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들의 기쁨과 삶을 담은 사도행전 읽기 03] 사도행전 저자와 저술 목적 사도행전의 첫대목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테오필로스 님, 첫 번째 책에서 저는 예수님의 행적과 가르침을 처음부터 다 다루었습니다.”(사도 1,1) 여기서 ‘첫 번째 책’은 루카 복음서를 말합니다. 이로써 사도행전의 저자가 누구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바로 루카 복음서의 저자인 루카입니다. 많은 학자들이 루카가 두 권의 책을 썼음을 인정합니다. 예수님의 행적과 가르침을 담은 루카 복음서와 사도들의 행적과 복음 선포 여정을 담은 사도행전이 그것입니다. 또한 루카가 사도행전 9장과 13~28장에 걸쳐서 사도 바오로의 행적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가 바오로의 선교 여행에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바오로의 편지도 루카가 바오로 선교 여행에 함께 했음을 알려 줍니다.[나의 협력자들인 마르코와 아리스타르코스와 데마스와 루카가 그대에게 인사합니다.(필레 1,24)] 한편 그는 팔레스티나 지리에 어둡고 유다인들의 관습을 착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예루살렘 지역에 살던 전통 유다인이기보다는 그리스 문화에 익숙한 디아스포라의 유다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루카는 예수님과 동시대 사람이긴 하겠지만, 예수님의 행적과 말씀을 직접 체험하고 들은 1세대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사도들에게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2세대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렇다면 루카는 언제 사도행전을 썼을까요? 그 시기를 정확하게 확정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그래도 대략 유추를 해 본다면, 80~90년경 루카복음을 쓴 후 후속편으로 사도행전을 집필했을 것으로 봅니다. 왜냐하면, 90년경 그리스도교를 엄청나게 탄압한 도미티아누스 황제의 박해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도행전을 집필한 루카는 다른 복음사가들과는 다른 구원의 역사관을 드러냅니다. 그것은 이스라엘의 시대와 예수님의 시대, 교회의 시대(성령의 시대)에 따른 구분입니다. 다른 복음서는 하느님 구원의 역사를 ‘언약의 시기’(구약시대)와 ‘언약 성취의 시기’(신약시대)의 두 단계로 구분합니다. 그러나 루카는 언약 성취의 시기를 다시 두 단계로 구분하여, 예수님의 시기(루카 복음서)와 성령 강림부터 예수님 재림까지 이르는 중간 시기의 ‘교회의 시기’(사도행전)로 세분화하였습니다. 그리고 교회의 시기를 이끌어 가시는 분이 바로 성령이심을 드러냅니다. 이런 루카의 시대관은 복음 선포의 여정이 지금도 성령을 통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미사 마지막 파견 인사에서도 확인됩니다. 사제는 ‘미사가 끝났으니 복음을 전합시다.’라며 신자들에게 파견 인사를 합니다. 이 파견 인사는 ‘미사가 끝났으니 기쁜 마음으로 돌아가십시오.’라는 의미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도들에게서 시작되었던 복음 선포의 사명이 지금 우리에게도 지속되고 있음을 재인식시켜 줍니다. 사도행전에서 드러난 성령을 통한 교회의 시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시기에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바로 사도들이 펼쳤던 복음 선포입니다. [2023년 1월 22일(가해) 설(하느님의 말씀 주일) 서울주보 5면, 김덕재 안드레아 신부(사목국 성서못자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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