 그래서 성경은 교회에는 버팀과 활력이 되고 교회의 자녀들에게는 신앙의 힘, 영혼의 양식, 그리고 영성 생활의 순수하고도 영구적인 원천이 되는 힘과 능력이 있습니다. 또 모든 신자가 전례에서나 영적 독서 등을 통해 하느님 말씀을 가까이할 것을 권고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느님 말씀이 적절한 방식으로 온 인류 모든 사람에게 선포돼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계시헌장 전문은 주교회의 홈페이지 ‘문헌 마당-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방에 있습니다. 꼭 한 번 필독하시길 추천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1월 1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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